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최고조로 극성을 부리던 8월 두째 주 일요일
전 날인 토요일 대련 개발구에서 업무를 마치고 저녁식사를 하면서 마신 술이 빌미가 되어
하룻밤을 대련에서 지샌 것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일요일 아침
원래 대흑산을 오르려 했으나 날씨가 너무 무덥다는 생각에 잠시 고민하다 집에 가서 편히 쉬기로 생각을 바꿨다.
생각이 정리되자 마음이 급했다.
아침을 먹고 천천히 올라가라는 직원의 성의를 뒤로하고 길을 나섰다.
대련 개발구에서 장흥도 집까지는 2시간 정도
실상 빨리 가봐야 텅 빈 방안이 오히려 고즈넉 할 것이다.
일요일이라 시간도 여유롭고 천천히 바람을 쐬면서 유람하는 마음으로 그 동안의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다..
자신의 마음이 그럴진대 굳이 고속도로로 진입할 이유는 없었다.
하여 국도로 갈 것을 정하면서 그 긴 여정의 이정표를 하나하나 떠올려 본다.
따야오완 고소도로 입구를 눈앞에 두고 차량이 우 합류하는 일방통행 길로 차의 방향을 틀었다..
예전 안개가 심하여 고소도로통제가 장시간 지속되어 오도 가도 못할 때 종종 그 길을 이용하였다.
일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차량통행이 뜸하다.
그런데 일방통행이 끝나는 지점에서 갑자기 경찰이 모습을 나타낸다.
말 그대로 함정단속이다.
도망갈까 하다가 외지(산동성) 차라 쉽게 눈에 뛸 것을 염려하여 순순히 응해주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별 일 있을까? 하는 습관성과 무감각증에 유유히 손짓하는 그의 앞에 공손히 차를 세웠다.
그러면서 한 손은 잽싸게 100원짜리 한 장을 주머니에서 끄집어 준비하고는
창문을 열며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입으로는 연신 뿌하오이쓰를 반복하였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면허증을 제시하란다.
일이 꼬이려고 그랬는지 면허증을 휴대하지 않은 것이다.
중국 면허증은 종이에 코팅을 한 것이라 뒤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접착부분이 떨어져
위조여부로 의심을 받을 우려가 있어 통상 서류가방에 넣고 다니는데
그 날 따라 휴일이라 가방을 집에 두고 온 것이다.
이미 준비한 히든 카드 100원짜리 지폐를 손바닥에 감추어 그에게 건네주자
경찰은 멀건이 나를 쳐다보며 이게 뭐냐고 하면서 차 안으로 받은 돈을 떨어트린다.
생긴 것하고는 딴 판으로 원칙을 준수한다.
한마디로 잘못 건드린 것이다.
건네준 성의가 무시를 당하자 그 다음에 대처할 길이 막막하다.
면허증을 집에 놔두고 왔다고 하니 그럼 차 키를 달라고 한다.
잠시 게기는 증세를 보이자 성질을 벌컥 내며 차에서 내리라 한다.
때 마침 위반 차량 2대가 꼬리를 문다.
나의 게기는 폼새가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 생각했는지?
걸려든 차들을 한 쪽에 세우고는 거의 강제로 나의 차 키를 빼앗아 가버렸다.
갑자기 무기력증이 엄습했다.
혼자서 스티커를 발부하느라 정신이 없는 경찰의 뒤 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스페어 키를 만지작거렸다.
토 껴도 될 것이지만 왠지 찜찜한 감이 있었다.
지금같이 업무적으로 힘든 시기에 혹여 일이라도 잘못되면은 죽도 밥도 안 되는 것이다.
체념이 곧 상책이다.
내가 죽을죄를 진 것도 아니고, 더욱이 무면허운전을 한 것도 아니쟎는가?
이 참에 중국의 법이 어떤지 알아나 봐야겠다 생각하며
그의 뒤통수에 굵은 엿 주먹을 날리고는 애꿎은 담배를 꼬나 물었다.
오늘 날 샜음을 궁시렁 대면서....
위반차량이 꼬리를 물고 늘어선다.
완전 대박이다.
거의 2시간 정도 속을 부글부글 끓이며 그들간의 부정한 순간을 포착하고자 눈을 부라리며 지켜보았지만
그는 끝내 나의 기대를 저버렸다.
