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찍는 매화마을의 흔해빠진 풍경, 다시보기. 광양 청매실 농원 전남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 414 / 061-772-4066
여유있는 걸음으로 매화축제장을 찾았습니다. 버스 떠날라면 아직 멀었고, 굶주린 배는 채웠고, 설렁 설렁 걸어 봅니다. 만개가 지난 매화이지만, 고운 횐빛은 여전합니다. 맨날 똑같은 풍경들, 그래도 좋습니다.
왜?! 매화마을의 매화는 항상 뒷북일까요? 아마도 이러저러한 이유를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인파가 몰리는 축제가 싫어서일테고, 그 사이 이름 없는 고매(古梅)를 만남이 더 즐겁고 행복해서일런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여행자의 의지와는 관계 없이 매화마을에 들어 섰습니다. 그리고 덜렁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어쩌겠습니까?! 가야지요. 매화보러요.
막걸리로 배도 채웠겠다, 소화도 시킬 겸 매화마을 구경에 나섭니다. 워낙에 많은 분들이 소개해주시는 결과로 사진은 다 거기서 거기입니다. 딱히 나을 것이 없는 사진들입니다. 그러니 뒷북 맞지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매화마을'이라하면 '청매실 농원', 또는 '홍쌍리여사 매실농원'을 말합니다. 그러나 실제는 광양시 다압면 일대가 전부 매실마을입니다. 청매실 농원이 자리한 '섬진마을'에서부터 버스정류장을 하나씩 건너가면서 '다사마을', '소학정마을', '관동마을'까지 이어집니다. 이 마을들은 모두 섬진강을 따라 길게 이어진 매실마을들로 자가용을 이용하신다면 복잡스러운 섬진마을보다는 다른 매실마을을 천천히 둘러 보는 것도 좋을듯 합니다.
2013 광양매화문화축제, 그 끄트머리입니다. 활짝 만개한 매화꽃밭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같은 섬진마을에도 능선 따라 봄기운을 맞이하는 산하는 다릅니다. 아직도 만개의 꿈을 펼치는가 하면 벌써 지고 앙상한 가지만을 남기고 있는 매화나무들도 있습니다. 시들어 말라버린 꽃잎을 바라보는 심정은 아무래도 애처롭습니다. 그러나 느릿한 걸음으로 걷는 여행길의 잔재미는 느긋한 산책의 길입니다. 길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보통의 단체 여행을 통한다면 대부분의 매화마을 답사는 '청매실농원'을 답사하는 것입니다. 축제장의 중심지이자, 다압면 일대 매실의 시초가 되었고, 더하여 매실의 산지로서 그 중심의 역할을 하고 있는 홍쌍리여사가 머물고 있는 마을이기때문입니다.
길손은 청매실농원일대는 보통의 경우에는 잘 찾지 않는 매실마을입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자연과 그것을 즐기는 시는 분들의 미소야 반갑고도 고마운 일이지만, 한정된 시간속에 머물게 되다 보니 지나치는 나그네에 불과해지는 결과가 싫은 것이지요. 오색찬란한 의상들이 매화의 순백을 어지럽히고, 매화향은 어디가고 화장품 내음은 둘째치고 술에 절어버린 내음과 곳곳에서 일어나는 고성방가가 싫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길손도 그 중심에 서 있습니다. 아침 댓바람부터 막걸리 한통을 비우고 흐느적흐느적 거리며 걷고 있으니, 누가 누굴 탓하겠습니까, 그저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천천히 매화들을 만나봅니다.
섬진마을 뉘댁의 마당에 자리한 약 7, 80년생 정도의 매화나무, 바닥에 콘크리트로 덮어져 있어 생육환경이 좋지 못한데다가 나무가지를 가지치기하여 조금은 불안해 보입니다. 그래도 나름 주위의 어린것들보다는 어른의 모습을 보이는 고매입니다.
기왕지사 매실마을을 즐기는 거라면 매실마을의 기원정도는 알고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청매실농원을 비롯한 다압면 일대의 살아있는 역사는 '율산매(栗山梅)'에서 시작합니다. 율산매는 여느 사진들에서 가장 많아 만나는 사진들 중에서 청매실농원 올라가는 길목의 매화 나무아래에서 이러저러한 나물들을 팔고 계시는 어머님들의 모습이 있는 사진들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많은 분들은 그 자리에서 판매되고 있는 나물들에 눈길을 주실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분들이 앉아 계시는 뒤편에 환하게 핀 청매 2그루가 바로 율산매입니다.
