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동요 봄을 기다림 K.596
Mozart K.596
'Sehnsucht nach dem Frühling'
Elisabeth Schwarzkopf(Soprano)
Walter Gieseking(Piano)
봄이 그립다.
2월 4일, 입춘이다.
봄을 시샘하는 추위가
두어 차례 있겠지만
우수, 경칩,
이제 따뜻해질 일만 남았다.
그리스의 팝스타
나나 무스쿠리가 사랑한 노래
봄을 기다림 K.596.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난 해인
1791년 1월에 작곡한 동요다.
그 해 가을,
모차르트는 마지막 오페라 마술피리에서
어린이의 마음으로 돌아가
존재의 신비와 경이를 노래한다.
이에 앞서 1월,
그는 따뜻한 봄을 기다리는
어린이의 천진난만한 마음을
노래한 것이다.
모차르트가 마지막 해를
어린이의 노래로 시작한 건 우연일까?
봄 K.597, 우리 어린이들 K.598과 함께
그의 마지막 동요 3부작을 이루는
봄을 기다림,
작곡한 이유와 배경은
알려져 있지 않다.
F장조 6/8박자,
‘즐겁게’(fröhlich)라고
악보에 써 있다.
당시 ‘작은 어린이 문고’
(Kleine Kinderbiblioth다)에
실려 있었다는 크리스찬 오버벡의 시.
봄을 기다림
(1절)
아름다운 5월아,
다시 돌아와 수풀을 푸르게 해 주렴
시냇가에 나가서 작은 제비꽃 피는 걸 보게 해 주렴
얼마나 제비꽃을 다시 보고 싶었는지!
아름다운 5월아,
얼마나 다시 산책을 나가고 싶었는지!
(2절)
겨울에도 재미있는 일이 많긴 하지
눈밭을 걷기도 하고 저녁때는 여러 놀이를 하지
아름다운 들판에서 썰매도 실컷 탈 수 있지
하지만 새들이 노래할 때 푸른 잔디 위를
신나게 달리는 것, 그게 훨씬 더 좋아.
(4절)
무엇보다 로트헨이 마음 아픈 게 나는 제일 슬퍼
불쌍한 이 소녀는 꽃이 필 날만 기다리고 있지
나는 걔가 심심하지 말라고 장난감을 갖다 줬지만
소용이 없어
걔는 알을 품은 암탉처럼 조그만 자기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지.
(5절)
아, 바깥이 조금만 더 따뜻하고 푸르렀으면!
아름다운 오월아,
우리 어린이들에게 어서 와 주길 간절히 기도할게
누구보다도 우리들에게 먼저 와 주렴
제비꽃이 많이많이 피게 해 주고
나이팅게일도 많이 데리고 오렴
예쁜 뻐꾸기도 데리고 오렴.
(시: 크리스찬 오버벡)
가사를 음미해 보면,
노래의 주인공 프리츠 - 시의 원래 제목은
‘5월의 꼬마 프리츠’
(Fritzchen an den Mai) - 는
가난한 집 어린이라는 생각이 든다.
푸르른 봄이 오면
산책 나가서
제비꽃을 보고 싶고,
겨울에는 눈밭을 걷고
썰매를 타는 게 즐겁다.
돈 안 들이고
그저 밖에서 뛰노는 것 밖에
모르는 어린이다.
프리츠는 어머니 말을 잘 듣는
순진한 꼬마인가 보다.
3절에
“내 목마는 저 구석에 있어야 돼,
개울 저편에 가면 안 돼”라는
귀절이 나오는데,
필시 어머니가 단단히 주의를 주셨나보다.
이 꼬마에게 어머니의 말씀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법(法)인 셈이다.
프리츠는 이웃 소녀
로트헨이 아파서 슬프다.
꽃이 필 날만 기다리며
‘알을 품은 암탉처럼’
가만히 앉아 있는 로트헨,
어린이는 이 소녀를 위해서
봄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고 노래한다.
프리츠는 로트헨에게
장난감을 갖다 주었는데,
아마 자기 물건 중 제일 소중한 게
아니었을까 싶다.
아픈 사람에게 공감하고
치유를 비는 어린이의 마음,
이 4절이야말로
노래 전체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이 꼬마는
봄이 ‘우리 어린이들에게’
제일 먼저 와 달라고
간절히 노래한다.
제비꽃, 나이팅게일,
예쁜 뻐꾸기 모두
로트헨에게, 내게,
그리고 모든 어린이들에게
성큼 달려와 주기를 기도하는 것이다.
이 단순하고 예쁜 선율은
모차르트가 그해 1월 5일 완성한
피아노협주곡 27번 Bb장조 K.595의
3악장의 주제를 닮았다.
Murray Perahia
Mozart Piano Concerto No.27 K.595
3rd movement COE
(Chamber Orchestra of Europe, 1991)
(피아노: 머레이 페라이아)
깡충깡충 뛰는 6/8박자의 주제를 들으면
정다운 오빠를 따라서 달리며
깔깔 웃는 어린 누이가 떠오른다.
독일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에
실려 있는 이 노래,
7살 꼬마 가수 지씨의
뮤직비디오로 감상해 보자.
Sissi - Komm, lieber Mai und mache
Die sechsjährige Sissi präsentiert ihr neues Video zu
"Komm, lieber Mai und mache".
Mit dem Frühlingslied von Wolfgang Amadeus...
귀에 익은 이 선율은 오보에 독주로 편곡되어
KBS 1FM의 SB음악으로 나온 적이 있다.
클래식과 동요와 팝의 경계를 너머,
인종과 국가와 계층의 벽을 너머,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아닐까?
미국의 소프라노 바바라 보니의 노래
Barbara Bonney Geoffrey Parsons
"Sehnsucht nach dem Frühling"
W.A. Mozart
Barbara Bonney is one
of the leading lyric sopranos
of her generation.
With over 100 recordings to her name,
her artistry has been doc...
독일의 바리톤 오이겐 힐티의 노래
Mozart, komm lieber Mai,
Eugen Hilti Bariton
Ich habe jetzt einfach genug vom Winter
und freue mich auf den Frühling,
den Wonnemonat Mai,
und darum etwas verfrüht dieses herzige...
아픈 사람들이 많은 시대다.
죄 없는 어린이들의 아픔은
눈물을 자아낸다.
아직은 추운 겨울,
봄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아픈 사람들의 상처가 치유되는 게
봄 아닐까?
활짝 핀 꽃과 새들의 지저귐,
그 속에서 모든 사람들이 웃으며
평화를 누리는 게 봄 아닐까?
싸늘한 탐욕과 경쟁 대신
타인의 아픔을 함께 느끼고
치유하는 따뜻한 마음이
봄을 앞당길 것이다.
어린이가 노래한 봄을 기다림은
이 시대 어른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어린이의 마음이 되어
봄을 그리워한 35살 모차르트…
그는 “어린이로 돌아가지 않으면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고
우리에게 말하고 싶었던 걸까?
1791년에도 봄은 어김없이 돌아왔고,
그해 봄은 모차르트에게
마지막 봄이 되고 말았다.
필자소개
이채훈은 MBC 시사교양 PD로
모차르트, 빈 필하모닉,
정경화, 정명훈, 장영주, 장한나 등
클래식 음악 다큐멘터리를 다수 연출했다.
요즘은 ‘진실의힘 음악여행’,
‘와락 음악교실’ 등
음악 강연으로
이 시대 마음 아픈 사람들을
위로하고 있다.
저서 내가 사랑하는 모차르트,
우리들의 현대침묵사,
이채훈의 마술피리 -
마음에서 마음으로(E-북) 등.
옮겨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