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 들어서서 왼편으로 쏠릴대로 쏠려 모두가 다 좌뇌아, 왼손·왼발잡이가 되려는 풍토를 크게 꾸짖기라도 하듯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나의 조국 대한민국에 감사하는 매우 한국적인 영화들이 연이어 개봉됐으며, 그 반응은 상상을 초월한 국민적 인기를 구가하며 한동안 잊고 지냈던 전통적 국민 정서를 되새기며 나아가 사상무장을 단단히 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것 또한 現 정권의 크나큰 공로라 생각하지만 아직 우리는 갈 길이 멀다.
I.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영화
우리가 인천상륙작전 하면 제일 먼저 더글러스 맥아더 원수를 떠올린다. 1950년 9월15일, 맥아더 장군은 성공확률이 5,000 대 1이라던 도박에 가까운 모험수에 담대한 승부를 걸어 역사적인 성공으로 전세를 역전시킨다.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인천상륙작전의 모습이다. 하지만,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물론 맥아더의 활약과 고뇌가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긴 하나 맥아더의 성공을 뒷받침해 준 중요한 비밀을 영화화했음에 촛점을 맞춘 작품이다. 그 비밀은 내막은 전 한국군 해군 함명수 소령을 지휘자로 17명의 특공대가 인천에 투입되어 정보수집 작전을 벌였는데, 알만한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이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바로, ‘켈로부대’의 활약상을 모티브로 구성한 영화가 ‘인천상륙작전’인 것이다.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이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저 유명한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연상케 할만큼 처절한 사투를 그렸다. 더불어 이 영화속에서 박진감 넘쳤던 트럭 추격씬은 ‘인디애너존스 레이더스’를 떠올릴 법도 하다. 하지만, 전향한 공산주의자 장학수(이정재 분)를 중심으로 모두 8명의 특공대가 적화통일의 위기 순간에 나라를 구하겠다는 신념으로 똘똘뭉친 결사항전에 가까운 대활약과 맥아더(리엄 니이쓴 분)의 용맹스러운 참군인 정신의 임전무퇴의 하모니가 이 영화를 유명 헐리우드 영화의 한국버젼으로 치부하려는 얼빠진 비평꾼들을 한 방 먹이기에 충분하다. 특히, 서울 함락 직후 한강 이남에서 어린 한국 소년병과 마주하는 회상씬을 주목하라!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지 분명히 알 수 있다. 아무것도 무장하지 못한 상태에서 침략자들에게 속절없이 당하고 있음에도 그 어린 소년병의 간절하고 절박한 나라 지키는 눈빛은 60년이 지나 평화의 물결에 도취되 흐리멍텅하고 게슴츠레해진 철없고 넋나간 우리들의 눈빛을 사정없이 싸대기질하고 있다. 바로, 이 영화의 시작을 알려주고 있는 셈이다.
II. 반공이 아닌 멸공영화 맞아!
그동안 한국의 영화계는 언제부터인가 좌익사상에 경도되 대한민국의 정체성과는 전혀 동떨어진 색깔의 작품들이 속속 출시됐다. 그것이 마치 고도의 지식을 갖춘 지성인이 진보하는 것으로 착각하게끔 유도한 것이다. 한국 역사에 위대한 통치자의 딸이 정권을 잡고나서 이런 흐름에 경종을 울리는 몇몇 시도가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전쟁과 가난 끔찍한 살육으로 점철된 어두운 시대를 살아보지 못한 세대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고 그 시대를 겪은 세대들에게는 감격의 눈물로 그것들을 얼싸안으며 암울하고 처량했던 때를 떠올리며 잔잔하게 회상하는 기회가 주어졌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이 영화는 반공영화가 맞다. 아니, 멸공영화라 해야 정답이다. 공산주의의 무서운 이면들을 적나라하게 파헤쳤다. 한 때는 같은 이념으로 뭉쳤지만, 그 이념이 피보다 진하다고 헛소리하는 반동인물(림계진)의 뇌까림을 비웃기라도 하듯 주인공(장학수)과 대치하는 구도는 비교적 명확한 선을 그으며 긴장감있게 표현했다. 악랄하고 집요한 림계진을 연기한 이범수를 보며 필자가 만약에 촬영스탭이었다면,‘리범수 동모!’라고 조롱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상의 잔혹함과 무도함을 여과없이 보여줬다. 자신의 피붙이가 보는 앞에서 인민재판으로 즉결처리되 고꾸라지는 모습, 그 시신을 내걸어 ‘반동분자’, ‘미제앞잡이’로 매도하는 전근대적인 인격확인사살행위 그리고 림계진과 장학수가 서로에게 총질을 가하기 시작한 장면에서 림계진이 여가수(나야 분)를 총알막이삼는 모습을 통해 이것이 모두가 잘 사는 이상적인 사회의 본모습이냐며 울분을 토하게 만들어낸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우리가 평화라는 마약에 취해 비틀거려 오랫만에 우리 곁에 돌아온 표현물들을 향해 흘러간 낡고 고루한 삼류물이라며 돌팔매질하는 정신나간 망령된 짓을 하지말길 바란다. 내가 사는 토대가 없어지는 순간에 우리라는 존재는 바람에 날리는 먼지덩어리처럼 흩날려 없어질 테니깐...
