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브룩클린 다리 밑에 그리말디라는 피자 가게가 하나 있습니다.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맨해튼의 롬바르디와 더불어 뉴욕에서 줄 서서 먹는 피자 가게로 유명하죠. 그리말디에 가면 우리에게 My Way, Fly me to the Moon으로 잘 알려진 가수 겸 배우 프랭크 시나트라의 사인이 담긴 사진이 벽에 걸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의 단골 피자 가게였다는 표시죠. 이처럼 프랭크 시나트라의 사진을 벽에 훈장처럼 걸어둔 피자 가게는 뉴욕뿐 아니라 보스턴, 필라델피아, 볼티모어, 시카고 등에서도 종종 볼 수 있어요. 일찍이 이 지역들은 미국으로 이주한 이탈리아인들의 정착지였고, 이곳에서 이탈리아인들은 피자를 만들어 팔았습니다. 마치 인천에 상륙한 화교들이 한국식 자장면을 팔던 것처럼요. 한편 이탈리아 이민 2세인 프랭크 시나트라는 굉장한 피자 마니아였다고 해요. 1950년대는 미국인들이 프랭크 시나트라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열광하던 때였습니다. 피자도 그 중 하나였지요. 세계적인 피자 브랜드인 피자헛과 도미노 피자도 이 즈음에 탄생했습니다. 피자의 본 고장 이탈리아를 두고 미국의 피자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이유? 물론 있습니다. 피자의 본 고장은 이탈리아 나폴리로 알려져 있지만 전 세계에 피자를 널리 알리게 된 데는 미국의 역할이 크기 때문이죠. 우리나라에도 미군 부대를 통해 미국식 피자가 먼저 들어왔고요. 아래의 피자들도 상당 부분 미국식 피자 레서피를 근거로 한 변종 피자들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종류의 피자가 인기 있는지 살펴볼까요?
글 | 손지혜 (LUEL 피처 에디터)
피자 온 키워드 식빵 피자, 또띠아 피자, 감자 피자, 치킨 피자, 치즈 피자, 고구마 피자, 고르곤졸라 피자, 쌀 피자, 토마토 피자, 마르게리타 피자
식빵 피자
식빵 피자가 네이버에서 피자 관련 키워드 검색 순위 1위에 오른 것은 재미있는 현상입니다. 이탈리아 음식인 피자가 우리 가정의 식탁에 자주 오를 만큼 대중적으로 자리잡았다는 걸 말해주니까요. 식빵 피자는 말 그대로 식빵으로 만든 피자입니다. 곡물 가루로 도우(dough)를 만드는 번거로움도 없고, 오랜 시간 동안 화덕에 피자를 구워낼 필요도 없지요. 식빵 위에 치즈와 토마토 소스를 깔고, 먹는 사람의 입맛에 맞는 토핑(topping) 몇 가지를 얹어 전자레인지나 오븐에서 데우면 끝입니다. 주로 가정에서 엄마표 피자로 통하며 아이들의 간식으로 인기 있습니다. 식빵의 유래를 살펴보면 이것 역시 영국이나 프랑스를 거쳐 미국에서 미국식으로 대중화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식빵으로 피자를 만들 생각을 한 것도 우리가 미국식 피자에 입맛이 길들여진 것과 관련 있지 않을까요?
