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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와 백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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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와 문학 스크랩 유광수, 복을 읽어드리겠습니다, 다산북스
은하수 추천 0 조회 69 22.03.17 10:40 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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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22.03.17 10:46

    첫댓글 서평] 복을 읽어드리겠습니다- 저자 유광수 교수가 밝혀낸 ‘복’의 비밀 프로파일 카이로스 ・ 2021. 11. 29. 9:56
    URL 복사 이웃추가 한국인의 ‘잘 먹고 잘 사는 법’ 고전에는 인간의 바람이 담겨 있다! 복을 받고 싶다는 바람! 저자 유광수의 ‘복을 읽어드리겠습니다.’는 어쩌면 신선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고전 13편(복돼지와 김진사,구복여행, 차복이와 석숭이,세종에서 세조로,옹고집전 등)의 이야기를 통해 복을 짓고 복을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다. 여기에 고전의 결말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복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우리가 알아야 될 용기, 염치와 아량, 사람사이에 지켜야 할 도리들을 다시한번 짚어보게 한다.

    이책은 그저 고전을 다시 짚어보는데 그치지 않는다. 고전을 통해 읽는 독자들에게 자존감을 높이게 한다. 말그대로 ‘복을 읽어드리겠습니다.’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지친마음에 힘을 주고, 다시한번 해보자 하는 응원을 보낸다. <도서내용 중> p52. 이제 그만하고, 부뚜막에 소금을 집어넣으시라. 조금 실수하면 어떤가. 잘못되면 또 어떤가

  • 작성자 22.03.17 10:53

    유광수 교수의 우리 고전 비틀기 〈다모전(茶母傳)〉 핑계의 찌질함과 책임지는 당당함 <폄>
    박물관/음악/악기/영화/드라마 2021. 11. 15. 10:25 복사https://blog.naver.com/sato721/222568490639
    1969년생. 연세대 국어국문학과·동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문학박사) / 현 연세대 학부대학 부교수
    ♣ 송지양(宋持養), 〈다모전〉에 순조 때 밀주 단속에 나섰던 의로운 다모 김씨 이야기 기록
    ♣ 가난한 양반집에서 밀주 만든 걸 눈감아 주고 상금 노리고 형수 고발한 시동생 꾸짖어
    ♣ 국법 어기긴 했지만, 자신이 옳다고 믿는 그대로 행하고 그 값을 있는 그대로 받아

    2003년 인기를 끌었던 MBC 드라마 〈다모〉. ‘다모(茶母)’는 만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진 적이 있다. 주인공인 여성이 멋진 데다 무술 실력이 장난이 아니어서 그런지 ‘다모’란 직위를 굉장히 높은 것으로 짐작한다. 실은 그냥 노비다. 다모의 유래에 대해 이런저런 논의가 있지만, 본질적으로 식모(食母)가 밥하는 종이고, 찬모(饌母)가 반찬 만드는 종, 침모(針母)가 바느질하는 종인 것과 같은 맥락으로 차(茶)를 우려 내오는 여종[母]을 일컫는

  • 작성자 22.03.17 11:05

    같은 맥락으로 차(茶)를 우려 내오는 여종[母]을 일컫는 말이다. 식모·침모처럼 양반 집에 속한 천민이기도 했지만, 주막에서 장사하는 여자인 주모(酒母)처럼, 다모 역시 주로 관아에서 차와 술대접 등 허드렛일을 하는 여자 노비였다. 그래서 다모는 관청에서 양반 여성들과 접촉해야 할 일이 생길 때 이렇게 저렇게 부렸었다. 이렇게 다모는 관청 노비로 그 신분이 낮고 천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 하는 일도 무척 고됐다. 이런 다모를 우리가 대단하고 멋지게 보게 된 바탕에는 물론 방학기의 만화와 드라마의 영향이 가장 크다. 하지만 그 시작은 송지양(宋持養, 1782~1860)의 〈다모전(茶母傳)〉이다. 송지양의 《낭산문고(郞山文稿)》에 실린 그리 길지 않은 이 이야기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다모의 이미지는 생길 수 없었다.

