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가구가 넘는 서울 잠실 일대 재건축 단지들의 입주가 시작되면서 이들 단지 내 상가 분양시장도 후끈 달아올랐다. 잠실 시영 아파트를 재건축한 파크리오 아파트 단지 내 상가를 시작으로 주공1단지를 재건축한 엘스 상가도 분양시장에 얼굴을 내밀었다.
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리센츠 단지 내 상가 점포도 조만간 분양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이들 상가는 저마다 5000가구에 달하는 든든한 배후 수요가 등에 업고 있다. 또 상가 대부분이 대로변에 위치해 일반아파트 단지 내 상가와 근린상가의 이점을 모두 갖췄다는 것도 강점이다.
때문에 단지 내 상가로는 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투자는 신중해야 할 것 같다. 분양가가 비싼 데다 공급 물량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근 트리지움(옛 주공3단지)은 입주한 지 1년이 다가오고 있지만 단지 내 상가의 40%는 아직까지 빈 점포로 남아 있다.
잠실 재건축 단지내 상가 분양 대전 스타트
파크리오 상가는 5층짜리 상가 2개 동 규모다. 한 개 동은 서울 지하철 2호선 성내역 바로 앞에 있고, 나머지 한 개 동은 올림공원 쪽에 있다. 단지가 워낙 커 분산한 것이다. 전체 연면적은 3만7507㎡로 총 270개 점포 중 77개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조합원 물량은 각 동의 1·2층에 집중돼 있다. 분양가는 3.3㎡당 1100만~1억2613만원.
성내역 바로 앞 상가에는 식당가(지하 1층), 근린생활시설(3층), 병·의원 및 학원(4~5층)이 들어선다. 올림픽공원 쪽 상가는 마트(지하 1층)와 식당가(3층), 병·의원 및 학원(4~5층)으로 이뤄졌다. 각 동 2층에는 은행 8곳이 들어올 계획이다.
이달 말 분양하는 엘스 단지 내 상가는 지하 3층~지상 5층 1개 동 규모다. 오는 10월 입점할 예정이다. 이 상가는 지하철 1호선 신천역과 바로 연결된다.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 지하와 지상층의 이동을 편리하도록 동선을 설계했다. 분양가는 3.3㎡당 1700만~8000만원 선. 현재 사전 예약 상담을 받고 있다.
이 지역은 10~20대 젊은층과 직장인들의 전통적 소비상권으로 자리 잡은 신천상권을 끼고 있다. 따라서 신규 상권을 창출해야 하는 신도시에 비해 조기 상권 안착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안고 있다.
재건축 단지 중 입주가 가장 빠른 리센츠(옛 주공2단지) 단지 내 상가는 아직 분양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고분양가ㆍ높은 임대료로 빈 점포 수두룩
이들 상가는 단지 내 상가로서 입지 여건이 뛰어나지만 투자 여부는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분양가 대비 투자 수익률이 생각보다 높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란다.
또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장기간 공실로 남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비싼 분양가 때문이다. 실제로 문을 연 지 1년이 다 돼 가는 트리지움 아파트 단지 내 상가의 경우 공실에 허덕이고 있다. 고분양가에 따른 높은 임대료로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서다. 이 상가 분양가는 1층이 3.3㎡당 1억3000만원 선이었다. 지하 1층과 지상 3~5층도 3.3㎡당 1700만~4400만원으로 높았다.
그러다보니 임대료도 높은 수밖에 없다.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이 상가의 임대료는 1층 99㎡ 규모의 점포가 보증금 3억원에 월 1000만~1500만원 선. 이는 강남역 대로변 상가 임대료와 맞먹는 수준이다. 잠실동 한 공인중개사는 “이 같은 임대료를 주고 입주할 상인도 많지 않지만 설령 그 수준을 받는다 해도 분양가 대비 임대 수익률이 각종 세금을 다 제하면 바닥권”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층 99㎡ 상가를 3.3㎡당 1억3000만원에 사서 보증금 3억원에 월 1500만원을 받는다 해도 중개수수료·세금 등을 제하면 임대 수익률은 연 4% 수준에 그친다.
철저한 투자 분석 뒷받침 돼야
더욱이 다른 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 점포가 많지 않은 1층도 절반 이상이 부동산중개업소로 채워져 있다. 이들 업소 대부분은 정식 임대차 계약도 맺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입점한 점포의 상당수가 보증금 없는 일명 '깔세'로 입주 대목철인 올해 말까지만 영업하기로 한 중개업소"라고 귀띔했다.
선종필 상가레이더뉴스 대표는 “지나치게 높은 분양가로 아파트 내 근린상가에 은행과 공인중개업소 등 상대적으로 임대료 지급이 수월한 업종들만 들어서는 기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곧 분양에 들어갈 엘스 단지 내 상가와 리센츠 상가도 트리지움보다는 분양가가 싸지만 분양이 쉽지 만은 않을 전망이다. 잠실동 T공인 관계자는 “신천역 상권 대로변 1층 상가도 3.3㎡당 8000만원 이하로만 연 6% 수익률을 간신히 맞출 수 있다”며 “단지 내 상가 분양가는 이보다 훨씬 비싸니 결국 한동안 공실로 둬야 할 상황”이라고 전했다.
특히 두 상가는 물량 부담도 만만치 않다. 트리지움이 179개 점포인 데 반해 엘스는 점포 수가 340개나 된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소장은 “신천역 일대 단지 내 상가는 분양가가 높고 공급이 많은 반면 강력한 집객 효과가 있는 콘텐츠도 없어 투자성 있는 지 꼼꼼히 체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SG뱅크 상가경제연구소 유영상 소장은 “투자 후 자금이 묶이지 않도록 업종 선별과 주변 임대시세를 통한 수익 분석, 그리고 상가 활성화 방안 및 지하철역 출구별 상권력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며 “무엇보다 현장조사를 통해 앞서 문을 연 재건축 단지 상가의 현황을 파악한 뒤 투자 여부를 판단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자료원:중앙일보 2008. 8.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