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 손질에서 정치를 배우다
································ 한포재 이건명 선생의 『그물 손질과 정치(補網說)』
정군 원홍(鄭君元鴻)이 나와 함께 지냈는데 낡은 그물 손질을 잘하였다. 날마다 못에서 쓰면서도 항상 터진 데 없이 완전하여 그물이 낡을 줄을 몰랐으니, 내가 탄협(彈鋏)의 근심 없이 아침저녁으로 생선을 먹은 것은 그물 덕분이었다. 정군은 날마다 손질을 하면서도 싫증내지 않았는데, 내가 하인을 시켜 대신하게 하려고 해도 제대로 배우는 자가 드물었다.
내가 말하기를 “그물 손질에 방법이 있어서 잘하는 자와 잘하지 못하는 자가 있는 것인가?”라고 하였다. 대답하기를 “그렇습니다. 이것은 미련한 사내종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물에는 벼리綱〕가 있고 그물코目〕가 있습니다. 벼리는 그물코가 없으면 제대로 세울 수 없고, 그물코는 벼리가 없으면 제대로 펼칠 수가 없습니다. 형세가 서로 지탱해 주고 가닥이 엉키지 않은 연후에야 쓸 수 있습니다.
이 그물을 처음 만들었을 때는 벼리를 세우고 그물코를 펼치면 가지런하고 반듯해서 헝클어지거나 어긋남이 없었습니다. 만들어진 지 오래되면 망가지는 것이 사물의 이치입니다. 물고기와 게가 물어뜯고 좀이나 쥐가 갉아서 그물코가 뜯어지기 시작하면 벼리도 따라서 망가집니다. 그런 그물을 가지고 사용하려고 하면 마치 깨진 동이에 물을 붓는 격으로 여기저기서 문제가 생겨 손질할 수 없게 되니 사람들은 모두 버리라고 합니다. 그러나 저만은 그렇지 않다고 여겨 ‘이것을 어찌 손질할 수 없겠습니까.’라고 합니다.
돌아와서 돗자리 위에 펼쳐 놓고 뜯어지고 망가진 부분을 매우 자세하게 살펴보고서 생각은 전일하게 하고 손은 천천히 놀리면서 말과 얼굴빛에 드러내지 않고 부지런히 손질합니다. 벼리를 먼저 손질하고 그 다음에 그물코를 손질하는데 끊어진 것을 잇고 터진 곳을 기우면 며칠 되지 않아 완전한 그물이 만들어집니다.
전에 버리라고 했던 사람들도 모두 낡은 것을 고쳐서 새것으로 만든 것이 좋은 줄은 알면서도 골똘히 마음 쓴 것은 모릅니다. 지난번에 주인이 버리라는 말만 듣고 기울 줄 몰랐다면, 이 그물은 거의 상자 속에 영영 버려지지 않았겠습니까. 비록 기우려고 하더라도 미련한 사내종에게 맡겼다면 또 어찌 벼리와 그물코가 뒤죽박죽되어 손질하려다가 어지러워지고 이익을 보려다가 도리어 손해가 되지 않겠습니까. 지금부터 잘 사용하고 잘 간수하여 망가질 때마다 손질하고 또 미련한 사내종에게 잘못 맡기지 않는다면 오래되어도 해지지 않을 것이니, 무슨 손상될 일이 있겠습니까.”라고 하였다.
나는 그의 말을 자세히 듣고 나서 탄식하며 말하기를 “자네 말이야말로 진정 나라를 다스리는 것에 비유할 만하구나. 아, 말세의 세상에 벼리에 해당하는 강령이 무너지고 그물코에 해당하는 조목이 문란해서, 마치 해진 그물처럼 온갖 법도가 함께 해이해지지 않은 것이 있는가. 기강이 무너지고 조목이 문란한 것을 보고도 뒤돌아보지 않고 가면서 ‘어찌할 수 없다’고 말하지 않는 이가 거의 없다. 또 미련한 사내종에게 잘못 맡겨서 이익을 보려다가 도리어 손해를 보지 않는 것도 또 거의 없다. 아, 정군처럼 생각을 전일하게 하고 느긋하게 손질하면서 말과 얼굴빛에 드러내지 않고 일의 선후를 알아 하루아침에 정돈할 수 있는 자를 어찌하면 얻을 수 있을까. 또 날마다 종사하면서도 게으르지 않고 항상 완전하여 터진 데 없이 이렇게 할 수 있는 자를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아.”
