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이 스테이크로 바뀐 지 한 달이 되어갑니다. 좋은 점은 복부 팽창감이 없어졌고
설거지와 식재료비용이 심플해진 것 같습니다. 밥 값이 싼 것 같아도 실은 반찬값이
솔 차니 들어가고 무엇보다 다이어트에 탄수화물은 쥐약입니다. 덕분에 생활 패턴을
그대로 놓고 한 달 동안 4kg을 감량했어요. 살을 빼려면 운동양이 먹는 칼로리보다
-
많아야 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8시간 일하면서 매일3km를 걷고 자투리시간에 푸시 업,
바벨, 스쿼시를 하는 정도는 이제 습관이 되었습니다. 몸 컨디션은 괜찮은데 맨 탈이
아직까지 갱년기를 겪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기분 전환이 필요할 것 같아 중국 판
‘마지막 황제(The Last Emperor)‘를 보았습니다. 중국사를 정리했다고 생각했는데
-
'신해혁명'에서 갑갑해지더이다. 별수 없이 영화 후기로 모자라는 중국사 공부를 보충
해야겠습니다. 영화를 만든 양반이 영미권이라서 중국사인데도 할리우드 영화로 봐야할
것입니다. 물론 대사도 올 영어입니다. 중국사와 잉글리시 중에 잡아, 잡아 골라잡으시라.
감독이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로 이놈은 이태리에 살 것이고, 1988년 개봉을 했으니까
-
벌써 30년이 훌쩍 지난 고전입니다. 제 눈에는 푸이(존론.1952년 생, 홍콩 배우) 역이
아역, 어른 할 것 없이 다 잘합디다. 중국 아가 표정연기를 우리나라 배우만큼 해서
놀랐습니다. 시대적 배경은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인 선 통제 ‘푸이’의 꼬마일 때부터
신해혁명(1911), 일제의 만주국(1931)의 꼭두각시 황제(1932), 문화대혁명(1966)에
-
이르기까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당시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각색상·촬영 상·편집상·
음악상·음향효과상·미술상·의상상등 총 9개 부문을 싹쓸이 했다나 봐요. 스케일은 입이
쩍 벌어질 정도입니다. 담담한 스토리 진행 때문에 자칫 심심한 영화로 비칠 수 있으나
네버,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중국 왕조의 신비스런 궁전 내부의 모습이나
-
대체적으로 흑백 배경의 미장센이 묘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정부가 제작진에 관용을
베푼 덕에 자금성 올 로케가 가능했다고 하더이다. 황궁 규모와 막새의 디테일까지
저도 처음 본 것들이 많았어요. 영화 찍느라 여왕엘리자베스 2세가 자금성을 방문하지
못한 해프닝도 있었답니다. 제 생각에는 일부러 영국 왕을 거부한 것 같기도 합니다만.
-
O S T가 귀에 익던데 ‘Rain‘이란 곡은 비중 있는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입니다.
물론 가사가 없는 곡이라서 저는 느낌 밖에 알 수가 없었어요. 음악, 그 신비스런 천사를
언제나 저도 공유할 수 있을까요?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나면서 국민당과 중국 공산당간의
국공 내전도 끝나고 사회주의 국가인 중화인민공화국의 도시가 된 하얼빈 역이 흑백
-
인트로에 등장합니다. 푸이의 추억소환 기법으로 본론이 시작됩니다. 1950년 5년간에
걸친 소련의 억류에서 풀려나 송환된 중국인 전범들이 가득한 가운데, 한 남자가 자살을
시도합니다. 손목을 그어 세면기에 담그는 방법입니다. 이 남자가 바로 주인공 ‘푸이‘입니다.
1911년 쑨원(손문)을 대총통으로 하는 신해혁명이 일어나자 2000년 봉건제도가 몰락하고
-
새로운 중화민국 정부가 세워집니다. 푸이는 황제로서의 모든 권한을 빼앗긴 채 자금성
구석에 갇혀 지내는 신세가 됩니다. 이 때부터 그의 황제 같지 않은 황제 생활이 시작되는
거죠,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없고, 철저한 감시 속에서 하루하루를 외롭고 힘들게
보내는 푸이를 보면서 왜 자금성을 영어로 Forbidden city (금지된 구역)이라 하는지
-
알게 되었어요. 누가 인간만사 새옹지마라 했던가? 공자여? 맹자여? 대충 그 동네에서
누군가 말했을 것입니다. 푸이와 저는 과거를 소환하고 싶은 사람들일지 모르겠습니다.
