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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2026년 돌로미테 야생화 탐방관련 글로써 글쓴이인 '둔산'의 입장과 시각임을 사전에 밝혀 둡니다.
*그러므로 일부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으며, 7박 9일간의 일정 중 돌로미테-세체다-와 관련된 일정의 내용만 있습니다.
*다른 글은 일자 별로 올려 볼 예정입니다^^
수직의 백운암 절벽과 광활한 초록빛 고원이 초현실적인 대조를 이루는 돌로미테 세체다에 발을 내딛는 순간, 눈앞에 펼쳐진 압도적인 대자연의 대서사시는 절로 감격의 탄성과 겸손함을 자아냈다.
점심을 먹은 뒤 본격적으로 시작된 4.5km의 원점회귀 코스에서, 마음만큼 세체다의 눈부신 영혼을 담아내지 못하는 카메라 실력에 깊은 아쉬움을 느끼면서도 대자연을 향한 경의를 담아 셔터를 눌렀다.
초원 속에서 만난 신비로운 담자리꽃나무와 알프스의 상징인 에델바이스를 촬영하던 중, 친절한 스위스 연인을 만나 돌로미테 한복판에서 함께 노래를 부르는 유쾌하고 잊지 못할 추억을 쌓기도 했다.
내 다리와 맞바꾼 천상의 화원 - 세체다(Seceda)
※일정: 2026년 6월 27일 (실제 야탐 1일 차)
※장소: 이탈리아 돌로미테 세체다(Seceda)
※주요 탐사 식물: 에델바이스, 담자리꽃나무, 미나리아재비류, 난초류 등
조식의 행복과 길가에 핀 소박한 눈맞춤
돌로미테에서의 본격적인 탐사가 시작되는 아침, 베르나의 'ARK 호텔'에서 눈을 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알프스 돌로미테라고 다를 리 없지 않겠는가! 풍성하게 차려진 뷔페식 조식으로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나니 세상이 다 아름다워 보였다.
나는 아침식사를 전후해서 호텔 근처를 가볍게 산책하며 카메라 렌즈를 달구기 시작했다. 화려한 분홍빛을 자랑하는 협죽도와 수줍게 고개를 숙인 애기메꽃이 아침 이슬을 머금고 있었다. 흔히 볼 수 있는 꽃이라도 타국에서 만나니 어찌나 반갑던지, 연신 셔터를 누르며 야탐의 본능을 일깨웠다. 그리고 촬영은 못했지만 장지뱀류까지. 이때까지만 해도 알지 못했다. 오늘 우리에게 어떤 대반전의 여정이 기다리고 있을지 말이다.
오토반을 달리는 버스, 그리고 '초보 가이드'의 강렬한 첫인상
식물들과의 아침 인사를 마치고 드디어 목적지인 '세체다'를 향해 차가 출발했다. 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은 그야말로 이국적인 감성이 뚝뚝 흘러넘쳤다. 유럽의 고속도로 '오토반' 양쪽으로는 끝없이 펼쳐진 초록빛 포도원과 싱그러운 과수원들, 그리고 황제의 관을 만드는 데 쓰였다는 월계수가 줄지어 서 있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우와, 저것 좀 봐!" 차 안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감탄사를 배경 음악 삼아 달렸지만, 세체다 근처에 도달할수록 야속하게도 차들이 밀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조금씩 빠듯해지자 마음이 조급해졌다.
마침내 도착해 가이드의 당당한 외침을 따라 차에서 내려 곤돌라 승강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웬걸, 직원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급하게 손짓을 하며 외치는 게 아니겠는가.
"Hello, It's not here! The real gondola station up to Seceda is across the bridge on the other side. Go over there!"
그때부터 본의 아닌 골목길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빽빽한 집들 사이의 미로 같은 골목, 많고 다양한 관광객들, 그리고 도대체 어디를 가리키는지 알 수 없는 불친절한? 이정표까지. 가이드는 보이지도, 찾아도 없었다.
안 되겠다 싶어 나는 사*님과 앞장서서 다리를 건너 승강장을 찾기 위해 직접 발을 벗고 나섰다. 나는 이게 아니다 싶어 지나가는 두 명의 젊은 여자외국인을 다급하게 붙잡고 간절한 눈빛을 보내며 길을 물었다.
