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후지이 선생님의 글을 가져왔었는데,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또 다른 선생님 중 한 분인 심재훈 선생님의 글을 가져와봅니다.
단국대 사학과 교수고 고대사 전공자입니다.
재밌는 이야기를 평소 많이 하셔서 저도 팔로우하고 있는데,
얼마 전 도종환 의원에 관한 글을 쓴 게 기사화된 탓에,
관련한 내용을 다시 정리해서 쓰셨더라구요.
재밌는 글이고 제 생각과도 많이 일치하는데, 알럽에도 가져와봅니다.
(어제 어떤 글에서 리바짱벤!!님과 댓글을 오래 나눴는데, 도종환 의원과 관련된건 아니었지만
정치적 입장에서 고대사에 접근한다는 것에 대한 제 생각을 대신할 수 있는 글이기도 합니다)
밑줄은 선생님께 실례지만, 제가 그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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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의원님께]
작년에 [고대 중국에 빠져 한국사를 바라보다]라는 책을 내고 나서 의원님을 꼭 한번 뵙고 책을 드리면서 여러 말씀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저 같이 별 영향력 없는 일개 서생이 의원님께 연락을 드려서 만나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누구를 통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 지도 잘 몰랐고요.
그런데 어제 큰 기대 없이 제 페이스북에 쓴 의원님의 한국고대사 인식 문제에 관한 글이 조금 반향을 일으켜 아마 의원님 귀에도 제 얘기가 전해졌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의원님을 꼭 만나고 싶었던 이유는 안타깝게도 의원님께서 한국 고대사학계의 몇 가지 주요 사업들을 무산시키는 데 상당히 기여하셨다는 보도 때문이었습니다. 어떤 이유에선가 멀쩡한 역사학계의 연구들을 부정하고, 도저히 검증될 수 없는 주장에 끌려서, 일방적인 판단을 내리고 계시지 않나 걱정했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 상당히 웃기는 이유로, 잘 진행되던 하버드 고대한국 프로젝트와 동북아역사지도 사업이 중단되었습니다. 역사학계 종사자 누가 봐도 너무나 안타까운 일입니다. 특히 하버드 프로젝트의 무산은 저희들로 하여금 얼굴을 들 수 없게 할 정도로 국제적 망신을 초래한 큰 사건이었습니다. 북미에서 한국 고대사 연구가 발흥하던 싹을 송두리째 잘라버린 격이 되었고요. 그 프로젝트의 탄탄한 성과에 대해서는 최근 경희대 한국 고대사, 고고학 연구소에서 마크 바잉턴 박사의 회고를 연재하고 있으니 꼭 살펴보시기 바랍니다(http://www.ikaa.or.kr/).
저는 사실 DJ 시절부터 골수 민주당 지지자입니다. 노사모에 가입한 적은 없지만 노무현을 사랑하고 문재인에 대한 큰 신뢰를 보내온 사람입니다. 따라서 이전부터 동지의식을 느끼고 있던 의원님을 만나 뵐 수 있다면 상당히 대화가 통하리라는 어떤 믿음이 있었습니다. 제 페이스북에 들어와 보시면 아마 의원님도 저와 비슷한 연대의식을 느끼시리라 믿습니다.
어제 그 글을 쓰기로 결심한 이유는 의원님의 문체부 장관 내정을 둘러싼 우려와 그 우려에 대한 반론들을 보고, 제 나름대로의 생각을 전해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분은 제 글에 단 댓글에서 왜 편 가르기를 하느냐고 걱정하였는데, 사실 그런 우려를 감수하고서라도 의원님께 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제가 지금 드리고 싶은 말씀은 두 가지입니다. 우선 그 글에도 썼듯이 이제 장관이 되시면, 혹시 되시기 전이라도, 세간에서 유사역사가라고 부르는 사람들 못지않게, 역사학계의 고대사 전공자들 얘기에도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달라는 부탁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를 기분 좋게 하는 이야기를 좋아하지만, 사실 진실은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경구에서 나오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둘째, 제발 역사 특히 고대사를 정치적으로 보지 않길 부탁드립니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어도 이미 그 자체로 상당히 번듯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지난 세기처럼 부풀려진 과거 역사에서 위안과 자부심을 얻을 필요가 더 이상 없어졌다는 말씀이지요. 중국이나 일본이 역사를 왜곡하니 우리도 해야 한다는 얘기가 상당한 정당성을 얻고 있는 듯합니다. 그런데 역으로 만약 중국이나 일본 사람들의 시각에서 본다면 한국 역시 그런 왜곡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입니다. 각각의 국가가 어느 정도는 자신들 관점에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지만, 그게 지나칠 때 사회적인 문제가 야기될 수 있습니다. 지금 한국의 위대한 상고사를 외치는 일각의 주장이 그런 위험 수위를 이미 많이 넘어버린 지 오래인 것 같고요.
