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 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이정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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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누군가 말씀을 주시는 분이 있어 그분의 말씀을 받아 내리는 문장이다. 아니면 마음속 깊은 곳, 어쩌면 영혼의 그 어디쯤에서 솟구쳐 오르는 문장이기도 하다. 그걸 공손히 받들어 쓰는 것이시다.
그건 「의자」를 보아도 알 수 있다. 첫 문장이 바탕글이고 그다음부터는 대화문이다. 어머니의 말씀이시다. 구구절절이 아름답고 진실한 말씀을 하신다. 그걸 시인이 받들어 글자로 바꾼 것이다.
진짜로 시인은 시인의 어머님이신지 모른다. 그렇게 시는 시인 밖에도 있다. 그러기에 시인 엘리엇은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위대한 시인은 훔치고 졸렬한 시인은 빌린다.' 내가 평소 좋아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