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박노해
앞서간 이들이
놓지 않았던 단 하나
희망
가난과 고난 속에서도
울며 씨 뿌리며
그날은 오리라
새날은 오리라
오늘의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단 하나
감사
어려움 속에서도
덕분에 삽니다
사랑으로 삽니다
더 나누며 살겠습니다
새 빛이 밝아옵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새해에는 희망입니다
-
희망/하재청
오늘도 희망을 마시러 카페 프라하에 갔다
희망 한 잔 마시고 나를 탄핵한다
너를 위하여 나를 탄핵한다
손도 자르고, 발도 자르고, 눈도 파내고
손은 연못에 버리고
발은 강물에 버리고
눈은 하늘에 버린다
희망은 너를 위하여 나를 버리는 것,
프라하에서 희망 한 잔 마시고 나를 버린다
하늘 연못에 내 그리움이 떠 있다
-
희망가/문병란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는 헤엄을 치고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
절망 속에서도 삶의 끈기는 희망을 찾고
사막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은 오아시스의 그늘을 찾는다.
눈 덮인 겨울의 밭고랑에서도 보리는 뿌리를 뻗고
마늘은 빙점에서도 그 매운맛 향기를 지닌다.
절망은 희망의 어머니 고통은 행복의 스승
시련 없이 성취는 오지 않고 단련 없이 명검은 날이 서지 않는다.
-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정호승
이 세상 사람들 모두 잠들고
어둠 속에 갇혀서 꿈조차 잠이 들 때
홀로 일어난 새벽을 두려워 말고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겨울 밤은 깊어서 눈만 내리어
돌아갈 길 없는 오늘 눈 오는 밤도
하루의 일을 끝낸 작업장 부근
촛불도 꺼져가는 어둔 방에서
슬픔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절망도 없는 이 절망의 세상
슬픔도 없는 이 슬픔의 세상
사랑하며 살아가면 봄눈이 온다
눈 맞으며 기다리던 기다림 만나
눈 맞으며 그리웁던 그리움 만나
얼씨구나 부둥켜안고 웃어보아라
절씨구나 뺨 부비며 울어보아라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어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
봄눈 내리는 보리밭길 걷는 자들은
누구든지 달려와서 가슴 가득히
꿈을 받아라
꿈을 받아라
-
희망의 거처/이정록
옥수숫대는
땅바닥에서 서너 마디까지
뿌리를 내딛는다
땅에 닿지 못할 헛발일지라도
길게 발가락을 들이민다
허방으로 내딛는 저 곁뿌리처럼
마디마다 맨발의 근성을 키우는 것이다
목 울대까지 울컥울컥
부젓가락 같은 뿌리를 내미는 것이다
옥수수밭 두둑의
저 버드나무는, 또한
제 흠집에서 뿌리를 내려 제 흠집에 박는다
상처의 지붕에서 상처의 주춧돌로
스스로 기둥을 세운다
생이란,
자신의 상처에서 자신의 버팀목을
꺼내는 것이라고
버드나무와 옥수수
푸른 이파리 눈을 맞춘다.
-
희망을 위하여/곽재구
너를 사랑한다고 말 할 수 있다면
굳게 껴안은 두 팔을 놓지 않으리
너를 향하는 뜨거운 마음이
두터운 네 등 위에 내려앉는
겨울날의 송이 눈 처럼 너를 포근하게
감싸 껴 안을 수 있다면
너를 생각하는 마음이 더욱 깊어져
네곁에 누울 수 없는 내 마음조차 더욱
편안하여 어머니의 무릎잠처럼
고요하게 나를 누 일 수 있다면
그러나 결코 잠들지 않으리
두 눈을 뜨고 어둠속을 질러오는
한 세상의 슬픔을 보리
네게로 가는 마음의 길이 굽어져
오늘은 그 끝이 보이지 않더라도
네게로 가는 불빛 잃은 발걸음들이
어두워진 들판을 이리의 목소리로 울부짖을 지라도
너를 사랑한다고 말 할 수 있다면
굳게 껴 안은 두 손을 풀지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