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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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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당 조정육의 그림과 인생 스크랩 도화서,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그리다.
무진당 추천 0 조회 334 12.04.03 12:31 댓글 6
게시글 본문내용

 

도화서,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그리다.

 

 

궁중에서 필요한 그림을 그리다.

세계의 여러 왕실에서는 전속 화가나 그림을 그리는 기관을 두어 그림으로 왕실의 위엄을 표현하기도 하고 자신의 그림을 화려한 초상화로 남겨 두기도 했다. 한국에도 이런 기관이 있었다. 그 중 도화서는 조선시대 때 궁중에서 필요한 그림을 그리는 일을 관장하기 위해 설치된 관청이다. 중앙관청으로 ‘도화원(圖畵院)’이라는 이름으로 조선 건국 때 설치하였다가 1405년(태종 5년)에 중앙관청 육조(이조, 호조, 예조, 병조, 형조, 공조)의 하나인 예조(지금의 문화체육관광부)에 넣었다. 1460년대에 도화원에서 격이 낮은 도화서(圖畵署)로 이름을 바꾸었다.

도화서에 소속되어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을 화원(畵員)이라 불렀다. 화원은 시험을 통해 선발되었는데 때로는 사대부의 추천에 의해 화원이 될 수도 있었다. 화원들은 사대부 화가와 더불어 조선시대 회화를 발전시킨 중요한 사람들로 안견, 이상좌, 김명국, 신윤복, 김응환, 김홍도, 장승업 등 뛰어난 인물들이 많았다. 그렇다면 이런 화원들은 어떤 그림을 그렸을까?

 

<태조 이성계 어진>,1832년 중모, 비단에 색, 218×150cm, 전주 경기전

 

 

왕의 모습을 보고 삶을 본받다.

화원들이 하는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어진과 공신상을 그리는 일이다. 어진은 왕의 초상화를 높여 부르는 말이고, 공신상은 신하 중에서 나라에 공이 있는 인물의 초상화를 뜻한다. 조선시대에는 태조부터 순조까지 엄청나게 많은 어진을 그렸다. 특히 태조어진은 전국에 여섯 군데에 전각을 세워 그 안에 모셔졌으며 무려 26축이나 그려졌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전해져오는 어진은 전주 경기전의 태조어진과 창덕궁 소장의 영조어진, 영조의 영잉군 때의 초상화와 철종과 익종어진만이 전해져 오고 있다.

어진을 그릴 때는 임시 기구를 설치하고, 화사를 선발한 다음 정성스럽게 어진을 제작하여 좋은 날에 전각에 모셨다. 어진을 모신 날에는 왕과 대신들이 모여 살아있는 왕을 대하듯 정성스럽게 의식을 치룬 후에야 전각에 모실 수 있었다. 왕의 어진 못지않게 공신상도 많이 그려 사당에 모셨다. 공신상은 왕의 명령으로 그려졌는데 많은 백성들로 하여금 그 초상화를 보고 그 사람의 삶을 본받게 하려는 의도로 제작되었다.

 

 

<동가반차도 중 어연>, 비단에 채색, 31×996cm, 리움 미술관

 

 

정확하고 분명한 일을 돕는 의궤도

의궤도는 궁중에서 중요한 행사를 할 때 그 행사의 진행 과정이나 절차를 그려놓은 그림이다. 왕과 왕비가 혼례를 치룰 때 그 혼례에 참석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몇 명이고 어떤 옷을 입으며 어떤 순서에 의해 진행되는 지, 또 어느 장소에 어떤 물건이 놓여 있어야 하는 지를 그림으로 그려놓았다. 뿐만 아니라 각 인물 옆에는 시위대, 의장대, 악대, 상궁 등 각 사람들의 직책이나 신분까지 적어놓아 이해를 도왔다. 그래서 다음에도 같은 행사를 치룰 때 그 그림만 보면 행사의 내용을 알 수 있어서 아무리 큰일이라도 우왕좌왕하지 않고 정확하고 분명하게 일을 할 수 있었다. 행사에 관한 모든 내용을 다 그려야하기 때문에 그림이 매우 길어 대부분 두루마리로 만들어졌다. 둘둘 말아진 그림을 한 쪽에서는 말고 반대쪽에서는 펼치면서 볼 수 있어 좁은 장소에서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작자미상, <일월오봉도8곡병>, 종이에 색,162×379.5cm, 삼성리움미술관

 

하늘의 명을 받아 땅의 그림을 그리다.

근정전과 사정전 등 임금이 앉는 자리 뒤에는 임금을 상징하는 큰 병풍그림, 일월오봉도를 항상 펼쳐놓았다. 그림 속에는 해와 달, 다섯 봉우리와 폭포, 붉은 소나무와 힘찬 파도를 진한 빛 물감으로 그렸다. 이것은 임금이 하늘의 명을 받아 이 땅 모두를 다스린다는 것을 상징하고 있다. 일월오봉도에 그려지는 해와 달 등의 소재들은 십장생으로 왕이 나라를 다스리는 동안 나라가 번창하고 건강하고 오래살기를 기원했다. 이 밖에도 화원은 궁중에서 쓰는 병풍과, 창호, 천정의 그림도 도맡아서 그렸다.