이제 거의 하나가 되어가고 있는 세계에서 자국사 연구도 국제적 검증을 피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국내용이 아닌 국제적으로 충분이 인정받을 수 있는 한국사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시길 충심으로 부탁드립니다.
제가 지금 부랴부랴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사실 조금 전에 야당의 모 의원실에서 인터뷰하자는 연락이 왔기 때문입니다. 제가 별 영향력도 없겠지만, 당연히 사양했습니다. 제 생각이 의원님에 대한 그들의 공격용으로 활용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의원님께서 제 글이나 다른 분들의 우려를 반영하셔서 좀 더 유연한 역사의식을 가질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대사를 앞둔 분께 조금이나마 불편함을 드렸다면 죄송합니다. 장관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시길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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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이 페북에 글을 자주 올리시는 편이데,
이걸 묶어서 작년에 [고대 중국에 빠져 한국사를 바라보다](푸른역사, 2016)라는 책이 나왔었는데, 이 책도 추천합니다.
심심풀이로 읽기 좋고 민족주의와 고대사에 대한 생각을 깨는데 좋은 책이라 생각합니다.
https://www.facebook.com/jaehoon.shim.399?fref=ts
요거는 페북 주소인데, 구경하실 분들은 가보세요.
첫댓글 받아들이고 수렴하시고 공명정대하게 가시길 바랍니다. 인정할 건 인정을..
그냥 궁금한건 상고사 부풀려서 뭐 좋은게 있다는건지.. 잘난 민족이었다는 만족감?? 유사역사학자들의 연구성취자랑목적?? 정말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동북아역사재단에서 하는 학술대회 보조하러 간 적이 있었는데요, 주제가 고조선의 영역권 관련한 내용이었고 발표-토론이 끝난 후 청중과의 질문답변 시간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학술대회에 경호원들이 왜 필요한건지 의아했는데, 납득이 되더군요.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발표자들 보고 이 친일파 새끼들, 니들 다 빨갱이지, 라면서 손가락질하고 악 지르는 분들을 보면서 이건 종교라고밖에 생각이 안 들더군요. 그리고 의외로 별다른 의심없이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민족의 위대한 상고사가, 현재 우리의 자부심 제고와 연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역사를 그렇게 가르쳐왔으니까요.
@[Card*하경우*] 역사는좋아하는데 깊게는 몰라서 여쭙는건데요 동북아역사재단 이쪽 연구자분들이 연구발표하는데 듣는 사람들 중 일부가 그런 과격행동에 나섰다는건가요? 그사람들이 유사역사학자들이 주로 연구하고있는 한국 상고사에 대한 주장을 믿는 그 쪽인건가요??
@Dark_Snow 아 제가 봐도 댓글에서 설명을 잘 못한 것 같아 내용을 수정했는데, 그새 댓글을 주셨네요. 그날 학술대회 주제가 고조선의 영역권 비정, 왕검성의 위치, 에 관한 것이었는데, 주제가 주제인지라 유사역사를 신봉하시는 분들이 청중에 대거 몰려왔고, 발언기회가 생기자, 발표자들을 공격하면서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과격한 모습을 보였다는 뜻이었습니다. 보통 그런 류죠, 왕검성의 위치는 훨씬 더 중국 내륙쪽에 있을 것이라는, 그런데 친일파들이 의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는, 뭐 그런 내용들... 직원분에게 물어보니 관련 주제에 관한 학술발표가 있는 날이면, 흔하다고 하더라구요.
