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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단편] 미친 여자 (Crazy In Love)
WRITE.JEKKI
PS.불펌·도용·성형, 개념없는 행동입니다.
인소닷 내 맘님 제공
♥ 미친 여자 (Crazy In Love)
#.
“서한아, 여기야, 여기. 갈릭 스테이크 전문점!”
“…….”
“헤에, 여기 진짜 오랜만이다. 우리 중간고사 끝나고 오고 안 왔었잖아.”
“응.”
“자, 자, 들어갑시다!”
“…….”
아담한 크기의 가게 안에는 언제나 그렇듯 손님이 거의 없었다. 여전히 무신경한 표정을 고집하는
서한이의 손을 꼬옥 잡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뽀글머리의 주인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아주셨다.
“유은이, 오랜만이네?”
“네. 저어기 창가쪽 자리 앉을게요.”
“그래, 혼자 왔어?”
“아줌마도 참. 여깄잖아요, 우리 서한이.”
“아, 그러고보니 서한이도 왔구나. 아줌마가 눈이 나빠져서. 호호.”
“정말요? 안경 하나 장만하세요. 눈 나쁘면 생활하기 불편하잖아요.”
“그래, 그래야겠구나.”
“헤헤, 저 갈릭 스테이크 Mini로 2개 주세요.”
“2개?”
“네.”
“서한이는 오늘도 안 먹을 것 같은 데.”
“아니예요, 그래도 서한이가 아줌마 음식은 먹으니까 먹을거예요.”
“호호. 그래, 기다리렴.”
“네.”
눈을 몇 번 깜빡이시는 아주머니를 뒤로 한 채, 햇살이 눈부신 창가 쪽 자리에 마주앉은 나와
서한이. 이 녀석은, 워낙 무신경해서 내가 먼저 말을 걸지 않으면 절대 먼저 입을 여는 경우가
없었다. 그래도 명색이 손유은 남자친구인데.
“서한아.”
“응?”
“우리 스테이크 먹고 오락실 가자.”
“…….”
“음, 그리고…. 아니다, 그냥 우리 시내를 돌아다니자. 나, 아이스크림도 사줘. 응?”
“알았어, 손유은.”
“으음, 다시.”
“… 알았어, 유은아.”
“좋아, 잘했어, 김서한. 헤헤.”
“…….”
“하나하나 고쳐나가면 되지, 뭐.”
“…….”
서한이에게서 듣는 내 이름은 너무 예쁘다. 다른 사람에게 들었을 때에는 그냥 그랬는 데, 정말
이상하게 서한이가 내 이름을 불러주면 내 이름이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이름인 것 같은 이상한
착각에 빠져든다.
김서한. 나랑 동갑이고 같은 학교에, 같은 과 친구였다. 나의 적극적인 애정공세에 반년이 지나서야
사귀기로 한, 밍숭맹숭 맹물같은 녀석.
“스테이크 나왔습니다.”
“와아, 감사합니다. 여기요, 여기.”
“… 예에.”
“잘 먹겠습니다, 헤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점원 언니는 나와 서한이를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고는 머리를 갸웃거리며
주방으로 다시 들어가버렸다. 별로 신경 안 쓴다, 왜냐면 당연하니까.
“그래도 외투 걸쳤는 데, 티가 나긴 나나봐.”
“응. 티나.”
“하긴, 바지는 적나라하게 다 보이네.”
“응. 그러니까 아예 사복으로 갈아입자고 했잖아.”
“헤헤, 그래도 병원복 입고 나오는 재미도 쏠쏠해.”
“…….”
서한이는 스테이크를 썰며 웃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내가 스테이크를 다 먹을 때까지 서한이는
스테이크에 손도 대지 않았다. 워낙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남자인데도 불구하고 Mini 스테이크로
시킨 건데, 서한이는 내가 먹는 모습만 보고 있었다.
“서한아, 안 먹을거야?”
“… 응. 미안.”
“됐어, 그럼 내가 먹을게.”
“…….”
“그래도 니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점으로 온 건데, 정말 입맛 없어?”
“… 응.”
나는 미안해하는 서한이에게 활짝 웃어보였다.
괜찮아, 서한아. 난 지금 행복해.
#.
겨울치고 오후는 바람 한점 불지 않고 따뜻했다. 오랜만에 따가운 햇살이 거리를 비췄고, 그래도
겨울은 겨울인지 대화를 나누며 걷는 사람들의 입에서는 입김이 하얗게 나왔다.
