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서원 근처에 퇴계 선생이 지은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 시비(詩碑)가 있다. 이 시비의 글씨를 서예가 황재국 동문이 썼다. 그런데 이 시비가 도산서원 매표소에서 봉화 가는 길로 약 200미터 올라가 주차장 구역 외진 곳에 있어서 도산서원을 찾는 손님들이 보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올해 이 시비를 매표소 근처 시계탑 아래로 옮겼다.
도산십이곡은 퇴계 선생께서 도산서당을 지은 뒤 4년 만이자 65세 때인 1565년(명종 20년)에 지은 12수로 된 시조로서 선생의 친필 목판본이 전해져 오고 있다.
오른쪽 시비 전 6곡은 마음이 사물과 접하여 일어나는 감흥에 따라 선생 자신의 뜻을 나타낸 언지(言志)이고, 왼쪽 시비 후 6곡은 학문과 덕행을 실천하는 내용을 나타낸 언학(言學)으로 되어 있다.
한시는 읊조릴 수는 있어도 노래할 수 없기 때문에 한글로 시를 써서 노래 부르고 춤추게 함으로써 어리석고 천박한 마음을 씻어내고 자연과 하나가 되어 성품과 정서를 맑고 깨끗하게 하고자 하였다.
퇴계 선생 탄신 500주년이 되는 2001년을 맞아 그 해 10월 안동시에서 서예가 황재국 동문이 새로 쓴 글씨를 새겨 건립하였다.
오른쪽 시비 - 언지 6곡 <현대어 풀이>
[1]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떻겠는가
시골에만 묻혀 살아가는 어리석은 사람이 이렇게 산다고 해서 어떠하리오
하물며 자연을 끔찍이도 사랑하는 이 병을 고쳐서 무엇 하겠는가
[2] 안개와 노을로 집을 삼고 풍월로 벗을 삼아
태평성대에 병으로 늙어 가네
이러한 가운데 바라는 일은 허물이나 없고자 한다
[3] 순박하고 좋은 풍속이 죽었다 하는 말이 진실로 거짓말이로구나
사람의 성품이 어질다 하는 말이 진실로 옳은 말이로구나
천하에 허다한 영재를 속여서 말씀할까
[4] 그윽한 향기의 난초가 골짜기에 피어 있으니 자연히 좋구나
백운이 산에 걸려 있으니 자연히 보기가 좋구나
이러한 가운데에서 저 한 아름다운 분(임금)을 더욱 잊지 못하는구나
[5] 산 앞에 대(臺)가 있고 대 아래에 물이 흐르는구나
떼를 지어서 갈매기들은 오락가락 하는데
어찌하여 새하얀 망아지는 멀리 마음을 두는가
[6] 봄바람에 꽃이 산을 뒤덮고 가을 밤에 달은 누각에 가득 찼구나
네 계절의 아름다운 흥이 사람과 마찬가지라
하물며 천지조화의 오묘함이야 어느 끝이 있을까
왼쪽 시비 - 언학 6곡 <현대어 풀이>
[7] 천운대를 돌아서 완락재가 맑고 깨끗한데
많은 책을 읽는 인생으로 즐거운 일이 끝이 없구나
이 중에 오가는 풍류를 말해 무엇 할까
[8] 벼락이 산을 깨뜨려도 귀먹은 자는 못 듣나니
태양이 하늘 한가운데 떠 있어도 장님은 보지 못하나니
우리는 귀와 눈이 밝은 남자로서 귀 먹은 자와 장님 같지는 말아라
[9] 옛 훌륭한 어른이 지금의 나를 못 보고 나도 고인을 뵙지 못하네
고인을 뵙지 못해도 그분들이 행하시던 길이 앞에 놓여 있으니
그 가던 길이 앞에 있으니 나 또한 아니 가고 어떻게 하겠는가
[10] 그 당시에 학문에 뜻을 두고 실천하던 길을 몇 해나 버려두고
어디에 가서 다니다가 이제야 돌아왔는가
이제라도 돌아왔으니 다른 곳에 마음을 두지 않으리라
[11] 청산은 어찌하여 항상 푸르며
흐르는 물은 어찌하여 밤낮으로 그칠 줄을 모르는가
우리도 그치지 말아서 오래도록 높고 푸르게 살아가리라
[12] 어리석은 사람도 알며 실천하는데,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겠는가?
성인도 못 다 행하니, 그것이 또한 어려운 일이 아니겠는가
쉽거나 어렵거나 간에 늙어가는 줄을 모르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