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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69824.htm
l--- Original Message ---
From : "서완석"<wans000@hanmail.net>
To : "jskwak"<jskwak@hani.co.kr>
Date : 2024/11/30 토요일 오전 9:06:03
Subject : 과연 궤변으로 치부해도 될까요?
존경하는 곽정수 기자님
저는 오랜 독자입니다.
지난 번에도 보내드린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오늘 아침에 실린 기사를 읽고 제 글을 한번만 읽어 봐주시라는 의미에서 다시 보내드립니다. 이 글은 상사법연구에 실린 논문입니다.
과연 제 글이 궤변일까요? 궤변으로 치부하신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회사법을 연구해온 학자로서 쓴 글이라는 점도 고려해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저는 이사가 문제가 아니라 지배주주가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으며 지배주주의 충실의무로 접근해야 할 문제를 엉뚱하게 이사의 충실의무로 접근하는 논리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물론 기자님께서 많은 연구를 하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궤변으로 치부받는 것에 너무 화가 납니다. 어쩌다 한겨레 신문이 이렇게 반대 의견을 무시할 정도로 독선적으로 변했는지 실망스럽습니다.
꼭 한번 읽어주시기를 간청드리옵니다.
가천대 법대 명예교수 서완석 올림
Re: 과연 궤변으로 치부해도 될까요?새창으로 읽기
이메일주소 접기보낸사람곽정수<jskwak@hani.co.kr>주소추가수신차단24.12.02 (월) 12:13중요메일 표시, 선택해제됨받는사람서완석<wans000@hanmail.net>주소추가
서 교수님 감사합니다
보내주신 글의 내용은 아래와 같이 이해했습니다
1.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개정에 반대하고
2.주주 자본주의가 아니라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가야한다
3.지배주주의 충실의무를 명확히 해야 한다
이와 관련 저의 의견은
1.과도한 주주 자본주의가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에 공감하고
2.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가야한다에 공감합니다
다만 상법개정 반대 관련 의견을 드리면,
지배주주의 전횡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핵심요인이라는 것에 기본적으로 동조하는 것을 전제로
해법으로 제시한 지배주주 충실의무 강화 관련, 지배주주의 충실의무 대상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만약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라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일반주주 피해를 해결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현행 상법의 문제도 지배주주가 이익을 보고, 일반주주는 피해를 보더라도, 회사에만 피해가 없다면 책임을 묻기 어려운 점 때문입니다.
만약 충실의무 대상이 전체 주주라면, 상법 개정안과 크게 다를 게 없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지배주주가 등기이사인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대해서는 좀더 생각해야 합니다만)
참고로 올해 7월부터 시행되는 중국 개정 회사법에서는
1.지배주주(실질적 경영책임자)가 이사가 아니더라도, 회사에 대해 충실 근면의무를 지도록 하고,
2.지배주주가 이사로 하여금 회사 또는 주주 이익을 해하는 행위를 지시한 경우 연대책임을 지도록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은 회사와 주주이고, 지배주주가 설령 이사가 아니더라도 회사와 주주에 대해 충실의무를 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우리 상법도 중국과 같은 방향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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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기자님 바쁘신 중에 답장을 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저는 상법학자로서 우리나라에 증권거래법 연구자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증권거래법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입니다. 그리고 공부가 미진하다 싶어 미국으로 건너가 이 분야에 관하여 좀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한 후 귀국하여 원광대에서 근무하다 로스쿨이 만들어진 후 우리 이길여 총장님의 스카웃 제의로 학교를 옮겨 증권거래법, 회사법, 경제법, 보험법, 국제거래법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했습니다. 특히 주식회사의 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와 의결권 문제는 제가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분야인데 정년퇴임 후 이번 논란을 보고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보내드린 논문을 쓰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2022년에는 ‘기업지배구조와 주주의결권’이라는 책이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300권 중 한 권의 우수 학술 도서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
이사의 충실의무 규정은 1988년 우리 상법 개정 시 도입되었습니다. 이 당시 우리 상법은 독일 상법 규정에 존재하는 이사의 선관주의 의무만을 두고 있었는데 이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고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위임사무를 처리하는 의무를 말합니다. 즉 이사는 회사의 수임인(임무를 위임받은 자)으로서 위임의 본지(본래의 취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위임사무를 처리해야 합니다. 따라서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회사에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회사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지며, 고의 또는 중과실로 제3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제3자에게도 손해배상의무를 지게 됩니다.