    병구완을 위해 밀주 빚은 가난한 양반
    순조 32년(1832)에 경기, 충청, 황해도 등지에 큰 기근이 들었다. 곡식이 부족하다 보니 나라에서 술을 빚지 못하도록 금주령(禁酒令)을 내렸다. 먹을 쌀도 부족한데 곡식으로 술을 빚어 마셔 버리면 곤란했기 때문이다. 엄청난 벌금을 물리겠다는 금주령에도 불구하고 술 빚는 일은 끊이질 알았다.

  • 작성자 22.03.17 11:07

    결국 나라에서는 밀주(密酒)를 빚는 자들을 일러바치는 자에게 술 빚은 자들이 낼 벌금의 10분의 2를 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밀고하는 자들이 많이 생겼다. 서울 한성부(漢城府)에 김씨 다모가 있었다. 밀주 단속으로 바쁘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포졸들이 술 빚는 자를 잡으려고 나섰는데 그 집이 하필 양반집이었다. 낡고 퇴락해서 허름하고 가난해 보여도 함부로 들어가기가 저어되었다. 그래서 포졸들이 다모를 불러 들어가 보라 했다.

    그 집 할미는 밀주를 빚지 않았다고 잡아뗐지만, 다모가 몰래 들어가 보니 정말 술항아리가 있었다. 그녀가 증거품으로 술항아리를 들고 나오자, 할미는 두려움에 그만 졸도해 버렸다. 눈동자가 돌아가고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사지가 뻣뻣하게 마비되며 얼굴이 새파랗게 핏기가 없어졌다. 다모는 술항아리를 내려놓고 급히 할미를 안고서 더운 물을 마시게 하고는 여기저기 주물러 소생시켰다. ‘이깟 술 빚는 게 다 뭐라고 사람이 죽고 산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없지 않았지만, 일은 일이었다. 다모는 깨어난 할미를 질책했다. “대체 나라의 법을 어긴 이유가 무엇이냐?” 할미가 말했다. “제 남편이

  • 작성자 22.03.17 11:10

    고질병이 있어 술을 끊으니 밥을 삼키지 못합니다. 밥을 못 먹어 이제 거의 죽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병구완할 생각으로 이렇게 했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말을 들으니 사정이 정말 딱했다. 양반이라고는 하나 형편을 보아하니 가난해서 끼니도 제대로 때우지 못하는 것 같았다. 다모는 딱한 할미의 사정을 보고는 결심했다. 그대로 술동이에 든 증거물인 술을 쏟아 버렸다. 그러고는 그 집을 나와 콩죽 파는 가게로 가서 죽 한 사발을 사 가지고 다시 돌아와 할미에게 죽을 주며 물었다.

    “누가 술을 빚은 것을 알고 있지요?” 할미는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고 했다. 자기 혼자 쌀을 찧고 누룩을 사다 담갔다고 했다. 누구에게 돈 받고 판 적도 없다고 했다. “그럼 남편 말고 술맛을 본 자가 있소?” “네가 그러고도 양반이냐?” 그러자 할미가 시동생인 젊은 생원이 성묘 가는 길에 들렀다고 말했다. “집이 가난해 조반을 지을 수 없었는데, 시동생이 빈속에 가는 것이 안되어서 손수 한 사발 따라 권했소.” 다모는 시동생이 어떻게 생겼는지 묻고는 할미 집을 나왔다. 포졸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 작성자 22.03.17 11:13

    포상금을 받을 생각으로 포졸 주위를 맴돌며 얼쩡거리는 젊은 생원이 보였다. 다모가 그 생원에게 달려가 냅다 뺨을 갈겼다. “네가 그러고도 양반이냐? 양반이란 놈이 형수가 성의로 준 술을 일러바치고, 또 형수를 고발한 포상금을 받으려고 얼쩡거린단 말이냐?” 다모의 고함 소리에 주위 집의 다른 사람들까지 모두 나와 구경했다. 포졸들이 다모에게 역정을 내며 그녀를 붙잡아 소리쳤다.

