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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직공기(官職公器)
벼슬자리는 공공의 기구라는 뜻으로, 관직을 사욕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말이다.
官 : 벼슬 관(宀/5)
職 : 벼슬 직(耳/12)
公 : 공 공(八/2)
器 : 그릇 기(口/13)
출전 : 조선왕조실록 태조 3년
조선 태조 3년(1394) 12월 26일에 대사헌 박경 등이 첨설직 제수 방안에 대해 올린 상소을 올린 가운데 이 성어가 나오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사헌 박경(朴經) 등이 상소하였다.
大司憲朴經等上疏曰:
관직은 공기(公器)이니 마땅히 덕망을 먼저 보아야 하고, 함부로 임명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官職公器, 宜先德望, 不可假濫。
국가에서 고려의 옛 제도에 의하여 순자(循資; 관리들을 근무에 따라서 승진시키던 인사제도의 하나)의 법을 쓰고 있는데, 진실로 재질과 덕망이 출중하지 않으면 계급을 뛰어 올릴 이치가 없는 것입니다.
國家因前朝之舊, 乃用循資之格, 苟非才德出衆, 固無超資之理。
전하께서 숙위(宿衛)하는 군사들 가운데 포상을 받지 못한 자가 있을까 하여, 그 공로의 다소로 계급의 등급을 매겨서 (명예직으로 설치한) 첨설관(添設官)의 직을 주고자 하매,
殿下顧念宿衛之士, 有未霑恩命者, 以其功勞多少, 第其資級高卑, 授以添設官職。
여러 장군과 절제사로 하여금 그 이름을 기록해 올리게 한 것인데, 그 중에는 간사하고 교활한 자가 거짓으로 전의 계급을 올려서 높은 벼슬을 취한 자도 많이 있습니다.
諸將軍節制使錄其職名以進, 其中奸黠者, 詐增前級, 躐取高官者, 蓋多有之。
이것은 인심이 다 같이 미워하는 것이며, 국법으로 징계해야 하는 것입니다.
此人心所同惡, 而國法所當懲也。
이제 이미 여러 도에 영을 내려서, 이런 무리들을 찾아내어 말을 징발하고, 직첩을 거두게 하였으나,
今已下令諸道, 搜索此輩, 徵之以馬, 仍收職牒。
신 등은 그윽이 생각하옵건대, 뒤에 징계하는 것이 어찌 당초에 살피는 것과 같겠습니까?
臣等竊謂與其懲之於後, 曷若審之於初。
바라옵건대, 지금부터는 가선(嘉善) 이하 4품 이상의 첨설직을 받는 자는 모두 교명(敎明; 사령장)에 그 전직을 기록하여 거짓이 없게 하고, 그 교명은 다 사헌부로 내려보내서 전 직첩을 조사해 본 뒤에 발령하게 하면, 사람들이 무턱대고 승진하려 하는 마음이 없어질 것이요, 나라에서도 함부로 상주는 폐단이 없을 것입니다.
伏望自今, 嘉善已下四品已上受添職者, 皆於敎命, 錄其前職, 以防僞濫, 其敎命, 皆下本府, 考其前職之牒, 方許出給, 則人絶冒進之心, 國無濫賞之弊。
임금이 그대로 윤허하였다.
上允之。
⏹ 다음은 허권수 교수의 벼슬자리는 공공의 기구다는 관직공기(官職公器)의 글이다.
조선왕조(朝鮮王朝)를 세운 태조(太祖) 이성계(李成桂)가 임금 노릇한 지 2년쯤 됐을 때 대사헌(大司憲) 박경(朴經)이 이런 상소를 했다. ‘벼슬 자리는 공공의 기구입니다. 먼저 그 사람의 덕행을 보고 임명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가짜를 함부로 임명해서는 안됩니다(官職公器, 宜先德行, 不可假濫)’라고 했다.
태조가 나라를 세우고 나서 ‘내가 세운 나라인데, 봐 줄 사람 좀 봐 주어야지’라는 심정으로 2년 정도 나라를 다스려 왔다. 즉각 강직한 신하들의 반발이 있었고, 태조는 그래도 그런 건의를 받아들였다.
역대 대통령들이 인사문제로 골치를 앓았다. 취임한 지 1년쯤 지나면 국민들의 지지도가 내려가는 원인 가운데 하나가 인사문제를 잘못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고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였다. 이승만 대통령은 미국서 같이 일하던 사람, 종교가 같은 사람, 이북 출신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잘 아는 군인들을 많이 발탁했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가신들이 요직을 많이 차지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코드가 같은 사람을 쓴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도 결국은 자기와 평소에 친하던 정치인 언론인 교수 등이 주류를 이뤘다.