그런데 이사의 충실의무가 도입될 당시 선관주의 의무와 충실의무는 동일한 것이라는 견해와 다른 개념이라는 견해의 대립이 있었으나 저는 이사의 충실의무는 영미법상의 개념으로 서로 다른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한 바 있고 지금 동일설을 주장하는 학자는 거의 없습니다. 선관주의 의무는 그자가 속하는 사회적・경제적 지위 등에서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주의를 다하는 의무로서 어느 특정인이 자기의 물건을 관리함에 있어서, 하고 있는 정도의 주의와 같은 정도의 주의(자기 재산에 관한 행위와 동일한 주의) 보다 조금 무거운 의무를 부과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이사의 선관주의 의무는 이사가 회사의 이익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라는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에 근거하여 이사가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경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회사에게 발생하는 불가피한 손해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 ‘경영 판단의 원칙(Business Judgement Rule)’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한편 이사의 충실의무는 이사와 회사 사이의 신뢰 관계에 기초하여 발생하는 의무로서 이사는 회사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회사와 이사 자신의 이익이 충돌하는 상황에서는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고 회사의 이익을 우선시켜야 하는 의무를 말합니다. 회사법상 이사의 경업금지의무, 자기거래 제한, 회사기회유용금지의 원칙 등도 모두 이에 바탕을 둔 규정들입니다.
따라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를 포함하고 있는 경우는 없습니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한 예로 미국 델라웨어주법을 드는 경우가 있으나 제 논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회사의 이익이 곧 이해관계자의 이익이 되며 주주는 최대 이해관계자이므로 그들의 이익 역시 보호되어야 한다는 일반론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왜 주주를 충실의무 대상에 포함해서는 안 되냐는 것입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설명드리겠습니다.
첫째, 주주는 회사의 주인이 아닌 이해관계자입니다. 이사는 그들의 주인인 회사의 대리인이지 주주의 대리인이 아닙니다. 제 논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과거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주주중심주의가 대세를 이루면서 주주를 회사의 주인인 것처럼 인식한 측면이 있지만 이제 미국도 이해관계자주의가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공부하지 않는 한국의 일부 학자들이 아직도 주주중심주의 입장에서 이번 논란을 일으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곽기자님께서도 이해관계자주의 입장에 서신다고 하셨지요? 그렇다면 이사는 이해관계자 모두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리고 회사의 이익이 곧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이 되는 것입니다. 이사는 주주로부터 위임을 받은 수임인이 아닙니다.
둘째, 주주들의 선호(preference, 어떤 것을 더 좋아하는지를 표시하는 체계)는 각자 다릅니다. 예를 들어, 대주주나 지배주주는 장기적 이익을 선호하지만, 소액주주들은 단기적 이익 즉 시세 차익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분초 단위로 주식을 사고파는 단타, 초단타, day trading, scalping, swingtrading, 역 데이트레이딩, 오버나잇 등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들은 회사의 장기적 발전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만일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를 포함하게 되면 이사는 어떤 주주에게 장단을 맞춰야 할지 모르게 됩니다. 이사들은 손해배상책임이 두려워 정말 회사 발전에 필요한 모험적인 사업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지 않고 복지부동의 자세를 취하게 될 것이 뻔합니다. 그런 경우 주주 역시 피해를 보게 될 것입니다.
3. 이러한 논리는 처음에 윤석열 대통령과 이복현 금감위원장이 주장했고 지금은 거꾸로 정부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핀셋 보완으로 돌아섰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가 중심이 되어 상법 개정을 공언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솔직히 말해 너무나 무지한 법논리에서 시작된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아직도 철 지난 주주중심주의 이론에 사로잡혀 애먼 다리를 긁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곽기자님께서도 이해관계자주의에 서신다면서 논리적 충돌을 하고 계신 것입니다.