 

 

작자미상, <십장생도 10곡병>, 19세기, 비단에 색, 151.0×370.7cm, 삼성 리움미술관

 

왕실의 번영과 무병장수를 기원하다.

왕이 다스리는 나라에서는 임금과 궁실의 번영과 무병장수가 중요했다. 그래서 해, 구름 등 오래 산다는 10가지를 진한 빛 물감으로 꼼꼼히 그린 십장생도가 나왔다. 십장생은 해, 구름, 산, 물, 돌, 소나무, 학, 사슴, 거북, 불로초 등이 그려졌다. 십장생은 만수무강을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을 담아 특히 궁중에서 많이 쓰였고, 해마다 새 해가 되면 신하들에게 선물로 주는 세화로 그려질 때도 있었다. 또한 결혼식 때나 회갑 잔치 등에도 그려졌고 자비대령화원 시험 때도 십장생을 주제로 한 문제가 나오기도 하였다.

십장생은 아니지만 부귀를 상징하는 모란 그림과 기묘하게 생긴 돌도 그렸다. 모란은 꽃송이가 매우 풍성하고 화려하기 때문에 부귀와 영화를 나타내어 전각이나 병풍에 그려졌다. 이 밖에도 건강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노는 ‘백자도’나 신선들의 잔치장면을 그린 <요지연도>도 많이 그렸다.

           

<오륜행실도 중 '자강의 무덤지키기'와 '호랑이를 잡은 누백'>,국립중앙도서관

 

 

그림으로 사람을 교육하다.

옛날 역사 속에서 정치를 잘 했던 왕과 왕비의 모습, 충성스런 신하의 모습을 그린 감계화로 항상 그들을 배우도록 했다. 또 나라를 망치거나 백성들을 곤란에 빠뜨린 사람들의 모습도 그려서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삼았다. 백성들을 가르치기 위한 삼강행실도나, 효자들의 이야기를 목판으로 찍어 전국에 나눠주는 일도 잊지 않았다. 그림만으로 왕이 정치를 잘 할 수 있도록 하고 백성들을 교육시켜야 하는 만큼 화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김홍도, <대장간>, 종이에 연한 색, 27×22.7cm, 국립중앙박물관 

 

백성들의 수고를 잊지 않는 그림

궁중의 화원들은 궁궐에 필요한 행사장면이나 책, 병풍 그림 등을 그리는 일 이외에도 풍속화를 많이 그렸다. 깊은 궁중에서 생활하는 왕과 왕비, 그리고 왕자와 공주 등 궁궐 사람들이 그림을 보며 백성들이 사는 모습을 알고 논밭 갈고 곡식을 가꾸는 수고로움을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왕은 서민들이 농사짓는 괴로움과 일하는 모습을 계절별로 그림 속에 담아 병풍으로 만들게 했다. 그래서 달마다 백성들이 누에를 길러 비단을 짜고 모 심고 벼를 베는 모습을 보며 임금과 관리들이 게으르지 말고 백성들을 돌보는 것을 잊지 않도록 했다. 계절별로 농사짓는 모습을 그린 12폭 병풍이 많이 만들어진 것은 이런 목적이 있었다. 그 외에도 백성들의 사는 모습을 한 장씩 그린 풍속화도 많이 그려졌다. 담배 썰기, 자리 짜기, 기와이기, 타작 등 일하는 모습뿐 아니라, 우물가, 대장간, 새참, 빨래터, 고누놀이, 씨름 등 백성들의 일상생활을 알 수 있는 그림도 함께 그려졌다.

 

김홍도, <기와이기>, 종이에 연한 색, 27×22.7cm, 국립중앙박물관 

 

사람과 삶의 그림 도화서

궁중 최고의 화원, 도화서와 화원. 도화서 화원의 그림에는 백성을 걱정하는 임금의 마음이 있고 왕실의 번영을 기원하는 화원들의 마음도 있다. 조선시대 기나긴 삶을 살아가는 백성들의 모습을 보면서 임금들 또한 바른 정치의 기나긴 나날들을 생각했으리라. 뛰어난 자질로 조선시대 왕을 그림으로 보필하며, 한편 자신의 개성을 펼쳐나간 도화서 화원들의 그림에는 한국의 마음과 삶이 그대로 담겨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글은 "국가브랜드위원회(http://www.koreabrand.net/net/kr/book.do?kbmtSeq=1443)에 실려 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이 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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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2.04.03 21:03

    첫댓글 감사와 공경을 담아 인사드립니다 책이 너무 좋았습니다 ㅎㅎ ()()()

  • 작성자 12.04.06 14:01

    감사합니다.

  • 12.04.05 00:02

    저는 이 책을 감명 깊게 읽고, 많은 분들이 읽게 되기를 기원하며... 특별히 대통령을 비롯하여 정치인,
    청와대 직원 분들은 모두 필독(^^)하셨으면 하는 바램이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나무아미타불()()()

  • 작성자 12.04.06 14:01

    그러게요. 청와대 필독서로 한번 권해볼까요?ㅋㅋㅋ

  • 12.04.09 14:09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 작성자 12.04.09 16:02

    저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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