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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백세 시대에 환갑이면 아직 한창나이인데다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소식은 없이 여태 왕성하게 활동하셨는데... 최근 1년 들어 병환을 앓다 작고 하셨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합쳐 최고의 영화로 저는 공각기동대를 꼽고 싶습니다. 다가오는 과학기술 문명 시대에 나는 누구인가? 내가 어째서 나일 수 있는가?라는 원초적인 의문을 심도 있으면서도 아주 짜임새 있게 화려한 영상미로 꾸며서 다가올 21세기 디스토피아를 예측한 최고의 명작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이 작품을 넘어서는 작품이 나오기는 어려울 거라 봅니다.
공각기동대에서 히로인 쿠사나기 모토코의 캐릭터를 개성 넘치는 목소리와 호연으로 잘 표현한 다나카 아츠코 여사의 역할도 아주 컸다고 생각합니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주인공 모토코 역으로 아츠코 여사를 캐스팅한 것도 신의 한 수라고 생각됩니다.
4반세기 전에 불법 복제 비디오로 공각기동대를 접했는데 그때의 충격은 차마 형언할 수가 없는 느낌이었습니다.
고등학생에게도 삶에 대한 의문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깊어지게 한 작품이었죠.
개인적으로는 공각기동대로 아주 큰 충격과 감동을 받아 애니메이션 제작자를 지망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지금도 공각기동대는 영상 제작자가 되려면 꼭 보아야 하는 교과서적인 작품으로 언급되고 있는 최고의 걸작의 지위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아츠코 여사의 음색과 모토코의 캐릭터를 두고 우리말 더빙이 이루어진다면 손정아 선생님이 캐스팅되는 것이 제격이라 생각했는데 2002년에 TV 시리즈 SAC가 로컬라이징을 거쳐 우리말 더빙 제작이 되어 방영되고 DVD도 발매되었는데 모토코 역이 손정아 선생님이 아니라 강희선 선생님으로 캐스팅되어 개인적으로 적지 않아 실망을 하였습니다. 강희선 선생님 연기가 결코 부족한 것이 아닌데 음색과 캐릭터가 손정아 선생님이 더 적격이라는 생각이 아주 깊었어요.
저뿐만 아니라 많은 마니아들이 아츠코 여사의 음색과 모토코의 캐릭터에는 손정아 선생님의 목소리와 연기가 적격이어서 우리말 더빙이 이루어진다면 모토코 역으로 손정아 선생님이 캐스팅되길 다들 내심 바라왔습니다.
그리고 2기는 우리말 더빙이 안 되고 자막판으로만 방영되고 DVD 발매가 되어 실망을 많이 했고요.
세상에 다시없는 명작이어서 꼭 우리말 더빙이 이루어지길 많은 마니아들이 바라고 있지만 손정아 선생님도 고희를 넘긴 연세셔서 그 바램이 이루어지기는 아주 어려울 것 같군요.
요즘 같은 백세 시대에 환갑이면 한창나이인데 정말 아쉽습니다.
사카모토 마야 같은 후배 성우들이 모토코 역을 이어받아 연기했지만 솔직히 원조인 아츠코 여사보다는 부족하다 느낍니다. 아츠코 여사께서 모토코를 연기할 때 자신과 극 중의 모토코가 같은 나이대여서 공감도 많이 되고 중년 여성의 정서를 잘 발휘해 연기를 할 수 있었다는 인터뷰가 DVD에 실려 있는데.... 그때 소년이었던 제가 이제는 그때의 아츠코 여사와 작 중의 모토코와 같은 중년의 나이를 맞이하였습니다.
5년 뒤면 공각기동대의 배경이 되는 2029년인데 그때를 맞이하지 못하고 떠나셨군요.
공각기동대가 제작되고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는데 그때 의문을 제기한 자기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복잡한 사회와 맞물려 더 고통스러운 삶으로 이어지고 있어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더욱 깊어만 갑니다.
오늘도 전쟁과 기후 위기, 차별과 혐오, 적개심과 증오, 빈부격차와 양극화, 그리고 진정한 자아를 찾지 못하여 주변에 휩쓸리며 남이 하니 나도 해야 한다는 얼빠진 생각에 특히 대한민국이 깊이 빠져 세계 역사에 유례가 없는 인구 절벽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2024년도 끔찍한 디스토피아인데 공각기동대의 배경이 되는 5년 뒤인 2029년에는 더욱 고통스러운 세상이 펼쳐져 있을 텐데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까요?
그러기에 '나를 잊지 말아 달라.'는 아츠코 여사의 당부가 마음에 남습니다.
작중 마지막의 모토코의 대사 "내가 어린 시절에는 말하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어린아이와 같았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는 어린 시절의 것을 모두 버렸다. " 이 말에서 21세기 디스토피아를 헤쳐나갈 답을 찾을 수 있다 생각해 봅니다.
시시각각으로 쉬지 않고 변해 가는 것이 이 세상이어서 어제의 내가 오늘 나와 다르고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와 다른데 변화를 거부하고 변화하는 세상에 맞추어 가려 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않아 변해가는 진정한 자아를 사람들이 찾지 못하는 데서 지금의 모든 난제들이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극단적 상황에서도 나는 누구인가?라는 의문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잃지 않고 또 새로운 자아를 찾기 위해 어려운 선택을 내렸던 모험심과 도전 정신으로 가득 찬 여전사 쿠사나기 모토코야 말로 21세기 디스토피아를 극복할 이상적인 인간상이라 생각하고 공각기동대는 제작된 지 30년이 지났어도 가치가 빛을 잃지 않는 명작이라 생각됩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라는 생각을 벗어나 광대한 네트를 향해 나갈 용기와 도전 정신을 일깨워 주는데 기여한 다나카 아츠코 여사의 명복을 빌며 그녀가 영원한 안식에 들길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