    “네 이년. 네가 주인 할미의 꼬임에 넘어가서 술 빚은 것을 몰래 숨겨 주고는 도리어 고발한 자를 욕한단 말이냐!” 포졸들이 다모를 잡아다가 한성부 주부(主簿)에게 끌고 가 이 사실을 고했다. 사정을 들은 주부가 노해서 꾸짖었다. “너는 몰래 술을 빚은 것을 숨겨 주었으니 용서할 수 없다. 태형 20대에 처한다.” 태형은 죄인을 형구에 엎드리게 한 후 볼기를 치는 형벌이다. 보통 아랫도리를 벗겨서 때리는데, 수치심을 주기 위함도 있으나 보통 10대를 넘어가면 웬만하면 볼기 살이 찢어지고 터져 나가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피가 터져 나와도 그대로 집행을 한다. 여성의 경우는 간음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랫도리를 벗기지 않고 그대로 쳤는데 그게 더

  • 작성자 22.03.17 11:16

    그게 더 문제였다. 때리는 서슬에 옷이 날리는 경우도 있고 해서 그러지 않도록 물을 뿌린 후 볼기를 쳤다. 즉, 물볼기를 쳤다. 이 상황을 조금만 생각해 보면 여성들의 태형이 더 수치스럽고 고통스럽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물볼기가 더 아픈 것은 분명하고, 게다가 10대가 넘어가면서 살이 터지고 피가 튀면서 물과 피와 옷까지 곤죽이 되어 버린 볼기는 … 그야말로 난감한 상황이 된다. 그런 태형을 다모는 고스란히 20대나 맞았다.

    그리고 아마도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저녁 벌을 내렸던 한성부 주부가 몰래 다모를 불렀다. 〈다모전〉 문면에는 별다른 시간의 경과가 서술되지 않아 명확지는 않으나, 적어도 사나흘이 지난 후였을 것이다. 태형을 맞고 바로 쌩쌩하게 돌아다닐 수는 없으니 말이다. 아무튼 주부가 다모를 불러 말했다. “네가 국법(國法)을 어긴 자를 숨겨준 사실을 내가 용서하면 법 기강이 바로서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형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너는 의로운 사람이다. 내가 그것을 가상히 여겨 상을 내린다.” 다모는 밤에 남산 아래 그 양반집으로 가서 주인 할미를 만났다. 받은 상금 천 냥을 주며 말했다. “내가

  • 작성자 22.03.17 11:18

    “내가 상관에게 거짓말로 보고했으니 곤장을 맞는 것이 당연한 일이오. 그런데 상금을 주시더군요. 하지만 할머니께서 몰래 술을 빚지 않았다면 이렇게 상금을 받을 수는 없었을 겁니다. 그러니 이 상금을 할머니께 돌려드립니다. 반은 땔감을 사시고 반은 쌀을 사면 충분히 겨울은 날 거예요. 굶주림과 추위를 면하시고 다시는 몰래 술을 빚지 마세요.” 할미는 부끄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고마웠다. “당신이 나를 불쌍히 여겨 은혜를 입어 벌금을 면했는데, 무슨 낯으로 이 상금을 받겠습니까?” 그렇게 할미가 한사코 사양했으나, 다모는 주인 할미 앞에 돈을 몽땅 놓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 버렸다.

    국법과 인정 사이

    마지막이 훈훈하게 끝나서 그렇지 이 이야기는 사실 문제적이다. 다모가 한 짓은 명백한 범죄였다. 술을 빚지 말라는 명령은 임금이 한 것이다. 그건 임금이 사사로운 별난 마음에서 맘대로 정한 것이 아니었다. 일제(日帝) 강점기에 일제가 우리 자본을 말려 버리고 술을 못 빚게 하고 자신들이 술도가를 독점하여 엄청난 이득을 챙긴 일이 있었지만, 순조 때의 금주령은 그와 성격이 달랐다.

  • 작성자 22.03.17 11:19

    곡식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술은 끼니를 때우는 것이 아니라 기호로 마시는 것인 데다가 밥 대신 술로 만들어 마셔 버리면 너무 많은 곡식이 들어가서였다. 좋은 취지든 그렇지 않든 우선은 임금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 그건 단순히 벌금을 내거나 곤욕을 당하는 문제 때문이 아니라, 한 나라를 이끄는 리더의 명령이기 때문이다.

