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작년 연말보다 7.9% 줄어…월수입 250만원→150만원
밤 11시∼새벽 1시 피크타임, 연료비 부담돼서 조기 퇴근
택배·퀵 서비스로 살길 모색
지난 2일 오후 10시쯤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 앞 택시 승강장이 비어 있다.
택시 운전기사 이성학(62) 씨는 기사생활 30년 동안 점심 때 출근해서 이튿날 오전 3~4시에 퇴근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부터는 자정 전에 일을 마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식당과 술집, 카페 등의 영업시간이 제한돼 심야 승객이 끊겼기 때문이다.
이 씨는 "자정이 되면 거리에 사람 한 명 보이지 않는다. 월 수입도 25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줄었다. 밤거리를 운전하면 연료비만 더 나와 조기 퇴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유행 여파로 택시업계가 타격을 받고 있다.
3일 대구시와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대구 법인택시 기사는 4천80명으로, 지난해 12월 4천428명보다 7.9% 줄었다.
매달 40명이 넘는 기사들이 업계를 떠난 셈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며 2019년 12월 5천271명에서 1년 사이 16%나 감소한 흐름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영업시간 제한 조치로 인한 타격이 크다. 지난해 12월부터 식당과 카페의 영업시간은 대체로 오후 9시 또는 10시로 제한돼 왔다.
택시업계에 따르면 대중교통이 뜸한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가 승객이 몰리는 '피크타임'이다. 하지만 영업시간 제한으로 거리에 사람이 없어, 손님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30년 넘게 택시를 운전하고 있는 박모(68) 씨는 "예전에는 오후 11시부터 이튿날 오전 1시까지 최소 15명을 태웠지만 요즘은 5명도 안 된다"며 "자정에 운전을 관두고 꼭두새벽에 출근하는 사람들을 승객으로 삼아야 할지 고민이다"고 말했다.
대구법인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오후 10시 이후 사실상 기사들의 수입이 줄 수밖에 없는 구조라서 택배나 퀵 배달로 직업을 바꾸는 기사들도 적지 않고, 일부는 공공근로로 눈을 돌린다"며 "차 할부금, 차고지 임대료 등 고정비용 탓에 적자 운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택시업계의 경우 재난지원금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업계와 시가 협력해야 한다"며 "영업시간 제한으로 기사들의 손실이 어느 정도인지 업계가 파악해 시에 제공하고, 시는 실제 손실을 감안한 운영비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