박근혜 대통령 때는 누가 장난을 치는지, 국무회의에 통과되기도 전에 누가 어떤 자리에 간다고 인사에 관한 유언비어가 나돌았는데, 결과는 그대로 된 경우가 많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 시대 대통령들의 적폐를 청산한다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다. 그런데 벌써 권력 사유화가 제일 심하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1년 반 동안 임명한 사사로운 인사가 박근혜 대통령 4년 동안 한 것보다 더 많다고 한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인사 8명을 장관에 임명했다. 자기와 동업하던 변호사를 법제처장에 임명했고, 미투사건에 연루돼 도지사 출마를 못하고 물러났던 인사를 슬그머니 국회의장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대학 동기는 한국자유연맹 총재 자리에 앉혔다. 해양진흥공사 사장은 자기 중고교 동기다.
나라는 대통령 개인의 것이 아니다. 대통령은 5년 운전석에 앉았다가 내려간다. 그동안에 망쳐놓으면 다음 대통령이 고생할 뿐만 아니라 나라의 운명이 어렵게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되기 직전에 어떤 대담집에서 “국가권력을 사사롭게 여기고, 권력을 사익 추구의 수단으로 삼는다”라고 했다. 박근혜 정권을 두고 한 말이었다.
그러나 지금 누가 “문 대통령님은 그렇지 않습니까?”라고 물으면,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답할 수 있을까? 지금부터라도 정신을 차려야 ‘제2의 최순실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 官(벼슬 관)은 ❶회의문자로 갓머리(宀; 집, 집 안)部와 (이; 많은 사람)의 합자(合字)이다. 官(관)은 많은 관리(官吏)가 사무를 보는 곳, 관리(官吏), 관청(官廳)을 말한다. ❷회의문자로 官자는 ‘벼슬’이나 ‘관청’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官자는 宀(집 면)자와 阜(언덕 부)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阜자는 흙이 쌓여있는 ‘언덕’이나 ‘구릉’을 그린 것이다. 이렇게 언덕을 뜻하는 阜자에 宀자가 결합한 官자는 ‘높은 곳에 지어진 집’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전에는 官자가 나랏일을 하던 ‘관청’을 뜻했었다. 나랏일을 하는 관청을 높은 곳에 지어진 집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후에 官자가 ‘벼슬아치’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면서 지금은 여기에 食(밥 식)자를 더한 館(객사 관)자가 ‘관청’이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官(관)은 (1)일정한 직책을 맡은 군인(軍人)이나 일정한 직위에서 일하는 공무원(公務員)임을 나타내는 말 (2)관청(官廳) (3)관청(官廳)의, 관청(官廳)에 딸린의 뜻 (4)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벼슬, 벼슬자리 ②벼슬아치 ③마을 ④관청(官廳), 공무(公務)를 집행(執行)하는 곳 ⑤기관(機關) ⑥일, 직무(職務) ⑦임금, 아버지, 시아버지 ⑧관능(官能), 이목구비 등 사람의 기관 ⑨본받다, 기준(基準)으로 삼아 따르다 ⑩직무(職務)로서 담당하다, 관리하다 ⑪벼슬을 주다, 임관하다 ⑫섬기다, 벼슬살이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벼슬 위(尉), 벼슬 작(爵),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백성 민(民)이다. 용례로는 국가공무원이나 관직에 있는 사람을 관리(官吏), 관리들이나 특수한 권력을 가진 관리들을 관료(官僚), 관리들이 나랏일을 맡아보는 기관을 관청(官廳), 나라 일을 보던 집을 관가(官家), 관리의 직제나 직무나 벼슬을 관직(官職), 높은 관리가 살도록 정부에서 관리하는 집을 관저(官邸), 국가의 각 기관 또는 그 관리의 사회를 관계(官界), 관가의 계집종을 관비(官婢), 예전에 벼슬아치들이 모여 나랏일을 처리하던 곳을 관아(官衙), 나라의 관리가 맡아 다스리는 정치를 관치(官治), 정부에서 직접하는 경영을 관영(官營), 수령의 음식을 만들던 곳을 관주(官廚), 한 관청의 으뜸 벼슬을 장관(長官), 장관을 보좌하고 그를 대리할 수 있는 별정직 공무원을 차관(次官), 거세된 남자로 궁정에서 사역하는 내관을 환관(宦官), 법원에 소속되어 소송 사건을 심리하여 법률 상의 해석을 내릴 권한을 가진 사람을 법관(法官), 군인의 신분으로서 군사 관계를 맡아보는 관리를 무관(武官), 군인의 신분이 아니면서 군사에 관련된 행정 사무를 보는 관리를 문관(文官), 잘 다스려서 이름이 난 관리를 명관(名官), 먼젓번의 수령을 구관(舊官), 윗자리의 관원을 상관(上官), 통역하는 일을 맡은 관리를 역관(譯官), 관리는 높고 귀하며 백성은 낮고 천하다는 사고 방식을 관존민비(官尊民卑), 관가 돼지 배 앓는다는 속담의 한역으로 자기와 아무 관계없는 사람이 당하는 고통을 관저복통(官猪腹痛), 벼슬자리에 오래 있으면 저절로 부자가 된다는 관구자부(官久自富), 오랫동안 벼슬을 함을 관불이신(官不移身), 관가에서 신문을 받는 사람이 관원에게 욕설을 하며 덤비는 행동을 관정발악(官庭發惡), 관귀가 발동하여 이롭지 못하다는 말을 관귀발동(官鬼發動) 등에 쓰인다.