"Excuse me. Could you please help me? Which way should I go to get to the gondola station for Seceda?"
다행히 내 질문을 들은 친절한 외국인은 가야 할 방향을 손으로 가리키며 아주 명쾌하게 답해주었다.
"You just go straight over that way, then turn right and go up."
나는 답을 얻자마자 그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사*님과 함께 우리 팀의 앞에서 골목을 돌파했고, 마침내 정확히 곤돌라 승강장을 찾아냈다. 뒤를 돌아보니 숨을 헐떡이며 따라오는 우리 동행들, 그리고 그 맨 뒤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쫓아오는 가이드의 실루엣이 보였다.
'아, 이번 가이드님... 아주 풋풋한 초보구나.'
가슴속에서 "이번 탐사 여행, 만만치 않겠는데?"라는 불길하고도 유쾌한 예감이 스쳤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 또한 여행의 묘미인 것을. 완벽한 여행보다 가끔은 이렇게 헤매는 여행이 기억에 오래 남는 법이라는 교훈을 애써 마음에 새기며, 뒤에서 따라들어온 우리 일행들을 먼저 보낸 후 거의 뒤에서 프린트된 왕복 QR코드 티켓을 체크하고 마침내 세체다행 곤돌라에 몸을 실었다.
숨 막히는 웅장함, 그리고 실력 부족을 고백하게 만드는 풍경
곤돌라가 고도를 높일수록 방금 전 아래에서 겪었던 땀나는 미로 찾기의 짜증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문이 열리고 세체다 정상에 발을 내딛는 순간,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인간의 언어로는 도저히 다 담을 수 없는 대자연의 대서사시였다.
하늘을 찌를 듯 날카롭게 솟구친 암봉들이 거대한 석벽을 이루며 대지를 호령하는 돌로미테 세체다는 인간의 경외심을 극도로 자극하는 대자연의 압도적인 걸작이었다. 한쪽 면은 칼로 잘라낸 듯 수직으로 깎아지른 백운암 절벽이 서슬 퍼런 위용을 자랑하고, 그 반대편으로는 거짓말처럼 부드럽고 광활한 초록빛 고원 융단이 끝없이 흘러내리며 초현실적인 대조를 선사하고 있었다. 이 천상의 화원에는 차디찬 고산의 바람을 견뎌낸 하얀 에델바이스와 담자리꽃나무가 보석처럼 박혀 있어, 거친 바위산의 웅장함 속에 숨겨진 강인하고 세밀한 생명력을 뿜어내는 듯 했다. 매 순간 변화무쌍한 구름과 빛이 거대한 침묵의 산군을 감쌀 때마다 대서사시의 한 장면 같은 풍경이 펼쳐지니, 그 거대한 품에 안기는 이마다 저절로 감격의 탄성을 터뜨리며 자연 앞에 겸손해질 수밖에 없었다.
잠시 넋을 잃고 풍경과 야생화를 촬영하다 보니 어느덧 배꼽시계가 울렸다. 12시쯤 세체다의 식당에 자리를 잡고 먹은 점심은 꿀맛이었다.
금강산도 식후경 2탄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세체다 원점회귀 코스(4.5km, 약 4시간 소요) 탐사에 돌입했다.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눈앞의 프레임이 바뀌는데, 그때마다 나도 모르게 "와아...!" 하는 감격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아니 나뿐만이 아니라 같이 했던 동행들 모두 같은 함성을 질렀을 것이다. 거대한 대자연을 배경으로 피어난 작은 생명들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하지만 렌즈를 들여다볼 때마다 깊은 반성과 아쉬움이 밀려왔다.
'내 마음은 이 거대하고 눈부신 세체다의 영혼까지 통째로 담고 싶은데, 왜 손가락과 카메라 실력은 이것밖에 안 되는가!'
장비 탓을 할 수도 없고, 순전히 제 실력 부족을 뼈저리게 느끼며 그저 성실하게 셔터를 누르는 것으로 대자연에 대한 경의를 표했다.
