황석영 <삼포 가는 길>
◆전체 줄거리 :
발단 : 영달과 정씨의 만남
공사판을 떠돌아 다니는 영달은 넉 달 동안 머물러 있던 공사판의 공사가 중단되자 밥값을 떼어먹고 도망쳐 나온다.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가 정씨를 만나 동행이 된다. 정씨는 교도소에서 목공, 용접 등의 기술을 배우고 나와 영달이처럼 공사판을 떠돌아다니는 노동자인데, 지금은 고향인 삼포로 향하는 글이다.
전개 : 감천으로 향하는 길에 백화와 만나 동행하게 됨
그들은 찬샘이라는 마을에서 백화라는 색시가 도망쳤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술집 주인으로부터 그녀를 잡아오면 만 원을 내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그들은 감천으로 행선지를 바꾸어 가던 중에 백화를 만난다. 백화는 이제 겨우 스물 두 살이지만 열여덟에 가출해서 수많은 술집을 전전해서인지 삼십이 훨씬 넘은 여자처럼 늙어 보이는 작부였다. 그들은 그녀의 신세가 측은하게 느껴서 동행이 된다.
위기 : 영달에게 호감을 느끼는 백화
그들은 눈이 쌓인 산골길을 함께 가다가 길가의 폐가에 들어가 잠시 몸을 녹인다. 백화는 영달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영달은 무뚝뚝하게 응대한다. 그들은 다시 길을 나선다. 눈길을 걷다가 백화가 발을 다쳐 걷지 못하게 되자 영달이 백화를 업는다.
절정 : 역에 도착하여 백화를 떠나보내는 정씨와 영달
역에 도차하자 백화는 영달에게 자기 고향으로 가자는 제안을 하지만 영달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자신의 비상금을 모두 털어 백화에게 차표와 요기거리를 사 준다.
결말 : 고향 상실로 인해 충격을 받은 정씨
백화가 떠난 후 영달과 정씨는 삼포로 가는 기차를 기다리던 중 옛날과 달리 삼포에도 공사판이 벌어지고 사람들로 들끓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영달이는 일자리가 생겨 반가웠지만 정씨는 발걸음이 내키질 않는다. 그는 마음의 정처를 잃어 버렸기 때문이다.
◆이해와 감상
<삼포 가는 길>은 1970년대 이후 급속하게 진행되었던 농촌의 해체와 근대화 과정에서 고향을 잃고 떠도는 사람들의 삶을 모습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소설 속의 인물들은 하층 노동자, 술집 작부 등으로 산업화의 피해를 가장 많이 받았던 하층 계급에 속하는 인물 유형들이다.
제목으로 쓰인 ‘삼포’는 가공적인 지명이지만, 이 작품의 등장 인물들에게는 고달픈 삶에서 벗어나 정신적인 안식을 누릴 수 있는 이상적인 공간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삼포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급속한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 소설이 고향 상실의 아픔을 그리고 있다고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소설은 우연히 만난 세 인물들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길의 처음에는 서먹서먹한 관계였던 인물들은 여정이 끝나 갈 무렵에는 인간적인 정을 나누는 관계로 변화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길’을 배경으로 한 일종의 ‘여로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핵심 정리
갈래 : 단편소설, 사실주의 소설, 여로형 소설
성격 : 사실적, 현실 비판적
배경 : 1970년대 겨울, 공사장에서 삼포로 가는 길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접
주제 : 급속한 산업화 속에서 고향을 상실하고 떠돌아 다니는 떠돌이 인생의 애환
특징
․정 씨가 고향을 찾아간즌 여로를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됨.
․여운을 남기는 방식으로 결말을 처리함.;
출전 : <신동아> 1973
◆작품 연구실 : ‘길’의 상징적 의미
문학 작품에서 길은 인생의 축소판으로 자주 등장한다. 이 소설에서 길은 배경이라는 의미를 가질 뿐만 아니라 등장 인물들의 정서와 교감을 빚어내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작품 연구실 :<삼포 가는 길>에 나타난 연대의식
이 작품의 앞부분에서 정씨와 영달 간의 심리적 거리는 멀다. 그러나 여로가 이어지면서 이 심정적 거리는 점점 가까워진다. 둘은 모두 산업 사회에서 소외된 존재이며, 고향을 떠난 떠돌이라는 점에서 동병상련의 아픔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중간에 만나게 되는 백화도 사회의 중심부로부터 이탈된 자로서 파탄된 삶을 이어가는 떠돌이였으므로 결국 이들과 동화된다. 여로가 이어지면서 결국 이들 사이의 정신적 일체감은 강화되며, 차츰 합일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기차역에서 서로의 앞날을 묻고 걱정해 주며 서로에게 진실된 모습을 보여 주려 한 장면은 소외된 자들간의 연대감과 유대감을 느끼게 되었음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