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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의 땅 담양에 도착, 죽녹원에 들어섰다. 쉬쉬 솨솨 사사 샤샤 샤샤샤. 대나무가 소리를 냈다. 나무도 풀도 아닌 것이 그렇게 높게 하늘에
오를 수 있는지. 한번 크고 마디 만들고 한번 크고 마디 만들고, 마디마디가 하늘에 닿는다.
대나무 숲길은 그 길이 선비의 길이고, 죽마고우길이고 운수대통길이고 철학자의 길이고
변치않는 사랑길이고 추억의 샛길이었다.
누구인가 대나무를 흔드니 댓잎에 맺혀있던 댓물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우람한
대나무 밭이 있는가 하면 가냘픈 대나무들이 있었다. 진초록이 있는가 하면 연 초록이
있었다. 절개가 있으니 그처럼 곧게 위로만 자라겠지. 절개 없는 선비들이 대나무 절개를
사모하는 것은 당연지사렸다. 대나무 귀이개, 이쑤시개부터 대바구니,대돋자리 등 온갖 것
만들고 그것도 모자라 죽부인까지. 에라 사람들 염치도 없다.
대나무 그릇에 담아주는 대나무 정식 맛을 보려나 했는데 일행은 순창한정식으로
유명하다는 ‘새집’으로 갔다. 새집은 보통 살림집 안채를 식당으로 쓰고 있었다.
처마에서 빗물이 콸콸 마당으로 떨어졌다. 옛날 우리 엄마는 처마에서 쏟아지는 물에
머리를 감고 빨래도 하고 걸레란 걸레는 다 내다 빨며 물을 흥청흥청 쓰는 재미에
처마 물을 그렇게 좋아하셨다.
30가지 반찬으로 차려진 상을 보니 장아찌들이 주종이었다. 젓갈 묵은지, 묵은 깍두기,
묵은 동치미, 갓김치, 마늘 장아찌, 고추 절임, 밴뎅이젓, 꼴두기젓, 머그나물, 미나리나물,
도토리묵, 된장찌개, 조기구이조차 어찌나 짠지 밥 한 그릇이 모자랐다. 전라도 여인들의
손끝은 짜고 맵고 진하고 깊어 허술한 데가 없었다. 맨밥에 물 말아서 오이 장아찌하고
먹고 싶은데 옆에서 쳐다보는 눈총 맞을까 멈추었다.
순창고추장마을
이번에는 순창고추장마을을 방문했다. 한 마을이 다 함께 고추장 된장을 담고 있었다.
지난 IMF경제난 속에서도 고추장 된장이 이곳 경제를 견인하는 효자 노릇을 했고 지금도
성업 중이다.
순창군에서 3-5대째 고추장과 된장 등 장류품을 만들어온 장류(醬類)가문들이 만들어졌다.
대부분 전통 방식으로 빚어낸 고추장과 된장이 입 소문을 타고 전국으로 퍼져 나가면서
해마다 이 곳을 찾는 관광객이 10만-20여 만 명에 달할 정도라 한다.
이곳의 장류가 유명해진 것은 장 고유의 맛 때문이다. 이 맛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기본
재료인 쌀로 조총을 만들고 반드시 태양 고추 가루를 사용하며 덕유산의 맑은 물이
가세된다. 여기에 손끝의 비밀이 추가된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문옥례할머니전통고추장>집이었다. 고추장 만드는 비결은 공개할 수
없지만 전시되어있는 작품을 감상하고 맛을 보게 하였다. 모듬장아찌, 찢은 굴비, 무장아찌,
더덕장아찌, 마늘장아찌, 매실장아찌, 된장껫입, 청국장, 조선된장,매실고추장,
보리고추장, 전통고추장,고들빼기장아찌, 김장아찌… 장아찌 천국이었다.
정동진 회장이 봄 소풍 객 모두에게 <문옥례할머니된장>을 선물로 주었다.
해서버스 안이 진한 된장내음으로 찼다.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가 차창을 때리고
있을 때 우리들은 사랑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속 마음까지 내보이는 진솔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동안 우리들의 우정이 장아찌처럼 간이 배어갔다.
우리들의 1박2일 봄 소풍은 된장처럼, 고추장처럼, 장아찌처럼
오랜 묵은 구수한 발효음식의 맛을 내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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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쩌면 저리 대나무들이 억세대? 여기것은 하들하들한데, Pearl. S Buck 책에 한국여성이 한국대나무 같다고 슨것 읽은기억이난다, 음식상이 부러지게 많구나. 아이구 침나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