동변상련이 마구, 마구 일어났어요. 음향효과로 '서 태후'의 임종 직전이 묘사될 때
그녀의 아우라가 사지를 오그라들게 만듭디다. 소년 푸이가 유모에게 젖을 빠는 장면은
-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심하게 자극하였어요. ‘푸이‘가 자라면서, 존스턴이라는 영국인
스승을 만나게 되고, 서서히 서양의 세상에 눈을 뜨지만 자금성 안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옛날의 금잔디 동산에 메기같이 딱 한 가지 부러웠던
것은 185명의 궁녀의 주인이 푸이라는 것입니다. 실루엣 사이로 비치는 여인의 유방은
-
배역과 상관없이 19금 영화보다 훨씬 야했어요. 대청마루에서 뛰노는 푸이의 흑백 사진을
보시라. 제게도 도련 님 복장을 하고 찍은 돌 사진이 있었는데 잃어버렸지 뭡니까. 그게
뭐라고 이렇듯 서운할까요? 푸이 신세를 보니 '덕혜옹주' 생각도 간간히 나더이다. 푸이가
황실 재산의 좀을 먹는 환관들을 축출하고 새로운 인물을 기용하는 등 나름대로 황궁 내의
-
개혁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역부족입니다. 결국 자금성에서도 쫓겨납니다. 쫓겨난 푸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어요. 그때 중국의 대륙 안에 ‘만주국’을 일본이 접수하고
푸이를 황제로 세웁니다. 놈들의 명분과 실리는 배울 만합니다. 푸이의 우매함에 격분한
황후는 아편 중독에 빠집니다. 저는 아편의 주범이 영국인줄 알았는데 일본 놈들이 전략적으로
-
아편을 뿌렸더라고요. 이로써 푸이의 생모와 각시 모두 아편으로 최후를 맞게 됩니다.
제가 안 해본 것이 딱 하나 있는데 마약입니다. 이 것도 죽기 전에 꼭 한번 해봐야겠어요.
마약이 그렇게 대단한 물건인가요? 감이 잡히지 않아서 하는 말이니 오해는 마시라.
누가 남는 마약 있으면 택배로 보내든지. 제2차 세계 대전이 일본의 패전으로 끝나자(1945),
-
푸이는 일본으로의 탈출을 시도하지만 만주국에 이미 들어온 소련군에게 체포되어
중국으로 넘겨집니다. 만주국 포로를 수감하는 형무소에서 사상교육을 무려 10년을
받고 출소한 그는 평범한 '정원사'로 일상을 지내냅니다. 소시민이 된 푸이가 늙었을
땐 이미 세상은 새로운 중화인민공화국의 법과 질서 속에서 돌아가고 있었고, 나 없이도
-
세상은 잘만 돌아가더라는 얘기입니다. ‘이방인’에서 아버지 장례를 끝내고 돌아온
카뮈도 같은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습니다. 영원히 지속되는 게
아니라 돌고 도는 것이 아닙니까? 가장 높은 자리에서 가장 낮은 자리로 신분이 떨어진
푸이지만 덤덤히 현실을 받아들인 뒤 시민으로서의 삶을 열심히 살아갑니다. 연민, 한계
-
뭐 이 딴 게 떠오르더라고요. 순간, 그를 통해 묘한 대리만족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병실의 환자가 건장한 청년을 보고 희망을 느끼는 건 아니라고 하잖아요. 앤딩에서
푸이가 자기가 살았던 집(자금성)을 돈 내고 들어가는 씬이 나옵니다. 어찌 보면 비참한
신세가 처량 맞을 수도 있는데 53세 속없는 푸이는 시종일관 염화시중의 미소로 가득 차
-
있습니다. 이미 미련을 버렸기 때문일까요? 마음을 비워서 그랬을까요? 오늘만 사는 사람
같았어요. 저도 돌아보면 억울할 것도 후회스러울 것도 없습니다.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그런데 걸핏하면 갱년기가 찾아오고 싱숭생숭해지는 것은 아직도 나 안 죽었다는 게지요.
연병, 속없는 놈. 중국의 봉건제를 종식 시킨 '신해혁명'이 일어날 당시 조선에서는 안 중근
-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총살(1909)시킨 깜작 놀랄 일이 일어 일어났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천지개벽할 만큼 통쾌한 일이었어요. 오늘날 한류에 제대로 일조 한 사람은 안 중근의사로
보는데 동의해주시라. 그러나 근대화가 이미 100년을 앞선 일본(메이지유신, 명치유신)은
여전히 거대한 공룡이었고, 조선 총독부가 광화문 앞에 떡 하니 설치되면서 기어코 '한일
-
병합'(1910)이 일어납니다. 동아시아에서 봉건주의를 폐지한 시기가 한, 일, 중이 대체로
비슷비슷 한데, 봉건제를 폐지했다고 해도 개혁개방이 바로 일어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인
것 같습니다. 가장 앞선 나라가 쪽 바리 입니다. 중국사를 들여다보면 봉건제 할 때까지만
-
해도 무려 2천년 동안 천상천하 유아독존이었던 중국이 일본, 영국, 러시아에게 난도질당한
이유가 여럿 있겠으나 저는 스피릿이 무너져버렸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손 문이 중화인민
공화국 총통으로 임명 되면서 발표한 혁명정책을 보면
-
1. 아편의 지배 및 흡연 금지
2. 여성의 전족 금지
3.가혹한 형벌 금지
4. 인신 매매. 도박의 금지
5.천민 신분의 해방
-
5개 항목 모두 맨 탈을 가진 인간들이 가해자이고 피해자 입니다. 이 인간들의 정신이
제대로 박혀야 한다는 뜻입니다. 저는 지금껏 피해자가 되지 않으려고 살았습니다.
이제 가해자가 되지 않으려면 말씀 앞에 나를 쳐 복종시키고 날마다 새로워지는 것 밖에.
I live only today. I Will Live today like a dance.
2020.1.17.thu.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