토르티야 피자(또띠아 피자)
토르티야(Tortilla)는 우리나라의 빈대떡과 비슷한 멕시코 전통 음식입니다. 밀가루나 옥수수 가루를 반죽해서 이를 얇게 밀어 팬이나 오븐에서 구운 것이죠. 우리가 알고 있는 멕시코 전통 음식인 타코, 나초, 엔칠라다, 파히타, 케사디야 등이 바로 토르티야를 베이스로 한 음식들입니다. 토르티야 피자란 간단하게 말해 피자 도우 대신 토르티야 위에 토핑을 얹어 만든 피자입니다. 만드는 방법은 식빵 피자와 비슷한데 식빵 대신 토르티야를 이용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다이어트와 웰빙을 강조하는 식탁의 추세에 맞춰 사람들이 두꺼운 미국식 피자 대신 신(thin) 피자를 선호하게 되면서 토르티야 피자는 인기를 얻게 되었고요. 베이커리나 대형 마트, 수입 식료품 가게 등에서 토르티야를 사서 가정에서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피자 토핑 대신 멕시코 치즈나 살사 소스, 토마토, 버섯과 햄, 그릴 치킨과 스테이크 등을 얹어 만든다면 보다 멕시코 스타일에 가까운 피자를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감자 피자
국내 피자 프랜차이즈인 미스터 피자에서 인기 있는 메뉴 중 하나가 포테이토 피자라죠? 포테이토 피자는 토핑으로 프렌치 프라이를 얹은 피자입니다. 프렌치 프라이를 사용한 것 외에는 일반적인 미국식 피자와 별 다를 게 없죠. 그런데 인터넷에서 주로 등장하는 감자 피자는 이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아주 재미있는 레서피의 피자입니다. 마치 우리나라의 감자전과 일본의 오코노미야키를 합쳐 놓은 것 같거든요. 피자의 도우 대신 감자를 채 썰어 팬에 얇게 깔고 부치거나 삶은 감자를 으깨어 이를 전분과 합쳐 반죽을 한 다음 전처럼 굽습니다. 그 위로 치즈를 비롯해서 피자 토핑을 다양하게 쌓고 계속 구우면 감자 피자가 완성됩니다. 이와 같은 레서피가 나올 수 있다는 건 그만큼 피자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는 증거겠죠.
치킨 피자
감자 피자가 감자를 도우로 사용한 피자를 뜻하는 반면 치킨 피자는 치킨을 토핑으로 사용한 피자를 가리킵니다. 피자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게 바로 토핑에 따른 구분인데요. 미국식 피자가 온갖 종류의 토핑을 얹는 것에 비해 이탈리아 피자는 치즈와 더불어 메인 토핑이 얹어지고, 그 메인 토핑이 무엇이냐에 따라 피자의 이름이 결정됩니다. 이를테면 토마토 피자, 루콜라 피자, 안초비 피자 등이 그렇죠. 한편 그릴에 구운 닭 가슴살을 피자의 토핑으로 얹을 때 대부분 닭 가슴살을 정육면체 형태로 썰어서 올리는데요. 정육면체 모양의 치킨 토핑은 대개 미국식 피자, 싸서 먹는 형태의 멕시코 토르티야에서 주로 볼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그 무게 때문에 이탈리아 도우에는 맞지 않기 때문이죠. 토핑으로서의 치킨은 야채와 버섯, 과일 등과 어우러졌을 때 더욱 빛을 발하기도 하고요. 도우가 얇은 이탈리아식 피자에 치킨을 토핑으로 사용할 때는 일반적으로 닭 가슴살을 얇게 찢어서 올립니다.
치즈 피자
미국식 피자처럼 온갖 종류의 토핑을 올려 만든 피자와 달리, 도우에 심플하게 치즈만 올려 만든 피자를 치즈 피자라 합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고르곤졸라 피자가 있습니다. 고르곤졸라는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주 밀라노 동쪽의 고르곤졸라 지역에서 생산되는 치즈입니다. 특유의 고릿고릿한 맛과 향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 피자에 강력한 맛을 더해줍니다. 사실 피자의 맛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토핑이 아니라 치즈입니다. 온갖 종류의 신선한 치즈가 만들어지는 이탈리아나 프랑스, 네덜란드 등의 유럽에서는 피자의 맛을 치즈의 질에서 찾는 반면 미국식 피자는 토핑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죠. 유럽처럼 신선한 자연산 치즈의 생산이 쉽지 않은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치즈 본래의 맛보다는 토핑으로 맛을 낸 피자가 발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때 피자에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치즈가 모차렐라입니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피자 상식 모든 요리는 알고 먹을 때 더욱 맛있는 법입니다. 피자도 마찬가지! 그래서 여기 피자에 관한 몇 가지 상식들을 소개합니다.
