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우리 모두의 힘, 강원도의 모든 것
느리게 살며 깊이 생각하는 사람들 이야기
도시의 삶에 지친 이들은 온전한 휴식을 찾아 강원도로 향한다. 한적한 숲길을 걸으며 우리 삶을 소진시키는 갈등과 욕망을 내려놓고 자연이 들려주는 치유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 희망을 꿈꾸는 이들은 굽이굽이 펼쳐진 한계령을 넘어 바다에 도착한다. 그곳 수평선 너머 망망대해 앞에서 새로운 삶을 설계한다. 가슴에 품은 희망이라는 별을 만나고 이웃과 함께 걷는 법을 배운다. 아름다운 자연과 삶 그리고 문화와 역사가 있는 강원도. 여기서 나고 자라 어른이 된 토박이 작가가 들려주는 강원도의 진면목과 그 안에 숨은 정겨운 이야기들을 담았다.
🏫 저자 소개
유현옥
강원도에서 나고 자랐다. 지역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문화가 되고 지역의 힘이 된다는 생각으로 강원도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글 쓰는 일을 하고 있다.
〈강원일보〉와 〈강원도민일보〉에서 문화부 기자로 일하며 지역문화를 취재했고, 그 경험을 살려 예술인 인터뷰를 하고 지역문화 기록 작업을 했다. 이를 기반으로 관광과 도시재생에 활용할 수 있는 스토리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현재 강원도 지역문화단체인 문화 커뮤니티 <금토>의 상임이사와 계간지 〈문화통신〉의 편집주간으로 일하며, 도내 문화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종합 정보망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춘천의 근대 거리를 거닐다》, 《도깨비 되어 볼까》, 《봄내길 따라가는 느릿느릿 춘천여행》(공저) 등이 있다.
📜 목차
프롤로그_ ‘강원도의 힘’을 찾아서
1부 품어주고 치유하는 강원도의 ‘산’
고개를 넘은 사람들
천년의 축제가 시작되는 대관령 국사성황당
얼른 와. 니 마이 심들재?
화전민이 일구어낸 명품 산마을, 안반데기
예술로 빛나는 ‘해피 700’
산비탈에서 부르는 노래
한계령의 흐린 풍경
은둔과 치유의 산, 설악산
제 몫을 다한 길의 쓸쓸함
백담사와 용대리에서 만난 옛사람의 향기
왕도 쉼을 얻었던 오대산의 쉼표
광산에 핀 꽃
총총한 별이 내 마음에 박힐 때
2부 한결같이 위로하는 강원도의 ‘바다’
묵호등대를 만나면 길을 찾는다
바다는 여성일까, 남성일까
전설이 되어 동해를 지키는 신라 장군 이사부
7번 국도와 관동팔경 유람
아바이들의 꿈은 퇴색해가고
금진항에서 보낸 시간
여기서는 느리게 살며 깊이 생각하지요
3부 묵묵히 내어주는 ‘강, 마을, 사람들’
산은 강을 낳고, 강은 마을을 키우고
강원도 말, 강원도 마음
작가들이 풀어내는 강원도의 색깔
막 만들어서 막국수, 막 먹어서 막국수
감자떡 해 먹고 가
올챙이묵에는 올챙이가 없다
강원도 막장의 매력
아낌없이 주는 생선 명태의 고장
강원도를 강원도답게 만드는 사람들
에필로그_살아온 땅을 닮은 사람들
📖 책 속으로
삶에 지친 사람들이 아주 잠깐, 때로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찾아오는 강원도, 그들을 팔 벌려 품어주는 곳, 그러면서 티 나지 않게 보듬어 다시 삶의 길로 나아가게 하는 곳, 그런 마음으로 강원도 땅을 돌아보는 과정은 여러 일로 팍팍해 있던 내 마음이 먼저 위로받는 시간이었다.
--- p.11
숲으로 난 길을 일정한 거리와 시간을 목표로 하여 걷는 일, 걷다가 사과 한 쪽, 떡 한 조각을 동행과 나누어 먹으며 나무나 돌 이야기를 하거나, 가끔은 사는 이야기를 하는 것, 그러고 나면 막혀있던 것이 조금 풀리고 지친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것을 느낀다. 숲은 그렇게 온몸으로 느끼는 강원도다.
--- p.34
쇠락한 길갓집에 환하게 피어난 백일홍, 분꽃은 왠지 더욱 화사해 보이는 게 서글퍼진다. 우르르 몰려다니던 사람들의 행렬에서 밀려난 강원도 시골길은 어디나 비슷한 감성을 불러온다. 지고 있는 꽃이나 낙엽을 보며 느끼는 쓸쓸함, 그래서 더욱 애절해 보이는 풍경이 길 위에 가득하다.
--- p.85
이 아득한 산속에서 그가 보냈을 밤과 그가 고민했을 깨달음에 대해 잠시 생각한다. 강원도 하고도 설악산 깊은 곳, 마을 입구에서 한 시간 반 이상 계곡을 걸어야 당도하는 이 사찰의 옛 시간은 더욱 깊고 외로웠을 것이리라.
--- p.93
해발 1,133미터에 자리한 도롱이연못은 광부의 아픔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이 연못은 1970년 탄광 갱도의 지반침하로 생성됐다. 광부 아내들은 이 연못에 도롱뇽이 살아있는 것을 확인하며 남편의 생사를 가늠했다고 한다. 아름다움 속에 광부들의 애잔한 삶이 담겨있다.