서한이는 내 손을 꼬옥 잡아주었다. 나 역시 서한이의 손을 꼬옥 잡았다. 거리를 걸어다니는 다른
커플들처럼 나와 서한이도 커플이었다.
“와, 날씨 진짜 좋다.”
“…….”
“오늘 내가 밖에 나왔다고 하나님이 선물 주시나봐. 그치?”
“응.”
“와아, 서한아, 나 저기 아이스크림!”
“그래.”
리어카를 색다르게 개조해 아이스크림을 파시는 동 아저씨. 우연히 들은 이야기지만, 아저씨의
성이 ‘동’이고, 이 근처 유치원생들의 얄궂은 장난으로 일명 ‘똥 아저씨’로 불리신다. 서글서글한
인상을 가지신 동 아저씨는 몇 년 전 피로가 누적되어 쓰러지셨고 그 날을 기점으로 말수가 많이
줄어드셨다. 원래는 아줌마들 못지않은 수다쟁이셨는 데.
“아저씨, 저예요, 유은이.”
“… 뭐 먹을겨?”
“어라, 벌써 유치원생들이 왔다갔나봐요? 초콜렛 맛이 다 떨어졌네.”
“… 허허.”
“으음, 그럼 전 서한이가 좋아하는 망고맛 주세요.”
“…….”
내가 서한이를 쳐다보자 서한이는 자신의 옷을 뒤적거리려다 말고 내게 시선을 맞췄다.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서한이는 피식 웃으며 내가 걸친 서한이의 코트를 턱 끝으로 가리켰다.
“아, 코트에 돈 넣어뒀구나.”
“응, 그런가봐.”
“으음, 여깄다. 천원.”
“…….”
동 아저씨는 내게 망고맛 아이스크림을 건네주었다. 아이스크림을 건네받으며 천원을 내밀자
아저씨는 주춤주춤 일어나 천원을 건네받고는 천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천원에는 서한이와
내가 장난치듯 써놓은 글귀가 적혀있을 테지.
‘김서한♡손유은’
#.
서한이와 나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다. 아니, 거의 내가 묻고 깔깔 웃고 서한이는 그저
대답하고…. 그것 뿐이었다.
“나 빨리 병원 나와서 너랑 이렇게 이곳저곳 다니고 싶어.”
“… 응.”
“넌 성격은 깔끔해도 집은 항상 엉망이니까, 내가 얼른 청소도 해줄게.”
“…….”
“음, 그리고 니가 좋아하는 역사소설도 사줄게.”
“…….”
“퇴원하면, 같이 서점도 자주 갈게. 지루하긴 하지만 그래도 니가 좋아하니깐….”
“그래.”
“서한아.”
“응.”
“… 멀리 가지마.”
“…….”
마주잡은 서한이의 손은 차가웠다. 그게 이상하게 자꾸 심장을 아려오게 만들어서, 그래서 였을걸.
들뜬 기분으로 망고맛 아이스크림까지 몽땅 먹어치운 내가 이유모를 긴장에 몸이 굳어진 건.
“손유은.”
“응?”
“… 내 옆에 있어.”
“응. 그럴게.”
“그래도 넌, 내 옆에 있어야 제일 안전하잖아.”
“응, 너랑 같이 있으면 기분이 좋아. 그러니까, 어디 가지말고 항상 내 옆에 있어야 돼. 알았지?”
“… 항상 네 옆에 있잖아.”
“헤헤, 응! 항상. 항상이야, 서한아.”
“… 그래, 항상.”
“헤헤.”
서한이는 부드럽게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서한이를 바라보는 게 눈이 부셨다. 햇살이 강해서일까,
나는 눈을 찡그리며 서한이를 바라보았다.
“손유은!!!!!”
“… 아, 경운아.”
나와 서한이의 시간을 방해한 건, 요즘들어 뿔난 표정만 짓고 있는 이경운 녀석이었다. 서한이의
친척이자 친구이고, 그리고… 몇 달 전에 내게 고백했던 녀석.
“… 하, 손유은, 너 진짜!!!”
“왜 화를 내고 그래!”
“말도 없이 병원 나와버리면 어쩌자는 거야!!! 도대체 어떻게 나온 거야, 손유은!!!”
“화 내지마, 머리 아파.”
“정말… 정말 사람 도는 꼴 보고 싶어서 그래?”
“머리아프다고 했잖아!!! 가!!!”
“지금 병원에서 난리났어! 내가 몇 번을 얘기해,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고.”
“싫어, 병원 안 가.”