▶️ 職(직분 직)은 ❶형성문자로 耺(직), 聀(직), 职(직), 軄(직)은 통자(通字), 职(직)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귀 이(耳; 귀)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나뭇 가지를 땅에 세우다의 뜻을 나타내는 글자 戠(직)으로 이루어졌다. 가게에서 장사의 종류를 사람에게 나타내기 위해 장대에 다는 작은 기의 뜻으로 전(轉)하여 직업의 뜻이 있다. ❷회의문자로 職자는 '직분'이나 '직책'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職자는 耳(귀 이)자와 音(소리 음)자, 戈(창 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이것은 '소리(音)를 듣고(耳) 기록한다(戈)'라는 뜻이다. 戈자에 있는 새겨서 '기록한다'라는 뜻을 이용해 어떠한 말을 듣고 기록한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職자의 본래 의미는 '기록한다'였다. 하지만 후에 기록을 담당하는 신분이 강조되면서 '직분'이나 '직책'이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職(직)은 관직(官職), 직업(職業), 직책(職責), 직무(職務), 직위(職位) 등의 뜻으로 ①직분(職分) ②직책(職責) ③벼슬 ④공물(貢物) ⑤일 ⑥사업(事業) ⑦맡다 ⑧오로지 ⑨주로,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관공서나 회사나 학교 등에서 각각의 직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직원(職員), 생계를 세워가기 위해 일상적으로 종사하는 일을 직업(職業), 공장이나 회사나 관청 등에 있어 각자가 맡은 일을 하는 일터나 일자리를 직장(職場), 담당하여 맡은 사무를 직무(職務), 직무 상의 책임을 직책(職責), 직무 상의 권한을 직권(職權), 직업이나 직무의 종류를 직종(職種), 직무 상의 능력을 직능(職能), 마땅히 해야 할 본분을 직분(職分), 직무의 종류와 책임의 정도에 따라 구분한 공무원의 계급을 직급(職級), 직무나 직위에 관한 제도를 직제(職制), 현직에서 물러남을 퇴직(退職), 현재 근무하는 직업 또는 그 직무를 현직(現職), 직업을 얻음을 취직(就職), 직책을 모독하는 일로 특히 공무원이 지위나 직무를 남용하여 비행을 저지르는 일을 독직(瀆職), 전에 가졌던 직업을 전직(前職), 직업을 바꾸어 옮김을 전직(轉職), 관청이나 공공단체의 직무를 공직(公職), 맡은 바 직무를 내어놓고 그만 둠을 사직(辭職), 직업이나 직장을 구함을 구직(求職),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직업을 잃음을 실직(失職), 학생을 가르치는 직무를 교직(敎職), 직장에 근무하고 있음을 재직(在職), 어떤 까닭으로 그만두었던 직을 다시 회복함을 복직(復職), 맡은 바 직무를 보다가 죽음을 순직(殉職), 직무를 내어 놓게 함을 해직(解職), 일자리나 직무를 물러나게 함을 면직(免職), 한 사람이 두 가지 이상의 직무를 겸함을 겸직(兼職), 직업을 잃거나 직장을 떠남을 이직(離職), 관직을 파면 시킴을 파직(罷職), 일정한 직업이 없음을 무직(無職), 죄인의 벼슬과 품계를 빼앗고 사판에서 이름을 없애 버림을 일컫는 말을 삭탈관직(削奪官職), 신분에 알맞은 벼슬이나 직분 또는 마땅히 차례에 올 벼슬이나 직분을 일컫는 말을 당래지직(當來之職), 품계는 낮고 벼슬은 높다는 말을 계비직고(階卑職高), 부정을 저지른 관리를 파면시키고 관고를 봉하여 잠그는 일을 일컫는 말을 봉고파직(封庫罷職), 돈이나 재물을 받고 벼슬을 시킨다는 말을 매관매직(賣官賣職), 자리가 아주 낮고 변변찮은 벼슬이라는 말을 미관말직(微官末職), 중요하지 않고 일이 많지 않아 한가로운 벼슬 자리를 이르는 말을 한사만직(閑司漫職) 등에 쓰인다.