목표치를 다 채웠는지 어느 순간 계속해서 위반하는 차량들을 내비둔채 나에게로 다가온다.
지칠 대로 지친 나는 사정할 여력도 없었다.
집에 잘 모셔둔 면허증을 가져오자면 오고 가고 왕복 4시간이 소요되기에 그를 설득할 명분이 없다.
한국 같으면 주민번호나 면허증번호를 불러주면 될 것을
일도 아닌 일로 중국이라는 단지 그 이유로 일이 이렇게 꼬여가는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잠시 무언의 침묵을 깨는 그의 칼날 같은 선고
일방통행 위반, 면허증 미소지, 뇌물 공여, 특히나 외지차로 의심적인 부분이 있으므로 차를 압류 하겠단다.
그러면서 바로 견인차를 부른다.
그의 의지가 너무 강렬했던 반면 나는 이런 일도 해결 못하는가? 하는 자괴감에 빠져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측은하고도 불쌍하게 동정을 바라는 마음에 가만히 찌그려져 있었다.
사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중간에 땡감 씹는 표정으로 연신 담배를 피워대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견인차를 기다리는 동안 그는 나에게 여권소지 여부를 묻는다.
면허증도 안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여권을 가지고 다니겠냐고 버럭 성질을 냈더니 그는 머쓱해 한다.
이제 것 살아오면서 불이익을 당할 순간이면 물불을 안 가리고 어떻게든 해결하는 자신인데…
솔직히 그런 상황에서 자신은 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했었다.
하다못해 경찰차 밑으로 드러누워 배째라는 식으로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찌는 더위만큼이나 나는 웬간히 지쳐있었다.
얼마 후 견인차가 오고 경찰은 견인차운전수에게 나와 차를 인수인계 하고는 떠나 버렸다.
일련의 과정을 묵묵히 지켜보다 견인차가 차를 매달고 떠나려는 순간 나는 정신이 퍼뜩 들었다.
한국에서처럼 견인차를 타고 차량보관소까지 함께 가는 줄 알았더니 사람은 길거리에 내버려두고 차만 가져가는 것이다.
차를 어디다 처박아두는지? 어찌 알 것이며 외지인이 그 것도 외국인이 그 찾는 과정을 어찌 알겠는가?
출발하려는 견인차 앞을 가로막고 난리를 쳤다.
이 무슨 해괴한 놈이 다 있나 싶은지? 견인차 운전수가 내려와서는 나를 밀어내려 완력을 쓴다.
사람들이 무슨 볼거리가 있나 싶어 꾸역꾸역 모여든다.
거의 이판사판으로 이런 경우가 어디 있냐고? 한편으로 한국말로 목소리 높여 욕을 하면서 눈까지 부라리자
그는 험한 꼴을 당하고 싶지 않았는지? 아님 필사적인 나의 기세에 눌렸는지?
잠시 완력을 풀고는 눈짓으로 조수석을 가리킨다.
달리는 견인차안에서 룸미러에 비춰지는 자신의 차가 외경스럽다.
에휴! 일이 안 풀리려니 별일이 다 생기는구나 하며 혼자서 속으로 끌탕을 하고는
이 후의 처리에 대하여 생각을 정리했다.
내일 월요일은 회의에, 약속에 하루 일정이 무척 빠듯할 것임을 감안하여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오늘 이 일을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
경찰서와 외곽 지역에 있는 차량보관소를 직접 확인하고는 뜨거운 태양을 머리에 직통으로 받으면서
택시를 잡으러 하염없이 걸었다.
그 날 오후 우여곡절 끝에 면허증을 집에서 가져와 경찰서로 가니 문이 닫혀 있다.
한쪽 켠의 작은 사무실에 앉아있는 경찰에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일요일이라 처리할 수 없으니 내일 오란다.
이런 십달라 십센트!
그 때서야 스티커를 발부한 경찰이 내일 찾으러 오라는 말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돈을 써서라도 당일 차를 빼내어 오겠다는 나의 의지는 무주공산이 되었다.
본의 아니게 직원 집에서 하루 더 신세지기로 했다.