[주-1] 탄협(彈鋏)의 근심 :
생선을 못 먹는 근심을 뜻한다. 전국 시대 맹상군(孟嘗君)의 문객인 풍환(馮驩)이 자신에 대한 대우가 좋지 않자, 자기의 긴 칼을 두드리며 노래하기를 “장협아, 돌아가자! 식사 때 생선 한 가지가 없구나.……장협아, 돌아가자! 외출에 타고 나갈 수레가 없구나.[長鋏歸來乎! 食無魚.……長鋏歸來乎! 出無車.]”라고 하였다. 《史記 卷75 孟嘗君列傳》
ⓒ 전주대학교 한국고전학연구소 | 전형윤 채현경 이주형 유영봉 (공역) | 2016
補網說
鄭君元鴻與余處。能手綴網之弊者。日用於淵而常完不缺。不知其爲弊也。使余無彈鋏之愁。而朝夕資焉者。網有賴焉。鄭君日事而不告倦。余欲使僕隷替之。鮮能學者。余曰爲此有道。而抑有能有不能者歟。曰然。此非庸奴所可爲也。夫網有綱焉有目焉。綱不可無目而自立。目不可無綱而自張。形勢相維持。條理不紊亂。然後可用。玆網之創也。有綱而立。有目而張。井井鑿鑿。無訛無舛。生久而弊。物之理也。其魚蠏a177_496b之所噬。蠧鼠之所剝。目始以毁。綱亦隨之。欲擧而用之。如漏甕捧水。瘡疣雜出。不可着手。人皆謂之棄。吾獨不然曰。此豈不可爲耶。歸而鋪之袵席之上。凡所破毁者。閱之細究之深。專一其思。徐緩其手。不發聲色。孜孜勤勤。先其綱而後其目。絶者續而缺者補。不數日。作一完了底物。前之謂棄者。皆知其革舊爲新之爲可美。而亦不知其用意之至勤也。向使主人聽棄者之言。不知補綴。則此物不幾於永爲篋笥棄乎。雖欲補綴而付之庸奴。則又豈不綱倒目顚。欲治而棼之。欲有益而反有害者乎。繼自今。善用而善藏之。隨毁而隨綴之。又不爲庸奴所誤。則可久而不弊。夫何傷之有焉。余諦聞之。喟然而歎曰。子之言。眞可謂謀國者喩矣。嗟乎。叔季之世。有不綱頹目紊。百度俱弛如網之弊者乎。見其綱頹目紊。而有不望望然不顧。以爲莫可爲者無幾矣。又不爲庸奴所誤。欲益而反有害者又無幾矣。嗟乎。安得如鄭君專其思緩其手。不發聲色。知所先後。一朝而整頓者乎。又安得日事而不倦。常完而不缺如是者乎。噫。
ⓒ 한국고전번역원 | 영인표점 한국문집총간 | 1996
<출처 : 한포재집(寒圃齋集) 제9권 잡저(雜著) 그물 손질에 대한 이야기補網說>
정원홍(鄭元鴻)군은 내가 귀양살이할 때 같이 지낸 사람이다. 그는 그물 손질을 잘하였다. 해어진 그물을 잘 손질해서 날마다 고기를 잡았지만 언제나 성하여 새 그물 같았다. 그 덕에 나는 조석으로 생선을 먹을 수가 있었고, 따라서 반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정군은 매일같이 그물을 손질하고 고기를 잡곤 하였지만 힘들어하지 않았다. 나는 그 일을 다른 노비들에게 대신 시켜 보았다. 하지만 제대로 해내는 자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정군에게 "그물 손질은 아무나 해낼 수 없는 특별한 방도가 있는 것이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정군은,
"미련한 노비는 해낼 수 없는 일입니다. 그물이란 본디 벼리網〕와 코目〕가 있는데, 벼리는 코가 없으면 쓸모가 없고, 코는 벼리가 있어야만 펼쳐지는 것입니다. 벼리와 코가 잘 엮어지고 가닥가닥이 엉키지 않아야 사용할 수가 있습니다.
