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긴 겨울이 갔다
포근했던 입춘날 그날 이미 겨울의 끝자락을 보았는지라
아무리 날선 꽃샘바람이 다락골을 흔들어대도
이미 따스한 봄기운이 가득한 목구멍으로 다순 입김을 폴폴 올리운다 ^^
한겨울 진도 발효코리아농장에 들렀던 날도
입주 13년만에 처음으로 수도관이 동파되어 쩔쩔매던 모습을 보고 올라왔는데
연풍 신부님댁 역시 수도가 얼어 물을 길어다드시는 걸 보았다
지난 주일 들렀을 때까지도 해동이 되지 않아
땅에 묻은 김치 항아리가 꽁꽁 얼어 수녀님의 맛있는 김치맛을 보지 못했다
6미터 지하에 묻은 수도관도 얼었다고하니 참 대단한 추위였다
추위도 추위지만 3한4온이 사라져 다락골도 눈이 녹지않은채 월동했는데
역시 10년만에 처음 있는 일
다락골은 배관이 없다
계곡수를 이어주는 고무호스말고는
안채 사랑채 별채 모두 수십년전에 만든 구들방이다보니
며칠씩 집을 비워도 배관 얼 걱정도 없고
마을 공동수도 혜택도 못받으니 수도관이 없어 동파될 일도 없다
한 겨울엔 한동이씩 길어다 아껴쓰면 족하다
일본의 지진과 원전관리를 보니
수도가 없어 세탁기도 없는 살림살이도 감사하다
자동차없이 살아 본 오지의 참살이 3년
지금은 오히려 그 때가 그립고 자랑스럽다
언제든지 다시 그 모든 문명의 이기를 버리고 살 수 있는 자신감덕분에
무한 보험에 들었다고나 할까
되돌아보면 그중 가장 힘들었던 과제는 역시
제초제와 화학비료에 수십년간 시달린 메마른 흙을 되살리는 여정이었다
대재앙을 맞은 이웃나라 일본도
이제 혹독한 겨울같은 재앙을 이겨내고
온 세상사람들의 격려와 온정으로 회복의 봄을 속히 맞이하길 기도하며
진정한 소통의 아름다움과 사랑으로 실현되는 하나님나라를 꿈꾸며
다시 찾은 봄의 한가운데에서
첫댓글 올해 저희집도 수도가 두번이나 터졌지요.
"수도가 없어 세탁기도 없는 살림살이도 감사하다
자동차없이 살아 본 오지의 참살이 3년..."
대단하십니다.
없다는게 오히려 편할때가 있는데 사람의 마음이 간사해서...
저는 작년에 농장에 수도가 두번이나 터져서 고생한 적이 있어서 올핸 다른방법을 썼더니 무사했답니다.글을 읽다보니 마음속에 여유로움이 많이 묻어납니다.부럽기도 하구요.
하늘만 믿고 살면 저절로 해결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