“손유은, 지금 당장 병원 가. 얼른.”
“아아악, 싫어어!!!!”
경운이는 내 손을 우악스럽게 잡아 끌었다. 덕분에 꼬옥 쥐고있던 서한이와 마주잡은 내 손이
떨궈졌다. 서한이는 여전히 무신경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햇살이… 서한이를 집중적으로
내리쬐나봐, 자꾸 서한이가 눈이 부셔.
“서한아, 서한아 나 좀 잡아줘!!!”
“소, 손유은.”
“서한아아, 나 병원 싫어. 응? 서한아, 거기서 뭐해? 이리와, 응?”
“손유은, 너 진짜….”
“김서한!!!”
“손유은, 정신차려, 제발!!!!!!”
버럭 소리지르는 경운이. 그리고 나와 경운이에게 집중되어버린 길 한복판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
“… 서한이에게 갈거야. 서한아.”
“손유은, 제발… 제발 이러지마.”
“서한아, 빨리 와. 응?”
“… 손유은!!!! 정신차려!!! 도대체 왜 이래, 이제 정신 차릴 때도 되었잖아!!! 언제까지 이럴거야?”
“…… 으… 듣기 싫… 어.”
“제발… 제발 정신 좀 차려!!! 김서한 죽은 지 벌써 1년째야!!!! 너 벌써 1년째 이러고 있다고!!!”
“하지마, 아니야, 서한이 저기 있잖아.”
“죽었어!!! 김서한, 그 날 교통사고에서 즉사했다고, 너만 간신히 살았다고, 몇 번을 말해!!! 1년째
너 이러는 거 뒷바라지하는 나는 생각 안 해? 손유은, 나는… 나는 생각 안 해? 어?”
“… 아, 머리 아파……. 서한… 아.”
“그 놈의 김서한, 김서한, 김서한!!!! 그 새낀 이제 이 세상에 없는 새끼라고!!!”
“…… 흐흑… 아니야, 아니야….”
어느새 서한이는 없어져버렸다. 분명 햇살이 눈부신 저기에 있었는 데, 없어져버렸어. 희미하게
웃고 있었단 말이야. 내 손도 꼭 잡아줬단 말이야. 항상 옆에 있겠다고 했단 말이야.
“이리와, 손유은…. 병원에서 너 찾느라고 난리났어.”
“… 서한이… 없어졌어.”
“1년 전부터 없었어.”
“…… 아니야, 오늘 나랑… 같이 밥도 먹었고, 손도 잡아주고, 아이스크림도 사줬어.”
“제발, 손유은.”
“오늘 서한이가… 서한이가 웃어줬는 데.”
“…… 하아.”
“오늘 서한이가 웃어줬단 말이야. 잘 안 웃는 녀석인 데, 웃어줬어….”
“… 손유은.”
내 손을 꽈악 잡고 앞서 걸어가던 경운이가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봤다. 그리고는 내 앞에 쪼그리고
앉아 내 두 손을 꼬옥 잡고는 나를 올려다보았다. 턱 끝까지 흘러내리던 내 눈물이 경운이의 이마에
투욱… 떨어져내렸다.
“미안해, 유은아.”
“…….”
“알아, 보고싶은 거, 생각나는 거, 그리운 거.”
“…….”
“니가 그 자식을 얼마나 사랑하는 지, 다 안다고, 난.”
“…….”
“근데 있지,”
“…….”
“그 날, 하필이면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데, 하필이면 부산에 계신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 데,
하필이면 너랑 그 녀석이 탔던 버스가 막차였는 데, 하필이면… 씨발, 하필이면 그 버스에 그냥
그 쳐죽여도 시원찮을 범죄자 새끼가 탔던 거 뿐이야.”
“…….”
“하필이면 그 전국적인 싸이코 범죄자 새끼가… 그 버스에 타서, 그 기사를 위협한 거고, 하필이면
빗길이 너무 미끄러워서, 하필이면 근처에 있던 경찰차가 삐용삐용… 소리를 내서 범죄자 새끼가
갑자기 총을 쏴버렸던 것 뿐이고,”
“… 흐… 흐흡….”
“긴장하셨던 기사아저씨가… 일시적 심장마비를 일으켜서 그냥, 그냥 그 앞 건물에 버스를 들이박았던
것 뿐… 이야. 그, 그 건물에 버스가 박히면서, 그 자식은… 너를 끌어안아주다가… 다쳤을 뿐이야.”
“흐흡… 흡….”