@[Card*하경우*] 아 자세한 답주셔서 감사합니다. 참 세상에는 제가 모르는 다양한 분야? 조직? 이 있다는 생각을 또 하게됩니다 정말 골치아프겠네요 한국 고대사연구가 미진한 것은 당연히 일단 연구대상이되는 자료의 부족이겠지만 저런 사람들의 존재도 무시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을 해보네요
@Dark_Snow 네, 고대사가 어려운게, 없는 자료를 가지고, 치열한 검증을 통해 최대한 합리적인 설명을 필요로 한다는 점인데, 그 외에도 말씀하신 것처럼 고대사를 학문의 영역에서 벗어나 다른 의도를 가지고 재단하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점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진짜 이덕일하고 환빠들 보면 토나옵니다. 도종환의원이 환빠라는 이야기가 있어서 적잖이 실망을 하고 있는데 어떤가요?
주진오 교수가 도종환 의원이 신채호 선생의 역사인식을 좋아한다는 언급을 하긴 했다고 하는데, 그 정도로는 확인이 어렵고 제가 더 찾아본 것도 아니라서 어떻다 말하긴 어렵네요. 다만 동북아역사지도 프로젝트 무산에 도종환 의원이 힘을 발휘했다는 내용을 보면 어느 정도의 경향성은 가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고 아마 그래서 선생님도 관련 글을 쓴게 아닌가 합니다.
@[Card*하경우*] 사학과 박사과정인 저희 누님이 도종환, 박원순, 이재명 모두 이덕일하고 친한듯 하다고 굉장히 우려하더군요....ㅠ
@광속스텝 헉그렇군요....그런데 이덕일이 의외로 커넥션이 많아요.....한겨레도 자꾸 이덕일 빨아주는데 짜증나죽겠습니다.
@[Card*하경우*] 곁가지스런 얘기지만 신채호는 당시 상황이 그래서 그렇지 오늘날 태어나셨다면 철저한 실증주의 경향으로 환빠들과는 오히려 원수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신채호 본인이 천부경을 명확하게 후인 위조라고 지적한 적도 있고... 문제는 당시 어쩔수 없는 상황의 한계로 인해 다소 잘못된 연구결과를 내기도 한 것을 환빠들이 자기 입맛에 맞게 견강부회하는 것이겠죠. 이 분도 알면 알수록 존경스런 분이시더라구요.
@Timmy the Best 넵. 저도 신채호 선생은 학문도 그렇고 삶의 궤적도 그렇고 존경받아 마땅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본래 학문에 담긴 문제의식은 그 시대적 배경에 기인한 것이고 그런 점에서 신채호는 중요한 사상가죠. 다만 이제 민족사는 해체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보고, 100년 전의 역사인식을 지금도 끌고가려는건 문제라고 봅니다. 혹시 제 언급이 신채호 선생님에 대한 폄하로 읽히지 않았길.......ㅎㅎ
그냥 소문인데, 문화재청장으로 이덕일이 내정됐단 얘기가 있더군요
어릴때 퇴마록에 있는 환빠스러운 내용을 그대로 믿는 애들이 제법 있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생각보다 뿌리가 깊더라구요. 저런 조언은 필히 새겨들어야 합니다.
이미 끝낸 뒤에 저렇게 제 닉까지 언급하며 자신의 주장과 비슷한 사람 글을 올리는건 '저격글'로 여겨져 그다지 기분좋지 않습니다만?