별일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말라는 직원이 삼겹살에 바이주로 술자리를 마련해주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저런 편치 않은 마음에 애꿎은 술만 작살내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월요일 아침
일찍 경찰서로 찾아가 앞서 접수하였지만 외국인이라 별도 취급을 하여 몇 단계에 걸쳐 접수를 하고,
멀리 떨어진 은행에다 벌금을 물고, 다시 경찰서로 돌아와 또 다른 몇 단계의 수속을 밟고,
건물구석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견인비접수처를 찾아 돈을 내고, 또 다시 경찰서 최종확인을 받아,
마지막 외곽지역에 있는 차를 찾기까지 3시간여를 뺑뺑이 도는데 사람 미쳐 환장하는 줄 알았다.
거기에 벌금은 얼마나 비싼지!
면허증 미소지 50원, 일방통행 위반 200원, 견인료 350원, 차량보관료 40원
거기에 택시비 등 길에 쏟아 부운 돈이 그 이상이다.
무엇보다 그에 따른 시간낭비로 제 때에 일을 하지 못한 것이 제일 힘들었다.
그럼에도 다시 찾은 차가 그렇게도 사랑스러울 수 없다.
앞으로 면허증은 차량증과 같이 차안 글로버박스 안에 넣고 다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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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부품사업으로 중국에 발을 들여 논 자신이기에 이번 일은 색다른 경험이 되었습니다.
제가 중국에 2002년 들어올 때와 지금 중국의 자동차문화를 비교하자면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근래에 시내뿐 아니라 외곽지역을 다니다 보면 차들이 대부분 신형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시큼시큼한 구형 차는 이제 보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도로가 눈에 띄게 개선되어지고 있으며 새로 나는 길은 시원스레 넓혀지고 있습니다.
특히나 감시카메라 및 교통경찰의 단속이 나날이 강화되고 있구요.
중국인의 교통법규준수나 질서의식이 자발적으로 개선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경찰 공권력에 의한 강압적인 조치로 개선해나가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원리원칙을 준수하는 경찰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음주운전은 이제 생각할 수도 없으며 사복경찰의 함정단속 또한 비일비재합니다.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시고 중국에서 손수 운전하시는 분들은 교통법규준수를 생활화 하여야겠습니다.
중국이니까 하는 그런 생각은 이제 접으시고 한국에서처럼 솔선수범하는 선진 한국인이 되어야겠습니다.
안전운전 하십시오!
첫댓글 숨 안 쉬고 읽었더니 아침부터 어지럽네..
그럴만도 할 것이요! 이해합니다. ㅎㅎ
음주운전,과속운전은 사고의 지름길 같습니다. 청양도 가끔 음주 단속 하더라구요. 글 감사드립니다.
단속에 유념하기 보다는 그리 하지 않도록 해야겠죠! carlos님 반갑습니다.
다양한(?) 중국체험을 하십니다. ^^ (누가 저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 ) 나라면...우째 했을~꼬?
깡빵님이라면~ 모범생이시니 애초에 그럴 일이 없을 겁니다.
올 만에 맛깔스런 글 대합니다. 먼저 반가움 전하며 중국의 교통법규에 대한 지식도 넓혔습니다.
커피 맛을 잘은 모르지만 이따금 푸근한 커피명가의 향이 많이 생각납니다.
좋은 경험(?)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타산지석으로 삼겠습니다~~~
우이암님! 술 한모금이라도 드시면 절대 운전하지 마세요!
바쁜 비즈맨에겐 시간보다 더 귀한것이 없는데,안달이 좀 났겠네.그래도 그만하니 다행입니다.
안달이 안 날수가 없죠! 지나고 보니 순리대로 잘 처리한 것 같습니다.
저는 연태출장에서 청양 들어오는 톨게이트에서 경찰이 차를 세우더군요. 몇몇대 차들 선별해서 계속 세우더니, 우리 차 그동안 신호위반, 속도 위반등 4가지 위반 사실이 있으니 돈을 내고 가라고 했습니다. 사진도 다 첨부되서 보여주더군요. 현찰로 한번에 다 거기서 내고 가라는 걸? 벌금 스티커 주소지로 보내 달라고(언쟁을 좀 하고) 돌아왔습니다. 교통단속이 강화되고 있는 것을 하루 하루 피부로 느낍니다. 운전자를 위해서도, 중국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겠지요? 그런데 아직도 궁금한것은, 톨게이트에 들어 오는 많은 차량들 중에 어떻게 위반차들를 선별해 내는지 신통합니다....
