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누피가 두 발로 걷기 시작한 시기

아래에 스누피가 언제부터 두 발로 걸었는지 궁금해하는 글이 있었습니다. 그것에 대한 답변의 시도입니다. 스누피 공식 사이트의 "Timeline"에 보면 "1958"항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SNOOPY stands on two legs for the first time in the comic strip." (스누피가 만화에서 최초로 두 발로 일어섬.) [참고로 이 해에 또한 최초로 스누피의 플라스틱 인형이 판매되었다고 나와 있습니다.] 이것을 보면 스누피가 두 발로 걷기 시작한 것은 1958년이라고 보아야겠는데, 실은 이게 좀 잘못된 것 같습니다. 공식 사이트에 나와 있는 내용을 아니라고 하니까 조금 의아하게 생각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선 확실한 것은 1957년 6월 28일자 만화입니다. 이것은 만화게시판에서 검색하면 찾아볼 수 있습니다(156번). 거기서 찰리 브라운이 스누피에게 뒷발로 걷는 것을 가르치는데 스누피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해냅니다. 그러니까 찰리 브라운이 "너에겐 뭘 가르쳐도 재미없어!"라고 말하며 짜증을 냅니다. 그리고 56년 9월과 10월에 걸친 만화(Peanuts: A Golden Celebration 참조)에서는 스누피가 아주 행복하게 뒷발로 일어서서 춤추는 장면들이 계속 나옵니다. 스누피가 외적인 어떤 위협에도 흔들리지 않는 내적인 행복을 보여주고 있어서 행복의 의미에 대해 생각을 하게 만드는 만화들입니다. 개들이 흔히 하는 뒷발로 일어서는 묘기는 일찍부터 나왔습니다. 예를 들어 1955년 8월 15일자 만화에는 뒷발로 일어서는 묘기를 부리는 스누피에게 찰리가 과자를 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이즈음 스누피는 펭귄, 뱀, 대머리 독수리, 꼬뿔소, 순록, 등등의 여러 가지를 흉내내고 있는데, 그 중에 사람 흉내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뒷다리로 걸으며 얼굴 표정까지 흉내를 내곤 했습니다. 최근 잰 엘리엇이라는 만화가가 슐츠씨에 대해 회고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약 5년째가 되었을 때 스파키(슐츠의 애칭)는 스누피를 일어서게 만들고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그 이후로 피너츠 만화는 커다란 인기를 얻게 되었다고 합니다. 약 5년째라면 1955년 가을쯤이 되겠지요. 그래서 만일 저에게 스누피가 걷게 된 정확한 날짜를 대라고 하면 해당되는 만화가 더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57년 6월 28일자 만화를 대겠습니다. 그보다는 그저 55년 이후부터 두 발로 걸었다고 말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물론 스누피는 두 발로 걷게 된 이후에도 네 발로 걷는 모습도 같이 등장했습니다. (c) Genie of 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