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침개를 구울 때마다 물끄러미 창밖을 응시하는 습관이 있다 수직으로 죽어간 빗방울의 영혼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온 집안 들끓는 빗소리에 라디오를 켜는 버릇도 있다 잡음잡음 잡히는 그의 아릿한 살내음, 비 오는 날 부침개가 그리운 것도 다 그 때문이다 주파수를 맞추지 못해 화르르 제 몸을 뒤집어야 하는 저 뜨거운 몸을 보라 투명한 분계선을 넘나드는 빗소리, 외마디 돌의 비명이 새겨진 유리창엔 사랑을 깊이한 눈망울도 맺혀 있다
또록또록 빗방울 받아 적은 유리의 기술이다
〈경북방송/김조민이 만난 오늘의 시〉2023.01.21.
비가 내릴 때마다 부침개를 굽는다. 그럴 때마다 자글자글 전해오는 소리는 꼭 빗소리를 닮았다. 라디오를 켤 때 들려오는 잡음을 닮았다.
우리는 늘 누군가에게 주파수를 제대로 잡아야만 선명한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빗방울의 음성을 유리 원고지에 받아 적고 싶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