III. 리뷰어의 엉뚱한 상상
이들은 어쩌면 속편이 제작된다면 마땅히 출연해야 할 것이다.
1. ‘인천상륙작전’은 6·25 전쟁의 찬란한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씨리즈의 서막을 여는 작품인가?
①필자는 영화를 감상하면서 묘한 상상을 해 봤다.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한 유저들을 위해 주인공의 운명을 말하기가 어렵다만 영화 말미에 유엔군이 행진해 들어오면서 장학수의 어머니(김영애 분)가 태극기를 흔들며, 그 대열 속에 자신의 아들 모습을 보는 장면이 나왔다. ②맥아더의 비중이 생각보다 높았다. 위에 언급한 내용과 함대를 이끌고 서쪽으로 진격해나가는 장면에서 그는 아주 멋진 말을 했다. “인생은 나이로 늙는 것이 아니라 이상의 결핍으로 늙는다. 세월은 피부에 주름을 보태지만 열정을 잃으면 영혼에 주름이 진다.(Nobody grows old merely by a number of years. We grow old by deserting our ideals. Years may wrinkle the skin, but to give up enthusiasm wrinkles the soul.)”③한채선(진세연 분)의 비중이 생각보다 높았다. 더구나 후반에 간호장교로 지원해 여러 번 스크린에 노출됐다.
리엄, 당신도 속편을 위해 수고해주셔야겠소
위 세 가지를 통틀어보면, 제작진은 과연 다음 속편을 기획하기라도 한 것인가?
2. 조금 황당했던 장면들
①류장춘(김희진 분)이 특공대에 의해 응징당하는 장면, 감독이 헐리우드 영웅물들을 너무 많이 본 듯 하다. 아주 황당하게 뒈져가면서 처음에 특공대가 목적으로 삼았던 기뢰가 아닌 다른 것들이라며 빽빽거린다. 그것이 결국 주인공들의 결투로 이어지긴 했지만, 연결고리의 논리력이 약하다고나 할까? ②북괴군으로 특별출연한 까메오 병사역을 격투기 선수 추성훈 선수가 맡아 뽀너스 게임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하지만, 최후가 너무 허망했다. 감독님! 헐리우드 영웅물들을 어설프게 보셨습니까? 제대로 연출해주셨어야죠. 관객들은 제대로 된 연출에 카타르씨쓰를 느끼며 열광해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림계진의 최후를 좀더 처참하게 표현했더라면 훌륭했을텐데, 등급의 영향력, 그리고 그로 인한 반대파들의 준동으로 인해 세간의 눈치를 어지간히 봐야하는 감독의 고충을 이해하면서도 못내 아쉬워한다.
IV. 에필로그
이 영화가 개봉한 지 일주일이 채 안 됐다. 하지만, 흥행성과는 놀라울만큼 경이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것이 한국영화팬들의 진정한 팬심이라는 것을 알았으렸다! 지금이 반대쪽에서 떠든다는 쌍팔년도인가? 누가 강제한 것도 아니요 얼빠진 비평가들의 엉터리 평가를 쓰레기 취급하듯 필자가 관람했던 일요일 아침에도 이 영화를 보러 가족단위로 찾아온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누가 막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