▶️ 公(공평할 공)은 ❶회의문자로 마늘 모양의 사사로운, 나(我)의 뜻인 마늘 모(厶)部 일과 서로 등지고(八) 있다는 뜻이 합(合)하여 그 반대의 의미로 공변되다를 뜻한다. 公(공)의 옛 모양은 무엇인가 닫힌 것을 여는 모양인 듯하다. 옛날의 쓰임새는 신을 모시고 일족(一族)의 사람이 모이는 광장을 나타내고 그후부터 거기에 모셔지는 사람, 일족의 長(장), 높은 사람이란 뜻이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公자는 ‘공평하다’나 ‘공변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공변되다’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公자는 八(여덟 팔)자와 厶(사사 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厶자는 팔을 안으로 굽힌 모습을 그린 것으로 ‘사사롭다’라는 뜻이 있지만, 갑골문에서는 八자와 口(입 구)자가 결합한 형태였다. 사실 갑골문에 쓰인 口자는 ‘입’이 아니라 단순히 어떠한 사물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公자는 사물을 정확히 나눈다는 뜻이었다. 소전에서는 口자가 厶자로 바뀌게 되면서 치우침 없이 공정하게 나눈다는 뜻을 표현하게 되었다. 그래서 公(공)은 (1)여러 사람을 위하거나, 여러 사람에게 관계되는 국가나 사회의 일 (2)공작(公爵) (3)남자(男子)의 성이나 시호(諡號), 아호(雅號) 또는 관작(官爵) 뒤에 붙이어 경의를 나타내는 말 (4)공작(公爵)의 작위(爵位)를 받은 사람의 성이나 이름 뒤에 붙이어 부르는 말 (5)공적(公的)인의 뜻을 나타내는 말 (6)2인칭(二人稱) 남자(男子)에 대해서 당신, 그대의 뜻으로 쓰는 높임말 (7)3인칭(三人稱) 남자(男子)에 대해서 당신의 뜻으로 쓰는 높임말 (8)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공평(公平)하다 ②공변되다(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공평하다) ③공평무사(公平無私)하다 ④숨김없이 드러내 놓다 ⑤함께하다 ⑥공적(公的)인 것 ⑦상대를 높이는 말 ⑧벼슬(관아에 나가서 나랏일을 맡아 다스리는 자리. 또는 그런 일) ⑨존칭(尊稱) ⑩귀인(貴人) ⑪제후(諸侯) ⑫관청(官廳), 관아(官衙) ⑬널리 ⑭여럿,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사사 사(私)이다. 용례로는 여러 사람에게 개방함을 공개(公開), 국가 또는 지방공공단체의 사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공무원(公務員), 여러 사람이 모여 힘을 함께 함을 공공(公共), 세상이 다 알도록 뚜렷하고 떳떳한 방식을 공식(公式), 사회의 일반 사람들이 추천함을 공천(公薦), 공중 앞에서 약속함을 공약(公約), 일반에게 널리 알림을 공포(公布), 여러 사람들의 휴양을 위하여 베풀어 놓은 큰 정원을 공원(公園), 공평하고 올바름을 공정(公正), 공직에 있는 사람을 공직자(公職者), 어느 한 쪽에 기울이지 않고 공정함을 공평(公平), 국가 기관이나 공공단체가 설립하여 경영하는 기업을 공기업(公企業), 여러 사람 앞에서 연극 등을 연출하여 공개함을 공연(公演), 마음이 공평하고 사심이 없으며 밝고 큼을 공명정대(公明正大),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아 공평하고 사사로움이 없음을 공평무사(公平無私), 공(公)은 사(私)를 이기지 못한다는 공불승사(公不勝私) 등에 쓰인다.