피자의 기원은 3세기경 마케도니아인들이 고기를 평평한 빵에 싸서 먹던 것에서 비롯됩니다. 이것이 훗날 터키의 피데(pide), 그리스와 불가리아의 피타(pita), 남부 이탈리아의 피자(pizza)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16세기에 스페인과 포르투갈 탐험가들이 토마토를 유럽에 본격적으로 소개하면서 17세기 유럽의 식탁에는 토마토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치즈와 토마토 소스를 얹는 피자입니다.
마르게리타 피자는 1889년 이탈리아 사보이(Savoy) 가문의 왕비 마르게리타가 나폴리를 방문했을 때 나폴리의 피자 장인 라파엘레 에스포지토(Raffaele Esposito)가 그녀의 방문을 환영하면서 내놓은 피자입니다. 마르게리타는 이탈리아 국기의 레드, 화이트, 그린을 상징하는 토마토 소스와 치즈, 바질로 구성됩니다. 또한 마르게리타 피자는 피자 배달의 기원이기도 합니다. 마르게리타 왕비를 위해 라파엘레 에스포지토가 그가 운영하는 피자 하우스의 점원을 시켜 그녀에게 직접 피자를 전달한 것이 세계 최초의 피자 배달로 보고 있습니다.
1984년에 발족한 나폴리 피자 협회(Naples Pizza Association)는 피자의 세계화를 대가로 난립하는 변종 피자로부터 이탈리아 전통 피자를 보호하기 위해 나폴리 피자를 규정하는 몇 가지 지침 사항을 만들었습니다. 전기 화덕 대신 반드시 장작 화덕을 쓸 것, 화덕의 온도는 항상 485℃를 유지할 것, 크러스트 반죽은 반드시 손으로 만들어야 하며 모양은 둥근 형태여야 합니다. 피자의 식감은 쫄깃하고 부드러우며 쉽게 접을 수 있어야 하고 크러스트의 가장자리 두께는 2센티미터 이하, 가운데 두께는 0.3센티미터를 넘어서는 안됩니다. 토핑은 토마토 소스와 치즈를 사용해야 합니다.
현재 이탈리아 농무부에서 인정하는 나폴리 피자의 종류는 마리나라(마늘과 오레가노를 사용한 피자), 마르게리타(아펜니노 산맥 남쪽에서 생산하는 모차렐라 치즈와 토마토 소스, 바질잎을 토핑한 피자), 엑스트라 마르게리타(물소젖을 원유로 만든 남부 캄파니아산 모차렐라 치즈와 토마토 소스, 바질잎을 토핑한 피자) 3가지입니다.
미국에서 피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군에 의해 본격적으로 소개되었습니다. 미국식 피자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이탈리아 마르게리타 피자를 근거로 만든 뉴욕식 피자와 두꺼운 팬에 구워 만든 시카고식 피자입니다. 뉴욕식 피자는 피자헛이나 도미노 피자 등을 통해 우리가 익숙하게 접하는 피자이며, 시카고식 피자는 우노(Uno)라는 피자 프랜차이즈를 통해 국내에도 소개된 바 있습니다.
냉동 피자는 1950년대에 미국에 처음으로 등장했습니다. 누가 처음으로 냉동 피자를 발명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는 없지만 1950년 8월 10일 필라델피아의 조 부치가 냉동 피자 만드는 법을 특허로 등록한 기록이 있어요. 이후 <뉴욕 타임스>와 <시카고 데일리 트리뷴>, <월 스트리트 저널> 등에 냉동 피자 광고가 실리기 시작하면서 다른 인스턴트 식품과 경쟁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