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포비아
하수도에서 찍찍거리는 쥐처럼
내가 뛰면 너도 뛰고
스르륵 빠져나가는 소리의 긴 꼬리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너를
해독할 수 없어서 다정합니다
눈을 쳐다보며 야옹
어떠한 이야기도 야옹,
짧거나 길게 높거나 낮게 되풀이되는
야옹들이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처럼
낯선 곳으로 흘러갑니다
얼굴이 바닥으로 흘러내리는 저녁
간신히 남은 입술로 현관에 들어서면
슬픔이 글썽이는 명랑한 목소리로 튀어나와
너에게 붙으려 하죠
서로의 안테나에 잡힌 지지직거리는 소리를 듣죠
야옹과 야옹이
등을 쓸어주며 나란히 잠들어요
탁자 위에 떨어진 립살리스 립빈의 푸른 뼈를
내 발목에 옮겨 심었어요
같은 몸에서 태어난 선인장은 말이 잘 통할까요
선인장과 나의 중얼거림이 잎끝과 손끝으로 퍼집니다
의자에 걸쳐 있는 내 팔을
툭 건드리는 립빈의 손끝
우리는 기대하지 않아서 기댈 수 있는 목록입니다
자라는 뼈는 부드러워요
나는 당신과의 말을, 영원히 주고받지 못합니다
우리의 손목은 구불구불한 골목
출구를 찾아 헤매는 일은 얼마나 깊은가요
파도 파도 끝이 없는
구덩이에서 모래를 퍼 올리는 사람처럼
회전문을 돌고
더는 돌 수 없을 때까지 돌고서야
이해는 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얼굴이 완성되었습니다
계간『시와정신』 2023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