▶️ 器(그릇 기)는 ❶회의문자로 噐(기)의 본자(本字)이다. 犬(견; 개)은 고대(古代)의 식료(食料)로서 무덤에 묻혀지는 일이 많았다. 개고기를 네 개의 접시에 쌓은 모습으로 먹을 것을 제각기 덜어 먹는 접시나 그릇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器자는 ‘그릇’이나 ‘접시’, ‘도구’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器자는 犬(개 견)자와 네 개의 口(입 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器자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일부에서는 개고기를 그릇에 담은 것으로 보기도 하고 또는 개가 귀한 그릇을 지키는 모습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모두 口자를 그릇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금문에 나온 器자를 보면 마치 개가 마구 짖어대는 모습으로도 보인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器자가 본래는 ‘개가 짖다’라는 뜻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 예서(隸書)에는 工(장인 공)자가 쓰인 噐(그릇 기)자가 있는 것으로 보아 후대에 噐자가 器자로 잘못 옮겨진 것은 아닌가 한다. 그래서 器(기)는 어떤 명사(名詞) 다음에 붙어 (1)기계(器械)나 기구(器具)나 그릇의 뜻을 나타내는 말 (2)생물체(生物體)의 한 기관(器官)을 나타냄 (3)성(姓)의 하나 (4)음식(飮食)의 그릇 수를 세는 단위(單位) (5)근기(根器), 기량(器量)이라는 뜻으로, 교법(敎法)을 믿고, 이를 실제로 닦을 만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그릇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 (6)기세간(器世間) 등의 뜻으로 ①그릇 ②접시 ③도구(道具) ④(생물체의)기관(器官) ⑤그릇으로 쓰다 ⑥그릇으로 여기다 ⑦존중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그릇 명(皿)이다. 용례로는 세간이나 그릇이나 도구 따위를 통틀어 일컬음을 기구(器具), 사람의 덕량과 재능을 기량(器量), 살림에 쓰는 그릇붙이를 기물(器物), 살림살이에 쓰이는 그릇붙이를 기명(器皿), 악기로 연주하는 음악을 기악(器樂), 음식을 담아 먹는 그릇을 식기(食器), 제사 때에 쓰이는 그릇을 제기(祭器), 사람을 죽이거나 해치는 데 쓰는 연장을 흉기(凶器), 사람의 덕량과 재능을 기량(器量), 차에 관한 여러 가지 기물을 다기(茶器), 기구와 기계를 아울러 일컫는 말을 기기(機器), 내장의 여러 기관을 장기(臟器), 물건을 담는 그릇을 용기(容器), 살림살이에 쓰는 온갖 기구를 집기(什器), 백토로 구워 만든 그릇을 사기(沙器), 진흙으로 만들어 잿물을 올리지 않고 구운 그릇을 토기(土器), 대나무로 만든 그릇을 죽기(竹器), 옻칠을하여 아름답게 만든 기물이나 그릇을 칠기(漆器), 대소변을 받아 내는 그릇을 변기(便器), 전쟁에 쓰는 모든 기구를 병기(兵器), 전쟁에 쓰이는 총검이나 화포나 핵병기 따위 온갖 기구를 무기(武器), 소총이나 권총 등의 병기를 총기(銃器), 사람의 기량은 깊고 깊어서 헤아리기 어려다는 말을 기욕난량(器欲難量),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진다는 뜻으로 크게 될 인물은 오랜 공적을 쌓아 늦게 이루어짐 또는 만년이 되어 성공하는 일을 이름을 대기만성(大器晩成), 국가를 다스릴 기량이 있다는 말을 간국지기(幹國之器), 깨어진 그릇 조각을 서로 맞춘다는 뜻으로 이미 잘못된 일을 바로 잡으려고 쓸데없이 애씀을 이르는 말을 파기상접(破器相接), 마룻대와 들보로 쓸 만한 재목이라는 뜻으로 나라의 중임을 맡을 만한 큰 인재를 이르는 말을 동량지기(棟梁之器), 군자는 일정한 용도로 쓰이는 그릇과 같은 것이 아니라는 뜻으로 군자는 한 가지 재능에만 얽매이지 않고 두루 살피고 원만하다는 말을 군자불기(君子不器), 이미 망가진 일을 고치고자 쓸데없이 애를 씀을 이르는 파기상종(破器相從), 큰 그릇을 작은 데에 쓴다는 뜻으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에게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일을 시킴으로써 그 재능을 살리지 못함을 두고 이르는 말을 대기소용(大器小用), 쥐를 잡으려다가 그 옆에 있는 그릇을 깨뜨릴까 염려한다는 투서공기(投鼠恐器)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