“… 근데, 하필이면 그게 너무 세게 다쳐서, 그래서 간거야. 그러니까, 이해할게. 너 그 자식 그리워하고
기억하는 것도 다 이해할게. 근데,”
“… 끄윽… 흡….”
“근데, 병원에서 탈출하지는 마. 응? 시간이 더 필요한 것도 알겠고, 아직까지 울고 웃고 반복하는 것도
다 이해할게. 그러니까, 그러니까 말없이 그렇게… 나가지마.”
“…… 흐흡….”
경운아, 난 가끔 무서워. 내 옆에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붙어있겠다던 서한이가, 내 옆은 자신이 맡은
자리라며 웃던 서한이가, 내 손을 잡는 걸 좋아했던 서한이가, 또 떠나가버릴까봐 무서워. 내가 왜
병원에 있어야하는 건지, 내가 왜 병원에서 의사와 의미없는 대화를 나누어야하는 건지, 내가 왜
억지로 웃는 간호사 언니들 틈에 있어야하는 건지, 난… 정말 모르겠어.
#.
“엄마.”
“응?”
“… 아까 그 아가씨 말이야.”
“유은이?”
“응. 그 병원복 입고 있던 여자.”
“그래, 유은이. 왜?”
“… 여전한가봐.”
“…….”
버섯 모양의 작은 규모의 스테이크 전문점 안. 손님이 없는 틈을 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녀였다.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중년 여성은 몇 분전 유은이 앉았던 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 날, 그 교통사고 이후로 멀쩡했던 애가 저렇게 되어버리다니.”
“…….”
“난 아까 그 아가씨가 우리 집 올때마다 무서워.”
“…….”
“마치 사람이 옆에 있는 것처럼 혼잣말하고, 진짜 정신이 나가도 저렇게 나간 경우는 처음이야.”
“…….”
“오늘도 혼자 와서 스테이크 2개나 시키고, 앞에 사람이 앉은 것처럼 대화하고. 어흐, 무서워.”
“… 보이겠지. 보이니까 대화를 하고, 말을 걸고, 밥을 먹겠지.”
“아, 엄마, 무섭게 진짜!”
“…….”
중년 여성은 유은이 앉았던 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피식 웃었다. 자신의 팔뚝을 슥슥 문지르는
딸을 힐끔 바라보았다가 이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손님 오셨다, 안내해라.”
예쁜 소설표지를 제공해주신 러블리 내 맘님께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슬프기도 하고 뭉클하네요... 저도 그 마음 알 것 같아요...
♥ 센스있으신 mmanjsirh님, 댓글 소중히 받겠습니다! 예쁘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게요.. 슬프면서...왠지 .... 암튼 잘봣어요..
♥ 센스있으신 예나라네님, 댓글 감사해요! 댓글에서 막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모호함이 느껴져요, 헤헷.
우왓 언니 단편올린거? 다시 읽어도 찡하네ㅜ.ㅜ
♥ 센스쟁이 끌리, 감동했어^^. 고마워잉
감동받고 간다 제키^^
♥ 사랑하는 우리 왕코*,* 격하게 감동했다 헤헷
아 반전이군요.. 짧은 단편이지만 여운이 오래갈 것 같아요.. 저는 근데 다른 주인공들보다 경운이라는 저 사람이 왠지 더 불쌍하고 슬프네요..~ 글 너무 잘쓰세요! 장편소설도 쓰시면 쪽지주세요^^ 그리고 부족한 작품 예쁘게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 우와 진짜 러블리하신 우리 내 맘님!!! 자, 장편소설쓸 때도 쪽지줘도 되요? 꺄아 감사해요*,* 헤헷 그리구 내 맘님 작품덕분에 소설이 더 살아난 거랍니다*,* 댓글 감사해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 우와 시유님 감사해요^^. 추, 추천까지!!! 우와아
진짜 진짜 슬프네요 ,, 열심히 울면서 갑니다,, 감사합니다,
♥ 센스있으신 욕히님, 댓글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덕분에 큰 힘이 되었답니다, 헤헷.
그저 추천꾹!ㅠㅠ
♥ 센스있으신 코코넛뜨님, 댓글 잘 받겠습니다^^. 추천까지 해주시고 정말 감사해요!
ㅠㅠ 여주불쌍해요ㅠㅠ
♥ 센스있으신 가을♥님, 댓글 감사해요! 그죠, 유은이… 가 결국 제목그대로 미친 여자이기 때문에. 에긍. 읽어주셔서 정말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