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통로 막는 콘크리트 수로, 덮개라도
‘도랑 치고 가재 잡고’라는 속담이 있다. 그러나 요즘 시골에는 도랑을 뒤져봐야 가재가 없다. 어지간한 도랑은 전부
콘크리트로 수로를 만들어 버렸다. 이런 콘크리트 수로는 그저 물의 통로 역할만 하며, 그나마도 농번기를 지나면 바짝 메말라 버린다. 그러면 그 수로에는 생명체가 살기 힘들어지며, 심지어는 도랑 이쪽저쪽으로 이동을 막는 경계가 되어 버리고 만다. 이제는 도랑에서 가재 잡고 미꾸라지 잡는 일은 전설이 되어 버렸다.
대천공원에도 콘크리트 수로가 길게 놓여 있다. 과거 농토에 물을 보급하던 관개수로인데 아직도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 콘크리트 수로는 생태통로의 단절이라는 결과를 낳고 있다. 습지에서 숲으로 이동하는 작은 생명체들에게는 죽음의 장막벽이다.
개구리 알에서 올챙이로 되는 확률은 대단히 낮다. 더구나 올챙이에서 개구리로 성장하기에는 생사의 문턱을 수없이 넘나들어야 한다. 개구리가 되어 살아가려면 터전이 필요한데 숲으로 가는 길에는 콘크리트 수로가 막혀 있다. 자칫 수로에 빠지는 날에는 생명을 보장받지 못한다. 개구리뿐만 아니다. 다양한 생명체들이 수로에 빠져 생을 마감하곤 한다. 심지어 뱀까지 수로에 빠져 이를 구해내느라 혼쭐이 난 적도 있었다.
이런 장벽에 작은 생명체들을 위해 이동의 통로를 만들어 주면 어떨까. 곳곳에 덮개를 씌운다든지 군데군데 수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돌계단이라도 만들어주자. 지금 장산계곡은 양쪽으로 등산로가 빤질거리게 나 있어 생태통로를 막고 있다. 게다가 습지와 숲 사이에 콘크리트 수로가 장벽이 되어 있다. 대천공원 생태체험장 주위도 마찬가지다. 생태체험장 위로 콘크리트 수로가 생물들의 이동을 막고 있으며, 그 위 등산로와 또 다른 콘크리트 수로가 숲으로 향하는 걸음을 막고 있다.
다행히 장산관리사무소 측과 의논한 결과 생태체험장 주변의 콘크리트 수로에 덮개라도 설치해 생물들의 이동을 보다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이 콘크리트 수로에 생태통로를 만드는 데 지금까지 20년이 걸린 셈이다. 해운대구청에서는 예산타령만 늘어놓고 있었으며 그 밖의 관계자들 역시 별 반응이 없었다. 콘크리트 수로 전체를 복개하자는 이야기도 아니고 생물들이 이동할 통로 형태로 부분만 하자는 데도 시도를 하기도 전에 손사래부터 쳤던 것이다.
건강한 장산은 위쪽 장산습지만 관리한다고 이루어지질 않는다. 장산 기슭과 대천공원이 함께 건강해야 장산 전체가 건강해진다. 장산이 건강하면 그 혜택은 바로 우리들의 몫이 된다. 올 봄부터는 개구리를 비롯한 작은 생명체들이 습지에서 숲으로 보다 잘 이동할 수 있도록 생태통로가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