스위스 연인과 함께 부른 에델바이스, 그리고 신비로운 담자리꽃나무
세체다의 초원은 그야말로 야생화의 종합선물세트였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민들레류, 미나리아재비류와 분홍빛 단아한 손바닥난초류, 국화꽃류, 콩과식물 등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지천이었지만, 나의 마음을 완전히 훔친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5유로를 내고 들어가 촬영한 바로 담자리꽃나무와 에델바이스였다.
특히 담자리꽃나무는 전혀 예상치 못한 척박한 바위틈이나 고산 지대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어 신비로움을 더했다. 게다가 신기하게도 하얀 꽃과 함께 보송보송한 털이 난 열매가 한 곳에 동시에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과거와 현재, 시작과 끝이 한자리에 공존하는 듯한 그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모습은 가히 경이로웠다.
그리고 드디어 마주한 알프스의 영혼, 에델바이스! 마침 그 어여쁜 꽃 옆에 외국에서 온 젊은 연인이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꽃을 꼭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던 나는 서툰 영어로 말을 건넸다.
"Excuse me! Can I take a picture of Edelweiss?"
나의 어설픈 발음을 찰떡같이 알아들은 친절한 연인은 미소를 지으며 흔쾌히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러고는 자부심 가득한 목소리와 웃음이 가득한 귀여운 얼굴로 팩트? 폭격을 날렸다.
"We are Swiss, and Edelweiss is the national flower and symbol of Switzerland!"
나는 여기서 밀릴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조용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I know that very well. The song 'Edelweiss' is also incredibly famous in Korea."
고 답한 뒤, 즉석에서 목청을 가다듬고 라이브?를 시작했다.
♬ "Edelweiss, Edelweiss, ev'ry morning you greet me~"♬
나의 이국적인 열창?에 감동했는지, 스위스 연인도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조그만 목소리로 화음을 맞추어 함께 노래를 불러주었다. 돌로미테 한복판에서 한국인과 스위스인이 만나 영어로 대화하고 에델바이스 노래를 떼창?하는 이 기막히고 유쾌한 순간이라니! 흡족하게 에델바이스 촬영을 마치고 그들과 따뜻한 작별 인사를 나누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 맛에 여행하는 거지!
참고로 그 곳, 세체다에는 한국인이 제일 많아 보였고, 그 밖에 차이나, 베트남, 유럽인 등도 눈에 띄었다. 마치 세체다의 꽃밭을 이루는 다양함처럼 말이다.
5유로의 가치와 혼자만의 길을 걷는다는 것
세체다의 절경을 따라 걷다 보니, 안쪽 깊숙한 비경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5유로의 입장료를 내야 하는 구역이 나타났다. 슬쩍 뒤를 돌아보니 대부분의 일행분은 "굳이 돈까지 내고 들어가야 하나" 하는 표정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나는 '언제 또 이 먼 곳까지 오겠나' 하는 마음에 주저 없이 5유로를 지불하고 안쪽으로 들어섰다. 그 안쪽에 나와 오**님 딱 두 명만 들어갔다.
그 안에서 마주한 풍경은 5유로가 아니라 50유로를 줘도 아깝지 않을 만큼 고요하고 깊은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선택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특별한 보상 같았다. 동시에, 인생에서도 가끔은 남들의 시선이나 대세를 따르기보다 내 직관을 믿고 비용과 노력을 투자할 때 진짜 '진주'를 발견할 수 있다는 소박한 교훈을 얻은 값진 시간이었다.
혀가 마비될 것 같았던 담페초의 저녁식사
약속된 시간에 맞춰 동료들과 무사히 합류한 후, 다시 곤돌라를 타고 하산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한 곳은 다음 숙소인 코르티나 담페초의 '아퀼라 호텔'. 여장을 풀고 근처 식당으로 저녁을 먹으러 가기 전까지만 해도 이탈리아 요리에 대한 환상으로 가득 차 있었다. 파스타! 피자! 본토의 맛을 느끼겠구나!
하지만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부터 숨이 턱 막혔다. 에어컨도 없는 실내는 무덥고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설상가상으로 나온 음식들은 하나같이 소금 폭탄을 투하한 듯 혀가 마비될 정도로 짰다. 무언가 나사 하나가 빠진 듯 부실한 메뉴 구성에, 예전 이탈리아 여행에서 느꼈던 '미식의 나라'라는 환상과 좋은 기억들이 한순간에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역시 인간은 기대를 낮추어야 실망이 적다는 진리를 타지에서 맛없는 저녁 식사를 씹으며 다시금 깨달았다.
