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이 뜬금없이 "축구를 살리려면 공격형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말을 했다. 다음날 신문 1면에 전두환의 말이 실렸고 공격형 축구가 화두가 됐다. 육사 시절 골키퍼를 해서 축구에 해박하다는 설레발도 난무했다. 박찬수(한겨레 대기자)는 수능 킬러 문항 논란을 보면서 40년 전 일을 떠올렸다고 한다.
"대한민국 명운이 걸린 국정 어젠다를 국민에게 제시하고 진중하게 접근하기보다, 대통령의 단편적인 말 한마디에 정부부처와 정치권, 언론까지 춤추듯 움직인다는 점이다. 어떻게 장관이나 집권당 고위 인사가 '대통령이 입시비리 수사를 해봐서 교육은 누구보다 잘 안다'는 낯 뜨거운 말을 서슴없이 할 수가 있을까.“
"모든 개혁엔 이해가 충돌한다. 이걸 극복하기 위해 의견을 수렴하고, 설득하고, 어려움을 돌파할 힘을 갖추는 게 대통령이 할 일이다. 그런데 내용이 부실하다 보니 현 정부는 오로지 검·경 수사나 감사원 감사에만 기대고 있다.“
경향신문에 실린 장덕진(서울대 교수) 칼럼이다. 이미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도쿄전력의 오염수 분석과 조사 결과를 인정했다. 한국도 연구에 참여했다. 과학잡지 네이처도 방사능은 자연 상태로 희석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일부 연구자들은 이것으로 충분할지 확신하지 못한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일반인들의 대화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더 미세한 가능성을 말한다"는 게 장덕진의 설명이다.
국제사회 여론은 이미 일본 쪽에 기울었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가 방류 직전에 외국 정부에 편지나 보낸다고 해서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없다"는 이야기다. "차라리 철저하고 투명한 검증 결과에 중국을 포함해 어느 나라든 따라야 한다는 국제적 원전 거버넌스 확립을 주도하고, 동북아 지역에 그 규범이 확고히 뿌리내리도록 하는 것이 미래의 안전을 도모하는 길이 될 것이다. 이제라도 밥값을 할 생각이 있다면 말이다.“
백영경(제주대 교수) 칼럼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가동되고 있는 수많은 원전이 있고, 바다로 흘러드는 오염수도 후쿠시마 방류수만 있는 게 아니다. 원전을 불안해하지만 우리의 삶은 원전이 만들어내는 전기에 의존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질문도 단지 일본 정부를 규탄하고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그 이상이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