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도 없는데 머리가 지끈하다.
동강초 백년사는 진척이 없다.
울타리가 된 여주의 노란 꽃 중에 열매맺힌 걸 찾다가
배낭을 챙긴다.
작은 쌀포대까지 넣어 밤을 채워 올 계획이다.
벌교에서 추석에 조카 손주들에게 줄 용돈을 쪼금 찾고 낙안 가는 길에 맛있다는 김밥집에 차를 멈춘다.
하나에 1,500원이고 3개 세트에 4,000원이다.
세트 하날 달라하니 여종업원이 자기가 넣겠다며 종이 상자에 3개를 담는다.
직접 고르는 모양이다. 손님들이 꽤 앉아 있다.
12시가 지나 오른다.
금방 땀이 난다.
첫 바위에 올라 배낭을 풀고 맥주를 꺼내고 김밥을 편다.
김밥이 반쯤만 인 게 셋 들어 있다.
셋 다 각각인데 맛은 있다.
맥주 큰 캔을 곁들이니 배가 찬다.
성찬이다. 밥상이 좋다. 난 세상의 가장 멋진 점심을 먹고 있다,
걱정이 사라진다? 이런 방법이어야 한다?
바위에 잠깐 기대 눕는데 빗방울이 뺨에 떨어진다.
뺨에 떨어진다
가슴에 떨어진다
하나 떨어지고 또 떨어진다.
온몸에 떨어진다
실은 비는 금방 그친다.
비와 사랑이라는 시답잖은 시를 떠 올리다가 웃는다.
금강암 옆 바위를 올라간다.
부처님 머리 위에 서니 조금 죄송하다.
돌 위에 서 있으면서 송구함을 느끼다니?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서는 또 땀이 나는데 또 비가 떨어진다.
햇볕은 내 그림자를 만든다.
햇볕속에 비를 맞으며 잠깐 걸으니 정상이다.
오랜만이다.
오공재로 가면서 눈을 번득이며 알밤을 찾는다.
누군가 지나간데다 비에 젖은 탓인지 보이지 않는다.
어쩌다 한 두개 보이는 것도 구멍이 뚫려 있다.
떨어진 밤송이를 등산화로 눌러도 잘 벌어지지 않는다.
밤 줍기를 포기하고 내려오니 금방 수정산장에 닿는다.
20분 가량 전깃줄 옆 나무를 베는 차 사이를 걸어 내 차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