오늘 교주쪽을 다녀왔는데 신호등마다 감시카메라를 달아놨더라구요! 저 역시 한가지 의심스러운 것은 왜 감시카메라를 반대로 달아 놨는지?
한국은 감시카메라가 차량 앞쪽을 찍는데 중국은 차량 뒤쪽을 찍는다고 하더군요.. 개인 사생활등등의 이유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저희 차도 기사가 고속도로 과속으로 몇 번 걸린 것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톨게이트 나오면서 우리와 마주보고 있는 경찰차에 잡힌거죠. 바로 행차증 부본을 압수당한 후 벌금을 낸 뒤에 찾아왔습니다. 고속도로 진입시에 카드 받으면서 사진이 찍힙니다. 그 때 번호가 입력되어서 출구 쪽에 나오기 전에 기록이 있으면 기다리고 있던 단속 차량이 부르는 것 같습니다. 동생이 한 번 알려주면서 출구쪽에서 우리를 향해있는 그런 경찰차이니 그런 차를 조심해야한다고 하더군요.
준이 오랜만이다. 요즈음 어떠나?
호오님! 제 얼굴 기억해요?
하이고 고생하셨습니다.대하동님 속이 어떻게 타셨는지 짐작하고도 남네요. 전번에 저도 위해가다 통행증 때문에 애먹을뻔했는데. 앞으로 꼭소지하고 다니세요 ㅎㅎㅎ
잘 알았습니다. 일 핑계로 한번 오세요!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오토바이가 정면으로 와서 오는쪽 바튀로 카바 했는데.....
ㅎㅎ 참 황당하죠! 자동차 전문업으로서 중국에 온 제가 처음에는 절대로 운전 안할려고 했습니다. 뭐 지금이야 그들과 다를바는 없지만~ 단 방어운전은 자연스레 몸에 베었습니다.
좋은 경험 하셨네요. 그런데 청도 어디 계신데 볼 수가 없네요. 연락 한번 주세요
내일 4050모임에서 뵙시다! 털보 동상 ㅋㅋ
저도 칭구차 타고 가다 차량증을 다른기사가 들고가서 견인당했던 기억이 있네요..ㅋ/저는 제차에 차량증이랑 면허증 다두고 다닙니다...(한국과 같은 카드 형식이 아니라 많이 불편해서요)
예전 면허증을 뒤주머니에 차고 다니다가 완전 걸래가 된 면허증가지고 한참 씨름했던 기억이 납니다. 환님! 반갑습니다.
고생 하셨네요.ㅎㅎ 전 오늘 면허증 따러 갈려고 합니다. 대련 빠이주는 모죠? 청도 오심 한병 가져 오세요. 저 조만간 청도로 이사 갈거니까요.^^ 형님 항상 건강 하세요. 메이롱도 안부 전해 달래요.
이전에 운전한 것은 무면허? 청도온다니 너무 반갑다. 너랑 동현이엄마 핸드폰번호 쪽지로 보내줄 것
옛날엔 음주운전을 좀 헀습니다. 이젠 맥주 한잔 마셔도 안합니다. 중국 만만히 보다간 큰코 다치는건 시간 문제 같습니다. 모두 안전방어운전 합시다. 생동감있는 경험담 잘 읽고 갑니다. 꾸뻑^^
공감하여주시는 답글에 마음이 통합니다. 저 역시 꾸벅 인사 드립니다.
ㅎㅎ,,그렇군요,,수고 많으셨네요.
ㅎㅎ 수고는요! 다 그때 그때 살아가는 과정이죠!
당연히 기억 하죠 ^^
서로 바빠서리~ ㅎㅎ
돈주고도 못하는 큰경험했다고 생각합니다.중국을 한걸음더 다른분들보다 빨리 가십니다.긍정인 사고는 부를 가르키지요!~ 좋은경험했다고 생각하네요!~ 앞으론 존일 많을겁니다,,이미 알았으니까요? ㅎㅎ
좋은 답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닉네임이 계시는 곳 인지요?
아니요!~ 예전 아뒤 돈다발이구요!~얼굴뵌적도있습니다.아실거에요!~ 지금은 해남항공관련일을해서 아뒤를 바꿨습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