    한 사회가 제대로 유지되려면 그 사회에서 결정한 것을 따르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인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 사회에서 결정하는 방식에 따라 왕이 홀로 결정하기도 하고 소수의 귀족들이 결정하기도 하고 민주주의처럼 권력을 분산시켜 다각도로 점검해서 결정하기도 한다. 결정을 내리는 방법의 차이야 있지만 중요한 것은 결정된 것을 따라야 한다는 점은 같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결정하나 마나이고 규칙을 정하나 마나 소용없기 때문이다. 사회가 제대로 유지되기 힘들다. 다모가 술을 몰래 빚은 할미를 제 마음대로 묵인한 것은 옳지 않다. 그 할미 집이 콩죽을 사다 줄 정도로 너무 가난하고 궁색하다고 해서 제 마음대로 용서해 준 것은 잘못이다. 다모가 맡은 일은 밀주 빚은 자를 찾아내는 것이지, 그것에 대해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이 아

  • 작성자 22.03.17 11:20

    아니다. 그 판단과 결정은 한성부 주부가 할 일이었다. 그런데 다모는 그것을 모르지 않았다. 자신이 잘못했고 그래서 곤장을 맞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할미에게 상금을 가져다주며 한 말이 바로 그것이다. 문제는 다모가 자신이 잘못을 저지르는지 알면서도 했다는 점이다. 신분제 사회라는 것을 놓고 보면, 정말 당돌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 다모는 제 잘못을 숨길 생각도 없었다. 만약 포졸들 뒤에 서 있는 할미의 시동생 생원을 혼내 주지 않았다면 그녀가 범법(犯法)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다른 이들은 몰랐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녀는 서슴없이 생원의 따귀를 때리며 꾸짖었다. 결국 다모는 이렇게 발각날 것을 알고도 술 빚은 할미를 숨겨 줬고, 시동생 생원을 혼내 줬던 거였다.

    신분사회의 무서움을 모르는 요즘 시대 사람들은 다모의 행동을 의롭고 멋진 행동이며 후련하고 통쾌하다 박수를 칠지 모르지만 이는 말도 안 되는 행동이다. 기껏해야 허드렛일을 하는 종년(?) 주제에 그야말로 국법을 능멸하고 강상(綱常)의 윤리를 깡그리 무시한 거니 말이다. 태장 20대? 따지고 보면 그건 너무 헐한 벌이었다. 곤장을 맞다 죽을 정도의 장형(杖刑) 50대도 선고할 만한

  • 작성자 22.03.17 11:22

    대체 그녀는 왜 이랬을까? 국법의 무서움을 몰라서였나? 종으로 맺힌 것이 많아 기회를 잡아 양반 생원에게 분풀이를 한 걸까? 그녀의 무모한 행동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자신이 옳은 일을 하기에 결국 잘될 거라고 믿었을까? ‘주부가 선하고 현명한 분이니 상금을 줄지도 몰라’ 하는 마음에서 그런 것일까? 모두 아니다. 그녀의 소신과 마음가짐은 간단했다. 자신이 옳다고 판단한 대로 행동하고, 자신이 한 행동에 책임질 마음을 먹었던 것이다. 사회가 정한 법에 어긋난다면 어긋난 그대로 모두 감당할 생각이었다. 1920년대 미국에서 알 카포네가 떵떵거리며 밤을 휘저을 수 있었던 것이 금주법 때문이었다는 것만 봐도, 사실 금주법이란 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늘 난센스다. 먹을 곡식이 부족하니 술을 빚지 말라고 한 순조의 명령은 한심하고 참담하고 어리석었다. 세도정치의 어지러움과 혼란을 여기서 말할 필요는 없겠지만, 순조 때만 흉년이 든 것도 아니고, 곡식 부족이 꼭 흉년 때문만도 아니었다.