그 주인은 '율산 김오천(栗山 金午千, 1902~1988)'선생입니다. 우리나라 전 국토에 밤나무를 보급하신 분이시고, 지금의 매화마을을 일구어 낸 광부이자, 홍쌍리여사를 '전통식품명인'으로 만든 장본인으로 홍여사님의 시아버님이 되십니다. 마을 분들에게는 밤나무골 김영감님으로 불렸습니다. 즉, 매실나무보다는 밤나무에 기여한 공이 더 크다 하겠습니다. 기후와 토질에 따라 결정 되는 한정된 땅에서 자라는 매실나무와 달리 밤나무는 전국에 걸쳐 고른 분포를 나타내고 있는 이유입니다. 열일곱의 나이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면서 고된 광부생활을 하시던 율산생이 나무 재배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서 밤나무와 매실나무를 들여와 백운산 기슭에 심기 시작한 것이 그 시초가 됩니다. 일본의 묘목재배기술을 접목시켜 집단재배에 성공하면서 전국에 걸쳐 묘목과 재배기술을 전파하신 분입니다. 실상, 1960년대 당시, 국내의 밤나무들은 흑벌로 인하여 거의 초토화되다시피 하고 있었을 때, 선생은 자신의 농원에서 기르던 우량 묘목들을 전국으로 공급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선생의 연구와 노동이 아니었다면 우리나라에 지금의 밤나무는 없었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1971년, 매실나무를 재배하면서 매실식품을 이용한 제품을 만들었고, 이것은 며느리인 홍쌍리여사에게 기술을 전수하게 됩니다. 매실의 우수한 가치를 알고 있었던 홍쌍리여사는 좀 더 남다른 관찰력과 연구로 본격적으로 산을 개간하고 매실나무를 심으면서 본격적인 매실농원을 일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모습은 현재의 홍쌍리 청매실 농원이 된 것입니다.
화사함의 절정은 지났습니다. 그래도 아직 남은 매화꽃잎들의 향연이 여전합니다. 그 작은 공간에서 조차 능선 하나를 두고 지고, 피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청매실농원의 섬진마을에서 매화만의 고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는 곳은 ?비산을 중심으로 우측입니다. 전망대와 촬영지등이 자ㅏ리한 곳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길목입니다. 그러다보니 사진들도 어디서 많이 분 사진들 뿐입니다. 포인트도 거기서 거기, 뷰도 거기서 거기, 그래서 광각으로 바꿔 봅니다. 그래도 거기서 거기이지만요.^^
늘 상 뒷북과도 같은 매화마을의 풍경입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여전합니다. 그래도 올해는 다른 때와 다릅니다. 마음이 편합니다. 갈 때되면 가는 것이고, 올때 되면 오면 됩니다. 귀찮으면 버스간으로 들어가 오수를 즐기면 그 뿐 입니다. 혼자만의 급한 마음이 없으니 이리도 편안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아니면 매실막걸리에 살짝 맛이 가서일까요? 암튼, 이미 절정을 지난 매화임에도 그리 곱더이다.
나도 이리 고운 마음 품고 살았으면 좋겠더이다~.^^
율산매(栗山梅) 수고 약5.5m, 수폭 약6.5m에 이르는 수령100년생의 녹색 꽃받침을 가진 매화입니다. 농원은 물론이고 다압면 일대에서 제일 먼저 꽃을 피우는 매화나무로 알려져 있습니다.
글, 사진 박성환 www.gilson.asia |
출처: 길손의 旅行自由 원문보기 글쓴이: 길손旅客
첫댓글 광양청매실농원 매화향이가득합니다 올해는 가보지못했습니다만 좋은모습을 잘 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솔직히는....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글에도 있지만..좀 ......점잖지 못합니다.^^
기품있어 보이는 매화는 좋아 하지마 매화 축제는 한번도 가보지 못했는데
사진으로 나마 매화꽃 볼수있어 좋습니다.
아직은 숨결이 살아 있어 보기 좋았습니다.
지금쯤이면 한산 할 터인데..꽃잎이 없겠지요.ㅡㅡ;;
보통 저기가면 화개장터, 최진사? 토지? 배경마을, 섬진강, 구례 산수유마을 까지 페케지로 묶어서 가게 되있는데....그쵸??
오호~!
그런 패키지는 더럽게..아니, 많이 비쌉니다. 최소 1박2일 코스는 되어야 하구요.
화개, 쌍계사 한묶음, 최진사, 토지 한묶음, 산동 산수유 한묶음이나 되야 패키지입니다.^^
그 이상 되면 걔들도 지쳐 나가 떨어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