--- p.124
찬찬히 들여다보면 삶의 고단함과 더불어 그 삶을 단단히 쥐고 자식의 공부에 ‘올인’했을 개발 시대의 아버지, 어머니들의 집요함과 헌신이 보이는 듯하다. 그래서 논골담길은 지역의 역사를 잘 담은 곳이며 가벼이 구경꾼으로 돌아다니면 안 될 것 같은 엄숙함이 느껴진다.
--- p.162
바다는 땅이 끝나는 곳이고 망망한 바다 너머를 막연하게 꿈꾸는 공간이지만 바닷가 사람들에게 그곳은 삶의 현장이다. 바다로 나아가 삶을 낚아야 하는 곳이다. 파도와 풍랑에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나아가는 곳, 그것은 두려움이지만 또 새로움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이사부를 역사에서 꺼내어 기억하려 하는 것이 아닐까.
--- p.182
수몰 이야기를 듣겠다고 찾아간 나에게 말린 표고와 시래기 등을 잔뜩 건네준다. 써갔던 자료 보관증도 필요 없다 하며 낡은 사진을 통째로 내어준다. 그것을 받아 들고 오는 내 마음은 소양호 물가에 내 고향을 두고 오는 것 같은 마음이다. 소양호에는 사람들의 질긴 고향의 끈이 사람들 떠난 낡은 배 터에 여전히 매여있다.
--- p.269
강원도에서는 이렇게 메밀국수와 메밀가루로 만드는 부침개가 한때 일상의 음식이었고, 지금은 강원도를 기억하게 하는 음식이다. 크고 작은 잔치에 메밀부침을 올리고, 오랜만에 고향에 온 지인들과 메밀국수를 먹는 일, 그것은 공동의 경험을 나누며 끈끈한 공동체 의식을 확인하는 시간이 아닐까 싶다.
--- p.303
강원도의 영서 지방에서 만들어 먹던 막장의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지만 다양한 용도로 쓰였고, 또 담가서 금방 먹을 수도 있는 장이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보리(쌀)를 발효시키고 거기에 메주와 고춧가루를 넣는 방식은 어떤 경계에 있는 음식인 듯하다. 여러 가지를 포용하는 중용의 맛이라고나 할까.
--- p.324
자연의 품속에서 오랫동안 하나가 되어 살아온 사람들도 아마 이런 표정, 수줍은 듯, 웃는 듯 마는 듯하지만 평안한 얼굴, 화가 나도 곧 삭일 줄 아는 얼굴, 이것이 오랜 시간 강원도의 자연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얼굴일 것이다.
--- p.374
🖋 출판사 서평
강원도의 아름다움, 숲과 별
전국 164개의 휴양림 중 29개가 자리한 강원도는 숲의 천국이다. 금강송이 빽빽한 숲길을 걸으며 전망 좋은 곳에서 명상을 하는 치유 프로그램은 특히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춘천 소양호에는 별을 찾는 사람들의 핫플레이스인 승호대가 있다. 불빛 하나 없는 고개인데다 시야가 탁 트여 하늘 가득 떠 있는 별이 눈에 들어오는 공간이다. 파도가 좋은 강릉 옥계의 금진 바다는 최근 서퍼들의 성지로 떠올랐다. 이 책은 이처럼 풍성한 강원도의 바다와 숲, 별과 사람 이야기를 직접 발품을 팔아 곳곳을 누비며 찍은 사진과 글로 담아냈다.
강원도의 정취, 산과 바다의 문화
강원도는 독특한 문화와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신사임당은 대관령을 넘으며 고향을 그리는 애틋한 마음을 시로 전했다. 절대권력에 오른 세조는 오대산 사찰을 찾았다가 문수보살을 만난다는 설화를 후대에 남겼다. 이 밖에도 강원도에는 삼국유사에 전해지는 헌화가의 무대와 조선의 세도가였던 김창흡이 은거한 곡운구곡 등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강원도의 역사는 현재진행형이다. 강릉에서는 해마다 단오제가 열린다. 신라 시대부터 이어 내려오는 이 축제에서 사람들은 손수 떡을 빚고 술을 담그며 마을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한다. 이처럼 강원도는 걸음 닿는 곳곳이 문화유산이자 살아 있는 역사이다.
강원도의 정, 메밀국수 같은 사람들
막국수는 대충 먹어서 막국수일까, 바로 만들어 먹어서 막국수일까? 경상도 음식인 줄 알았던 막장이 강원도에도 있다? 올챙이국수에는 왜 올챙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한 상 차려진 막국수, 메밀부침과 올챙이국수 등 강원도의 먹거리에는 저마다 맛깔스런 사연과 진한 삶의 향이 배어 있다. 허기진 배를 채우고 통일전망대에 올라 멀리 북한 땅을 바라보면 분단과 전쟁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온다. 조선노동당사가 있는 철원 지역, 실향민들의 한이 서린 속초 아바이마을 돌아보며 비로소 우리가 발 디딘 땅의 현실을 체감한다. 지금은 사라진 수몰 지역과 폐광 마을 사람들, 지역 문화와 역사를 보존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작가는 말한다. 이것이 바로 강원도 사람, 우리 한국인의 얼굴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