  • 작성자 22.03.17 11:23

    하지만 다모는 그것을 따지지 않았다. 그녀의 훌륭한 점은 사회가 옳다 그르다,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하는 말에 앞서 자신이 옳다고 믿는 그대로 행하고 그 값을 있는 그대로 받으려는 자세를 지녔다는 것이다. 사회에서 냉대 받는 천한 여종이지만, 딱하고 불쌍한 할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그녀는 했다. 술 빚은 것을 적발하면 벌금을 내야 하는데 그것도 내지 못할 것이 분명한 할미를 보고 그대로 묵인해 버렸다. 그리고 콩죽을 사다가 그거라도 먹으라고 했다. 콩죽은 비싼 음식이 아니다. 하지만 그녀가 해 줄 수 있는 능력 안에서 가능한 최선이었다.

    그녀의 진정함은 자신이 한 일이 죄인 줄 알기에 여자 몸으로 태형 20대를 맞았다는 것에서도 드러난다. 맞지 않아도 될 일을 그녀는 묵묵히 감당했다. 그 고통 속에서도 그녀는 한 점 원망이 없었다. 할미를 원망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처지를 생각도 않고 태형을 치라고 판결한 주부에 대해서도, 그리고 금주령을 내린 임금에 대해서도 원망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자신이 마음대로 결정한 것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이 옳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술 빚는 것을 금지하니까 이렇게 억울하게 할미처럼 괴롭게 되는 사람

  • 작성자 22.03.17 11:30

    괴롭게 되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라는 불평을 하기에 앞서 그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그렇게 묵묵히 수행한 것이다. 그래서 한성부 주부가 내린 상금 천 냥을 모두 할미에게 내준 것이다. 어마어마하게 큰돈인 천 냥을 전혀 아까워하지도 않고 모두 할미에게 준 것은 그녀의 진심이었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천 냥을 받으려고 시작한 일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다모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그 최선이 가져올 결과까지도 모두 다 감내하고 받아들였다. 원망보다 담담함을, 불평보다 책임을 먼저 생각했다. 이것이 바로 그녀가 멋지고 통쾌한 이유다. 무도하고 얄미운 시동생의 뺨을 후려쳐서가 아니고 말이다.

    인륜을 저버린 시동생

    이렇게 따지고 보니, 임금의 명령대로 한 시동생 생원만 이상하게 되어 버렸다. 잘 생각해 보면 사실 그는 왕의 명령대로 행동했다. 몰래 술을 빚는 자를 적발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고, 법이 정한 대로 포상금을 준다기에 그걸 받으려고 기다렸을 뿐이다. 심지어 그는 가까운 혈육이지만 불법을 은닉하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는 떳떳한 자세까지 있었다. 그러니 마냥 생원을 매도할 건 아니다.

  • 작성자 22.03.17 11:31

    하지만 이 시동생 생원은 옳지 않다. 고얀 놈이다. 진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난 것과 번지르르한 명분은 모두 옳지만 그 내면은 야비하기 그지없다. 생원은 왕의 명령과 법률이라는 외형을 빌미 삼아 그 뒤에 숨어서 더러운 짓을 했다. 이 작자가 형수인 할미를 고발한 이유는 간단했다. 국법을 지키자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법 때문이 아니라 포상금 때문이었다. 벌금의 10분의 2를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기 싫었던 거였다. 이자가 얼마나 더러운 작자인지는 제가 받을 포상금이란 것이 결국은 가난에 찌든 형과 형수가 낼 벌금에서 받게 될 거란 점을 생각하면 분명해진다.

    포상금에 눈이 멀었다는 것보다 더 문제는 인륜(人倫)을 저버렸다는 점이다. 그의 고발로 밀주가 적발되면, 즉 그 술이 없어지면, 제 친형이 죽을 수도 있었다. 늙은 형이 제대로 소화도 시키지 못할 정도로 아프고 쇠약해, 술을 조금씩 먹으며 곡기를 넘기는 상황이었다. 만약 단속이 돼 술이 없어지면 형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이자는 고발한 것이다. 만약 다모가 중간에 끼어들지 않았다면 아마도 형과 형수는 벌금을 내느라 더 가난해졌을 테고 그 겨울을 넘기지 못하