4. 문제는 이사가 아니라 자칭 오너(owner)라는 지배주주입니다. 신문에서도 그들을 오너라고 불러서는 안 됩니다. 예를 들어 상법상 회사의 인적 분할과 물적 분할이라는 게 있습니다. 분할되는 사업의 전문성 향상, 대규모 투자자금 유치 가능, 특정 사업만 골라서 물적 분할을 할 수 있는데, 우리 상법에서는 인적분할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물적분할은 예외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인적분할은 주주 구성이 변경되고, 물적분할은 변경되지 않습니다. 또한 인적분할은 독립적인 회사가 생기고, 물적분할은 자회사가 생깁니다. 그리고 인적분할은 주주가 직접 신설회사 주식을 소유하고, 물적분할은 간접적으로 소유합니다. 인적분할은 분할된 회사의 주주가 신설회사의 주식을 비례적으로 배정받는 방식이며, 물적분할은 분할회사가 신설회사의 주식을 100% 소유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인적분할의 경우 주주가 신설회사의 주식을 소유하기 때문에 소액주주에게 큰 손해가 없습니다. 그러나 기존 회사를 분할하고자 할 때 기존 회사가 지분을 100% 보유한 회사를 신설하는 형태로 이루어지는 물적분할의 경우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물적분할은 A회사를 분할하여 B회사를 신설했을 때, B회사의 지분을 A회사가 전부 보유한 형태로 회사가 분할된 것인데, 이 경우, 신설법인이 상장하지 않는 전제 하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나중에 신설법인의 IPO만 없다면 모회사의 자회사 지분이 희석되지 않아 장점 부분이 극대화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물적분할은 대부분 신설법인의 IPO도 뒤따라와 모회사의 자회사 지분이 희석됩니다. 그러다 보니 소액주주가 손해를 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요. 물론 소액주주뿐만 아니라 지배주주 역시 주식 가치 하락으로 손해를 보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그들은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기업의 지배권을 유지하는 게 우선이므로 자기가 갖고 있는 모회사 지분율을 떨어트리지 않으면서 신규 투자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방법으로 물적분할 후 IPO를 선호하게 되는 것입니다. 즉 본질적인 문제는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간 이해 상충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저는 재작년에 삼성전자와 제일모직 합병 사건에 대하여 중앙지검에서 6시간 반 자문에 응한 바 있습니다. 그 사건 역시 지배주주가 문제였습니다. 저는 사외이사 제도를 독립이사(independent director)로 바꾸고 완전한 독립성을 가져야 한다고 오랫동안 주장해 온 자입니다. 회사 밖에 있다고 해서 이사들이 지배주주로부터 독립성을 가진다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상법상 사실상의 이사(shadow director), 즉 업무집행관여자(등기이사가 아니면서 도 회사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자)의 책임을 묻는 제도 역시 미국에서 온 것으로 미국 역시 이사들이 지배주주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염두에 둔 판례가 발달해왔습니다. 다시 말해 아무리 이사의 독립성을 부여한다고 해도 지배주주의 간섭을 물리치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4. 결국 지배주주의 충실의무이론으로 접근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국가들은 한발 더 나아가 주주의 충실의무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주주 모두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는 자신의 이익을 포기해야 한다는 이론이지요. 그러나 저는 애꿎은 소액주주들까지 거론하고 싶지는 않고 지배주주가 자신의 이익과 회사의 이익이 충돌할 때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이익을 포기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소액주주도 손해를 보는 일이 없게 된다는것입니다. 곽기자님께서도 지배주주의 전횡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핵심요인이라는 것에 동조하고 계시면서 지배주주의 눈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이사에게 충실의무를 부과하려는 우를 범하고 계신 것입니다. 지배주주가 충실의무를 위반한 경우 손해를 입은 소액주주들은 지배주주를 상대로 손해배상책임을 묻게 됩니다.
5. 존경하는 곽기자님! 회사법은 상법 제3편의 규정으로 상장회사와 비상장회사 모두에게 적용되는 법입니다. 그리고 자본시장법은 상장회사에만 적용되는 규정입니다. 곽기자님께서 말씀하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거의 100% 상장회사에서 일어나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모든 회사에 적용되는 이사의 충실의무 규정을 손보게 되면 큰일이 날 수도 있으며 오히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더욱 심화할 것이 명확합니다. 자본시장법을 핀셋보완하는 것이 옳습니다. 정부도 이러한 사실을 깨닫고 이제야 돌아선 것으로 봅니다.
6. 곽기자님께서는 중국의 지배주주 충실의무 규정을 예로 드시면서 결론적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은 회사와 주주이고, 지배주주가 설령 이사가 아니더라도 회사와 주주에 대해 충실의무를 지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계십니다. 이사의 충실의무와 지배주주의 충실의무를 혼동하고 계신 것입니다. 중국법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사에 주주를 포함시킨 것이 아니라 지배주주의 충실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라는 점에 대해 오해를 하고 계신 것입니다.
제 논문을 읽어 주신 점에 감사의 말씀을 올리며 평생 한겨레 독자로서 자긍심을 갖게 해준 점 감사드립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다시 지면에서 뵙겠습니다. 가천대 법대 명예교수 서완석 올림(wans000@daum.net, 010-9171-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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