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도 이겨낸 다정과 사랑
귀농 7년차인 나를 바쁘게 하는 계절이 돌아왔다.
고추 돌보기, 울금 멀칭 비닐에서 끄집어내기, 양배추 거두기, 양파 뽑기, 논의 벼 돌보기, 서리태 심고 그물 씌우기, 매실 담그기, 참깨 밭 매기...
참 종류가 많기도 하다.
새벽기도 마치고 가방 놓고 농장으로 달려간다.
차 안에서 콧노래를 부른다.
논 가운데 길은 힐링의 코스다.
날마다 변하는 녹색의 논이 잔잔한 파도같다.
식전에 일을 어느 정도 해 놓아야 한낮의 더위를 피할 수 있다.
시집 간 큰 딸이 긴 휴가를 얻어 친정 방문을 하였다.
아빠 일 도와준다는 말이 고맙기는 하지만 나에게는 근심이 되었다.
일도 해 보지 않은 뽀얀 녀석이 아빠 도와준다고 작심하고 왔단다.
그래 한 번 해보자.
급한 대로 양파 뽑아 다듬기, 매실 따기, 콩 심기를 시작했다.
열심히 따라다니며 도와주는 것이 제법 한다 싶었다.
어릴 때 돌아가신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손수레에 싣고 들판에 내려두고 일하시던 기억을 했단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내가
“힘들지?” 하고 물으면 아니라고 걱정 없다고 말한다.
일을 끝까지 돕는 딸이 자랑스럽고 든든하기도 했다.
사랑의 더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다.
참깨 밭을 매다가 아빠와 일하는 광경을 핸드폰으로
라디오 음악프로에 보냈단다.
그러더니 금방 그 사연을 방송으로 내보내 왔다고 화들짝 함성을 지른다.
방송국에서는 작은 선물도 준다니
아빠 일 도우면서 행복한 순간을 만났다고 애들처럼 좋아한다,
일 할 때는 긴팔을 입는다.
완전무장 하고 마스크도 쓴다.
차차 덥기가 그지없고 고운 얼굴에 땀이 비 오듯 한다.
얼굴이 잘 익은 홍시처럼 발갛게 달구어졌다.
집에 돌아와 마늘 다듬는 마무리 작업도 하였다.
막내 초롱이도 토요일이라 출근하지 않았다.
막내와 아내도 거들어서 서너일 걸릴 일이 바로 끝난다.
점심을 먹자! 오늘 점심은 아빠가 산다.
군산으로 게장 먹으러 가자고 하니 연무대에 게장맛집이 있단다.
우리 딸들에게 맛있는 점심을 먹이고 싶었다,
조용한 방에 잡았다.
음식상 폼이 제법 있어서 사진을 찍어 두었다.
서비스도 좋았고 맛도 있었다.
아내는 먹기 전에 오늘 점심값은 당신이 낸다고 한다.
나는 내가, 큰 딸은 제가, 막내도 자기가 낸다고
언론 전쟁을 하였고 결국은 아내가 이기고 말았다,
수정과와 수박을 후식으로 준다.
그 맛이 신선하여 한 잔씩 더 달라하여 배로 먹었다.
음식값을 곁눈질 하던 우리들은 서로 웃었다.
게장백반의 가격이 1인당 3만 5천원이었으니 도합 132,000원이다.
아침나절 밭 매고 넷이서 마늘을 손질한 것을 값으로 따지면
음식 한 번 먹는 것으로 끝나는 셈이다.
둘은 놀라고 둘은 허전했다. 농사는 다 그런 거야,
일하는 즐거움으로 일하지 않고 수지 논리로 따지면 아무것도 아니야.
오랜만에 차안에서 우리들은 웃었다.
초여름의 더위도 우리의 시원한 마음을 이길 수 없었다.
하얀 홍당무가 자랑스럽다.
두 딸과 함께 지낸 하루가 감사하였다,
첫댓글 오랜만에 들어오니 훈훈한 소식이......
두 딸과 땀을 뻘뻘흘리며 함께 한 하루의 일들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침의 시원한 공기가 상쾌함을 주는 시기가 다가온 걸 보면
올 여름 폭염 속에서 수고하신 결과가 서서히 결실을 맺게 되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