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시편 묵상
2024년 12월 10일 화요일 (대림 2주간)
제사권
제 106 편
1 할렐루야. 야훼께 감사 노래 불러라, 그는 어지시다. 그의 사랑 영원하시다.
2 야훼께서 이루신 그 크신 기적들, 뉘 있어 다 말할 수 있으랴! 그 누가 다 찬양할 수 있으랴!
3 복되어라. 항상 바로 살고 옳은 일 하는 사람.
4 야훼여, 당신의 백성을 어여삐 여기시니 나를 생각하소서. 당신 백성 구하실 때 나를 찾아주소서.
5 친히 택하신 백성과 함께 복을 누리고 당신 백성의 기쁨을 나도 함께 기뻐하고 당신이 주신 유산을 자랑하게 하소서.
6 조상들처럼 우리도 범죄하였고 빗나가고 거역하였습니다.
7 우리의 조상들은 이집트에 있을 때, 당신께서 베푸신 기적들을 깨닫지 못하였고 당신의 사랑을 그토록 많이 받고도 까맣게 잊어버린 채 1)홍해에서 거역하였습니다.
8 그러나 당신의 이름 야훼이시기에 그들을 구원하시고 그 위력을 보이셨다.
9 한 번 꾸짖으심으로 홍해를 말리시고 그들을 인도하여 깊은 바다를 마른 땅처럼 건너게 하셨다.
10 이렇게 적수들의 손에서 그들을 살려내셨고 원수들의 손에서 건져내셨다.
11 물은 적군들을 휘덮어 하나도 살아 남지 못하였다.
12 그제야 그들은 그의 말씀을 믿고 찬양을 불러 올리더니,
13 어느새 그 일들을 잊어버리고 주님의 지시를 기다리지 않았다.
14 사막에서 먹을 것을 내라고 투정하였고 광야에서 하느님을 시험하였다.
15 주께서 그들의 청을 들어주시었으나 속이 뒤틀리는 아픔을 함께 주셨다.
16 그들은 진영에서 모세를 시기하고 야훼께서 뽑으신 성직자 아론을 투기하였다.
17 땅이 갈라져 다단을 삼키고 아비람의 무리를 묻어버렸다.
18 또 거기에서 불길이 터져 나와서 그 악인의 무리를 살라버렸다.
19 호렙에서는 송아지 우상을 부어 만들고 그 앞에 엎드려 예배하였다.
20 하느님을 섬기는 그들의 영광을 풀을 먹는 황소 상과 바꾸어버렸다.
21 그들은 자기들을 구해 주신 하느님을, 이집트에서 굉장한 일 하신 분을 잊어버렸다.
22 함 땅에서의 놀라운 일도, 홍해에서의 무서운 일도 그들은 모두 잊어버렸다.
23 주께서 그들을 없애겠다 말씀하실 때 손수 뽑으신 모세 홀로 몸을 던져 그분 앞에 나아가 파멸의 그 진노를 거두시게 하였다.
24 그들은 또 하느님의 말씀을 믿지 않고서 복락의 그 땅을 마다면서
25 천막에 들어 앉아 불평만 하고 야훼의 분부를 듣지 않았다.
26 이에 손을 드시고 맹세하셨다. "사막에서 이들을 없애리라,
27 그 후손을 이방인들 사이에 낮추리라, 이 나라 저 나라에 흩으리라."
28 브올에서는 그 곳 바알신에게 굴종하고 생명도 없는 것들에게 바쳤던 제물을 먹었다.
29 이런 못된 짓으로 하느님을 진노케 하여 재앙이 그들에게 들이닥쳤다.
30 그 때에 비느하스가 나서서 법으로 다스리자 비로소 재앙이 물러갔으니
31 이 일이 그의 공로로 인정되어 그 은덕이 대대로 전해지게 되었다.
32 또 므리바 샘터에서 하느님의 비위를 거스른 일, 그들 잘못으로 모세조차 화를 입게 되었으니
33 그들이 그의 성깔을 돋우는 바람에 모세가 함부로 말했던 탓이다.
34 그들은 야훼의 분부를 어기어, 뭇 이교도들을 멸하지 아니하고
35 오히려 그 민족들과 어울려 지내며 그들의 행실을 배우고
36 그들의 우상을 섬겼으니 그것이 그들의 올가미였다.
37 귀신들에게 아들 딸을 잡아 바치며
38 가나안의 우상들에게 바치느라고 억울한 피, 아들 딸의 피를 흘리고 그 피로 땅을 더럽혔다.
39 이런 못된 짓을 하여 스스로 부정을 타고 몸을 더럽혔다.