  • 작성자 22.03.17 11:33

    굶어 죽었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생원은 남의 호의를 악으로 갚았다. 다모가 할미에게 거듭 술을 빚은 것을 아는 자가 있느냐고 물었지만 할미는 기억해 내지 못했다. 누군가 알지 않느냐고 물어도 답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할미는 시동생이 밀고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동생에게 그날 아침 술을 가져다 준 것은 측은한 마음에서였다. 성묘 길에 들른 시동생에게 아침밥조차 챙겨 줄 수 없는 처지에 빈속으로 그가 가는 것이 딱해서였다. 게다가 그 술은 남편의 약이었다. 한 방울이 귀한 그것을 대접했는데, 그 호의를 이 배신과 밀고로 갚은 것이다. 아무 연고도 없는 다모가 태형을 맞아 가며 베푼 후의에 비하면 정말이지 짐승만도 못한 짓이었다.-

    명분 뒤에 숨은 찌질한 핑계

    좋다. 시동생의 입장이 되어 보자. 형수가 국법을 어긴 것을 알았다 치자.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텅 빈 밥상에 술 한 사발을 올려놓는 늙은 형수를 보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그 답은 쉽지 않다. 형수를 고발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먼저 그가 할 일은 고발이 아니라 안타까운 권면이었다. 형수의 잘못을 지적하며 간곡하게 밀주를 빚지 말라고

  • 작성자 22.03.17 11:34

    만류했어야 했다. 그것이 인륜이고 형제애이고 사랑이며 인간다움이다. 뒤로 고발할 것이 아니라 앞에서 설득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대신 포졸 뒤에서 쭈뼛거리며 포상금 생각만 했다. 어쩌면 이렇게 주절거렸는지 모르겠다.

    “임금이 정한 법대로 했다고, 내가 뭐가 잘못이야?” 영화 〈스파이더맨〉의 주인공 피터 파커는 방사능에 오염된 거미에 물려서 ‘스파이더 파워’를 갖게 된다. 몸이 가볍고 민첩해진 데다 힘도 세졌다. 벽을 기어오를 수도 있고 손에서 거미줄이 튀어나간다. 이런 능력으로 사람들을 돕는 데 앞장선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자기만의 이기적인 아집과 생각에 빠져 삼촌이 죽음을 당하는 것을 눈으로 보게 된다. 그때 죽어 가는 삼촌이 이런 말을 한다.

    “큰 능력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그 말에 피터는 진정한 스파이더맨이 된다. ‘어린애’처럼 칭얼대며 외면한 자신이 한 짓 때문에 사랑하는 삼촌이 돌아가신 것을 알기에 그는 자신이 한 일에 책임을 지려는 ‘어른’이 된다.

  • 작성자 22.03.17 11:35

    《논어(論語)》에서 공자가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비는 아비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君君 臣臣 父父 子子)”고 했던 말은 그야말로 금과옥조다. 자신이 처한 위치와 맡은 상황에 따라 마땅히 할 일을 해야 한다.

    다모는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책임을 졌다. 여자의 몸으로 곤장을 20대나 맞았다. 살이 문드러지고 피범벅이 되는 형벌을 묵묵히 받았다. 한성부 주부 역시 자신의 할 일을 알고 있었다. 법을 지켜 다모를 엄벌에 처했다. 그리고 그녀를 불러 덕을 치하했다. 그는 한성부 주부로서, 그리고 동시에 아랫사람을 다독이는 지도자로서 해야 할 일을 정확히 알고 그대로 했다.

    다모는 다모‘다웠’고, 한성부 주부는 관료‘답고’ 상관‘다웠’다. 진정함을 가장한 야비한 잇속 차리기에 골몰한 찌질한 생원만이 시동생‘답지’도 못했고, 양반‘답지’도 못했다. 생원은 형수를 설득해 법을 지키도록 권유했어야 했다. 그것이 그가 할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못’ 한 것이 아니라 ‘안’ 한 것이다. 그렇게 제 본분을 버리고 명분과 핑계 뒤에 숨었다. 그게 쉬웠기 때문이다. 훨씬 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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