제가 잘못 안게 아니라면 본문의 저 교수는 '중국' 고대사를 미국에서 공부하신 분이죠?외국의 시각에서 우리의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하시고 스승이 재야사학자임에도 주로 재야사학쪽을 비판하시죠 기본적으론 나쁘지 않은 시점이라고 봅니다
허나, 문제는 그 사관에 따랐을때, 우선 우리의 고조선 역사 중 약 '2천년'이 -사라지죠- 위만조선부터를 인정하니까요 중국 사기의 기록을 부정하는데 이유는 요동 일대에 만족스러운 유물, 유적이 없다는 이유죠 위만도 거의 '중국인'으로 보니까
고조선의 역사는 우리나라에서 빠지게 됩니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사실상 동의하게 되는거죠 고구려까지 뺏기면 우리 삼국시대는 백제,가야,신라가 되고 심하면 통일신라를 우리 민족 최초 국가로 인정해야 하는, 다분히 친일사관과 상통하는 면도 있습니다(그래서 격분하는 일반인들도 많은거죠)
저 교수와 비슷한 시각을 가진 분들은 친일사관과 구별을 위해 '민족을 배제하고 만주를 공동의 역사로 보아 중국과 함께 연구해가야 한다'는 식으로 마무리 짓곤 하는데, 중국이 지금 하는 꼴을 보면 그게 되겠느냐는 거죠 '지나친 도취에 빠져있는 일부 재야사학'을 비판하는건 좋은데 저 시각에 많은 이들이 동의하지 못하는건,
@리바짱 벤!! 도취를 위한 고대사의 왜곡 및 확대를 하자는게 아니라 중국과 일본이 빼앗으려는 뿌리는 지키자는 겁니다 제 3자의 시각이 필요한 것은 그런 움직임이 적어진 뒤라는 것이죠 이렇게 많은 역사가나 일반인들이 생각하는게 비판받고 지적받을 일일까요?
역사에 정답은 없습니다 사관만이 존재하죠 역사에 정치가 개입되어선 안된다?듣기엔 좋아보이지만 역사에 정치가 개입되지 않은건 단 한번도 없습니다 역사 자체가 사회와 정치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니까요 심지어 저걸 주장하는 이들조차 다분히 역사가들 본위에 맞춰진 정치적 발언이죠(외부로부터 지원은 받겠지만 외부적 간섭으로부터는 자유롭다는~)
@리바짱 벤!! 간단히 제 결론을 얘기하자면, 지난번과 비슷합니다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고 각자 장단점이 존재하며 그것이 극도로 잘못된 것이 아니면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입니다 굳이 제 닉이 언급되어서 길게 썼는데 어찌보면 지난번이랑 같은 도돌이표 얘기에 가깝네요ㅎㄷㄷ 간만에 머리 썼더니 푹 쉬고 싶네요ㅋㅋ답댓글이 안달리더라도 봐주세요ㅋㅋ
@리바짱 벤!! 아 저격글이 아니라, 마지막에 무언가 제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이야기가 끝난 것 같아 제 생각을 이 글로 대신한다는 의미에서 언급한 것입니다. 기분상하지 않으셨길 바랍니다. 그리고 저는 민족사를 해체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태껏 민족주의 사관에 갇혀 탐구되지 못했던 2천 년 전의 역사의 실체를 찾는게 단순히 뿌리를 지키는 작업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지향을 지킨다는게 어렵다는건 리바짱벤!!님께서도 마지막에 언급하셨지만, 그래도 그걸 지향하는게 앞으로의 학문하는 자의 소명이겠죠.
@리바짱 벤!! 애초에 민족사라는 개념 자체가 깨지고 있는 지금 2~3천 년전의 역사가 어느 민족의 역사인지 뿌리를 찾는 것도 더 이상 역사학이 할 일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학계에서도 젊은 연구자들 중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구요, 적어도 제 주변에서는 이전에 고대사가 하던 작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이 많습니다. 요 지점에서 저와 리바짱벤!!님의 간극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댓글로 논해서 해결될 일도 아니고, 저도 논쟁을 하기 위해서 언급한건 아닙니다. 그냥 이런 생각에서 어제 저 친구가 그런 댓글을 달았었구나, 정도로만 이해해주세요. 긴 댓글 감사하고 저녁 맛있게 드시길 바랍니다^^
@[Card*하경우*] 그런 의도셨군요?기분이 좋지않다고는 썼지만 막상 크게 신경쓰이는건 아니기도 했어요 사과 감사합니다ㅎ전 이 나라에서 좌파로 분류되는 민족주의자라 하경우님이 언급하신 시각에 '동감'까진 못하지만, 저런 시각이 현실이 되는 날이 왔으면 하는 맘은 있습니다 저게 현실이 된 날이 이 동북아 3개국에 평화가 찾아왔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님도 저녁 맛있게 드시고 하루 잘 마무리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