40 이에 야훼께서 당신 백성에게 진노의 불길을 지르시고 그 백성을 택하신 것을 노여워하사
41 저희를 이 나라 저 나라에 넘겨주시니 원수들이 그들을 지배하였고
42 원수들의 폭군 밑에 억눌려 지내며 그들에게 굴종하는 신세가 되었다.
43 그래도 주님은 여러 번 그들을 건져주셨건만, 그들은 간악하게 항거하면서 죄악으로 자꾸만 빠져들었다.
44 그들의 아우성 소리를 들으실 때마다 고생하는 그들에게 눈길 돌리시고
45 그들과 맺으신 계약을 생각하시며 그 크신 사랑에 마음이 누그러져
46 그들을 잡아간 자들의 마음을 돌려 그들에게 동정을 베풀게 하셨다.
47 야훼, 우리 하느님, 우리를 구해 주소서. 만방에서 우리를 모으시고 우리로 하여금 당신의 거룩하신 이름에 감사 드리고 당신을 찬양하며 축하하게 하소서.
48 이스라엘의 하느님 야훼, 언제나 언제까지나 찬미받으소서. 온 겨레여, "아멘."으로 화답하여라.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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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106편은 시편 제4권의 마지막 장이고 총 48절로 되어 있습니다. 그 안에 교훈, 탄원, 참회, 찬양의 요소가 모두 담긴 노래입니다. 이스라엘 구원의 역사를 다시 되새기며 노래하는 이른바 ‘역사 시편’에 해당합니다. 그중에서도 오늘 본문은 이스라엘의 불충함과 반역 그리고 극한의 두려움에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살려고 했던 어두운 과거에 대한 기억을 강조합니다. 사실 찬란하고 영광스러운 과거만을 생각하고 표현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공통된 마음일 텐데, 시인은 자신들의 부끄러운 과거에 대해 용감하게 고백합니다.
‘조상들처럼 우리도 죄를 지었습니다. 빗나가고 거역하였습니다.’(6절)고 하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고백일 것입니다. 그런 후 광야에서 자신들이 저지른 죄악에 대해 낱낱이 기록하고 아룁니다. 모세가 시나이산에서 하느님께 돌판에 새긴 계명을 받습니다. 그런데 모세가 오래도록 산에서 내려오지 않자, 백성들이 동요합니다. 불안은 어느 전염병보다 강한 법, 모두가 각자의 패물을 녹여 금송아지를 만들어 숭배합니다. (출애 32장) 시인은 그 일이 얼마나 헛된 행동인지 ‘풀을 먹는 황소상’처럼 허무하다고 표현합니다.
오늘 시인이 하느님 앞에 고백하는 가장 큰 죄는 ‘망각’입니다. 하느님의 약속과 은총을 쉽게 잊어 버립니다. 이는 가장 큰 죄라고 말합니다. 시인이 106편 전체에 걸쳐 자신들의 죄악을 역사적으로 다시 기록하고 참회하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아직도 그들이 그러한 역사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의 조상처럼 여전히 하느님을 거역하고 그분의 은총에 감사할 줄 모르며, 틈만 나면 불평하고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불안해합니다. 그 두려움이 집단으로 퍼지면서 눈에 보이는 다른 형상을 따르고 섬기게 됩니다. 하느님께 진노를 사게되고 비참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댈 것은 하느님의 약속뿐입니다. 하느님께서 하신 약속의 말씀과 그분과 맺은 언약을 믿고 부르짖어 기도할 때, 하느님은 자신들의 조상들에게처럼 지금 여기의 우리에게도 응답하시고 용서하신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시인은 오늘 조상들의 죄를 나열하면서도 모세를 통한 하느님의 보호하심을 상기시킵니다.
이렇게 묵상합니다.
세상을 살며 하느님에 대한 깊은 신뢰로 인한 위로와 용기를 얻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하느님에 대한 깊은 회의로 인한 고독 혹은 영혼의 황폐함도 경험합니다. 좌절과 두려움 그리고 영혼의 황폐함은 이겨내려 한다고 이겨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을 철저히 돌아보며 깊이 성찰하는 느린 호흡 가운데 함께 계신 하느님을 경험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기도할 때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참회’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참회는 자신을 돌아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억하는 것입니다. 신앙생활 가운데 기쁘고 만족할 때는 물론 고독하고 배신을 느끼는 먹먹함도 기억해 내는 것입니다. 우리의 기억 가운데 하느님께서 하시는 구원의 섭리는 여전히 활동하십니다. 시간과 세월이 흐른 뒤에도 우리의 열정은 물론 우리의 나약한 본성까지도 잊지 말고 기억해 내서 다시 하느님께 낱낱이 아뢰고 고백하는 날을 꿈꿔봅니다. 그때도 하느님은 지금처럼 우리와 함께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