그물을 처음 만들 때에 맨 먼저 벼리를 준비하고 거기에다 코를 엮는데, 가닥가닥이 정연하여 헝클어지지 않도록 합니다. 그러나 모든 물건은 오래되면 망가지게 마련인 것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게나 고기들이 물어뜯고, 좀이나 쥐가 갉아서, 처음에는 그물코가 터지고 나중에는 벼리까지 끊어지게 됩니다.
그러한 그물로 고기를 잡을라치면 마치 깨진 동이에 물 붓기나 마찬가지가 됩니다. 그리고 여기저기 너덜너덜 해져서 손질을 하기가 어렵게 되지요.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통상 버릴 때가 되었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왜 손질할 수가 없겠습니까? 저는 그 해진 그물을 가지고 돌아와서 바닥에다 펼쳐 놓고 해어진 부분을 자세히 살펴봅니다. 조바심 내거나 신경질 부리지 않고 끈기를 가지고 부지런히 수선을 합니다. 제일 먼저 벼리를 손질하고, 그 다음 코를 손질합니다. 끊긴 벼리는 잇고, 터진 코는 깁는데, 며칠 안 돼서 새 그물 같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버리라고 말했던 사람들은 모두, 헌 것을 고쳐서 새롭게 만든 것인 줄은 알지만, 골똘한 생각과 매우 부지런한 노력이 필요하였다는 것까지는 모릅니다.
만일 버리라는 말을 듣고 손질하지 않았다면 이 그물은 이미 쓸모없이 버려졌을 것입니다. 아니면 설사 손질하고자 하더라도 미련한 종놈에게 맡긴다면, 벼리와 코의 순서가 뒤죽박죽 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손질하려다가 도리어 헝클어 놓게 되는 것이니, 이익을 보려다가 도리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될 것이 뻔합니다.
이후로는 잘 사용하고 잘 간수해서, 해어진 곳이 생기면 바로바로 손질하고, 어리석은 종놈이 헝클어 놓는 일이 없게 한다면, 오래도록 성하게 사용할 수 있을 터이니 무슨 걱정할 일이 있겠습니까?"하였다.
나는 그의 말을 자세히 다 들은 뒤에 한숨을 쉬고 탄식하면서 이르기를, "자네의 그 말은 참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이가 알아야 할 내용이다."하였다. 아! 벼리는 끊기고 코는 엉키어서 온갖 것이 해이되어 해어진 그물과도 같은 이 말세임에랴!
끊기고 엉킨 벼리와 코를 보고 모른 체 버려두고 어찌해 볼 수가 없다고 하지 않는 이가 몇이나 되며, 어리석은 종놈에게 맡겨 그르치게 하여 이익을 보려다가 도리어 손해를 당하지 않는 이가 몇이나 되던가?
아! 어떻게 하면, 정군과 같이 골똘한 연구와 여유 있고 침착한 손질로, 조바심 내거나 신경질 부리지 않고, 선후를 잘 알아 처리하여 간단하게 정돈해 내는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날마다 부지런히 일하면서도 힘들어하지 않고 언제나 완전함을 유지하여 망가지지 않도록 하는 그런 인물을 얻을 수가 있을까? 아!.....
<출처 : 한포재집(寒圃齋集) 제9권 잡저(雜著) 그물 손질에 대한 이야기補網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