비록 배는 온전히 채우지 못했지만, 터덜터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마주한 담페초 시내는 색다른 위로를 건네주었다. 한국의 번화가와는 전혀 다른 이국적이고 고풍스러운 야경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길거리에서는 영화 아바타를 연상시키는 파격적이고 신비로운 분장을 한 사람들의 화려한 행진?이 이어졌고, 광장 한편에서는 한여름 밤의 낭만을 더해줄 음악 연주를 준비하는 뮤지션들의 분주한 모습도 보였다. 짧지만 강렬했던 거리 작은 축제의 열기를 눈에 담으며 '소금 테러'와 같은 아쉬운 저녁 식사의 기억을 지워내려 노력했다.
숙소 객실에 에어컨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처음에는 "이 무더위에 잠은 다 잤다"며 걱정했는데, 웬걸 새벽이 되자 알프스의 서늘한 기운이 창문을 넘어와 오히려 이불을 끌어당기며 조금의 쌀쌀함까지 느꼈다. 가이드의 어설픔에 웃고, 대자연에 감탄하고, 짠 음식에 힘들어 했다가, 거리 축제?에 설냈던 스펙타클한 하루. 내일은 또 어떤 야생화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기분 좋은 한기를 느끼며 깊은 잠을 청했다.
>>> 다음 편은 "돌로미테 <플라토 피아자, 브라이에스 호수>, 고원의 평화와 요정의 호수"입니다.

첫댓글 햐~실감나는 스토리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자세히 읽어봅니다
시계열적으로 느끼는 감동을 자세히 적어주셔서 다시금 그날을 되짚어 봅니다
계속해서 이어질 연재가 기다려 집니다
*
폰으로 보면 잘 정돈되어 볼 수 있는데
컴에선 어지러운 구성이네요
폰과 컴 두곳에서 보시고
컴에서 작성한다면 왼쪽정렬이면 두곳 모두 가지런한 배열일듯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와~~
작가님 이시네요
돌로미테의 여행일지를 어쩜 이렇게 맛깔라게 표현하셨는지~
다음편도 기대가 됩니다
눈으로 하는 돌로미테의 여행 즐감합니다
좋게 보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여행작가님의 고운 회상에 생동감이 넘치네요
응원의 말씀 감사드립니다^^
상세하게 안내해주시니 이탈리아 돌로미테를 다녀온듯 합니다
부족한 글에 격려의 말씀 감사드립니다^^
돌로미테 여행기에 같이빠져들어 현장에 있는듯 실감나는 글솜씨에 한참을 읽고 또 읽게 되네요ㆍ
감사합니다. 좀더 노력하겠습니다^^
와우~ 언제 이렇게 정리를 하셨대요?
사진도 좋고 글솜씨도 최고입니다.
인생 2막, 여행 작가로??
잘 봤습니다~ ^^
과찬의 말씀에 기분이 넘 좋아집니다.
감사합니다.
출사후기이니
게시판에 올리지 말고 정모번개 후기에 올려주시면 더 좋을듯 합니다
위치를 바꾸려 하니
그 기능이 보이질 .....
공휴일 즐독중입니다.
세체다는 강함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곳~이라
특히 첫방문지로 최적의 장소였다는 생각을해봅니다.
곤돌라 시간이 예약제(?)라는 소리에 둔산님과
허겁지겁 골목을 찾아헤맸던 기억은 오래갈듯싶고 또 벌써 소중한 추억이되어갑니다.
다시 돌로미테를 가게된다면 과감히 사진은
절반쯤 접어버리고 더 열심히 걷고 가슴에
담아두는것이 좋겠구나라고 생각해봅니다.
각자 담은 것들이 제각각이듯이 가지고있는
가슴의 깊이만큼 더 깊게 느낄수도 있겠다싶은
여행기의 감사밉니다.
긴글 즐독했습니다.
다음편도 기대됩니다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여행작가님으로 등극하셔야겠어요.
읽는 재미에 그날의 추억 소환을 더해 한층 더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듯 합니다.
추억소환하러 종종 읽어 봐야겠습니다.
감사해요.
별말씀을요^^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