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환 9단, 대국을 마친 후 상대를 바라보고 있다 |
"류수항이 쉽게 지지 않을 것이다. 호락호락하게 물러설 것 같지 않다. 끝까지 끈질기게 괴롭힐 것이다. 그러나 결국 박정환이 조금이라도 이기지 않을까?"
결론은 박정환이었다. 대국 시작전 대국결과를 예상한 한 연구생 출신 아마추어의 말대로 됐다. 8월 9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2012 olleh배 3라운드, 박정환-류수항의 대국에서 박정환이 209수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초반 류수항이 빠른 보법으로 실리에서 앞서며 선전했다. 막판 박정환을 몇 집차로 앞서기도 했지만 뒤로 갈수록 상대의 두터움이 말을 했다. 류수항이 '패'가 날 곳을 너무 버티자 박정환이 결국 패를 결행했다. 두텁게 둔 박정환에게 팻감은 넘쳤고 류수항에겐 팻감이 없었다. 결국 류수항의 중앙대마가 함몰하며 박정환의 승리.
박정환은 국후 감상을 묻는 기자들에게 "초반 포석이 내가 나빴다. 포석이 두터웠다기보단 안좋았던 거다. 실리가 너무 없어서 끝까지 고생했다"라고 말하며 살며시 웃음.
박정환이 류수항을 이겨 4라운드 대진이 좀 더 윤곽을 잡게 됐다. 특히 랭킹 1위를 차지한 박정환과 2위인 이세돌은 변상일과 대국할 가능성은 없어졌다. 랭킹이 없던 변상일은 그동안 아마추어 선수 바로위의 랭킹이었으나 8월 한국랭킹에서 22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현재 변상일보다 랭킹이 낮은 4라운드 진출자는 안국현(28위), 류민형(52위)가 있다.
olleh배는 각 라운드마다 최상위 랭킹과 최하위 랭킹 순으로 올라오며 대진을 붙이는 방식이다. 랭킹기준은 각 라운드가 열리는 달, 혹은 그 전달을 기준삼는다. 보통의 경우 랭킹이 높아야 유리하지만 역설적으로 최상위 1~2위 랭커에겐 부담이 되기도 한다. 기세를 탄 아마추어 선수나 갓 입단한 프로초단이 최하위랭킹자로서 올라올 수 있기 때문이다.
랭킹1위 박정환은 류민형과 대국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물론 남은 3라운드 대국에서 류민형보다 랭킹이 낮은 서봉수,김현섭 등이 최철한이나 김지석을 잡는다면 박정환의 4라운드 대국자는 달라진다.
바둑TV에서 생방송하고 사이버오로 대국실에서 수순중계한다. 아이폰ㆍ안드로이드폰 등 모든 스마트폰에서도 <오로바둑> 앱을 실행하면 중계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2012 olleh배 오픈챔피언십은 (재)한국기원과 바둑TV가 주최하며 KT가 후원한다. 우승상금은 1억원이며 상금 총규모는 7억원이다. 제한시간은 각자 1시간에 초읽기 40초 3회가 주어진다.
지난 1,2회 대회는 이세돌 9단이 주인공이었다. 이세돌 9단은 2010년 결승 5번기에서 강동윤 9단을 3-1스코어로 제압하며 초대 우승을 차지했고, 2011년 제2회 결승에서도 이창호 9단에게 3-1로 이겨 olleh배 2연패를 기록했다.
▲ 박정환 9단, 초반 포석의 불리를 두터움으로 극복
▲ 박정환의 착수
▲ 류수항의 착수, 작년 입단한 신예기사 류수항, 90년생으로 박정환보다 3살 많다. 백성호 9단에 의하면 "박정환이 이미 1위인데 내가 나이가 좀 많다고 해서 부담될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대국 시작전, 류수항과 박정환(오른쪽)이 대기실에서 어색한 분위기로 대국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둘 다 말이 많지 않은 편.
▲ 대국이 시작됐다.
▲ 복기장면, 끝나고 30분 넘게 오래 복기를 했다.
▲ 평소에도 괴로운 표정을 잘 짓는 류수항, 이날 패배 또한 아까우면서도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