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건 두장 기림사 아래 내가 자주 가는 목욕에는 목욕실 입구의 목욕 수건 쌓아놓은 위쪽에 ‘수건은 두 장만 쓰십시오.’라는 문구가 큼직하게 적혀있다. 목욕탕에 들어가면 또 ‘몸을 씻고 탕에 들어가십시오.’라고 쓴 안내 글귀도 사람들이 잘 보일 수 있는 벽면에 선명하게 걸려있다. 또 다른 벽에는 ‘물을 아껴 씁시다.’라는 글이 걸려있기도 하다. 모두 대중이 함께 쓰는 공중 시설이니 서로 예의를 지켜서 서로에게 불편을 주지 않아야한다는 당부며. 또 자원이 한정되어있는 지구에서 자원 낭비를 줄이고 환경 오염을 조금이라도 줄이자는 뜻에서다. 사실 나는 안내 글구가 아니더라도 목욕탕에서 사용하는 수건은 한 장만 쓴다. 한 장으로는 약간 부족한 듯 하긴 하지만 그냥 한 장만 쓰겠다고 생각하면 그리 부족하지도 않다. 조금은 젖어있어도 닦아야 할 물기를 충분히 닦을 수 있다. 비록 수건 한 장 더 쓰느냐 마느냐의 작은 문제지만 수건 한 장을 더 씀으로 해서 그만큼 더 많은 세제가 소모되어야 하고 더 많은 물이 소모되어야 한다. 따라서 지구의 오염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한 사람이 수건 한 장 만 줄인다 해도 백 명이면 백장의 수건이 줄어들고 천명이면 천장의 수건을 줄일 수 있다. 한 사람이 일주일에 한 장만 줄여도 한 달이면 네 장 내지는 다섯 장을 줄일 수 있다. 만약 백 명이 그렇게 한다면 일 년이면 오백장의 수건을 빨지 않아도 된다. 그만큼의 환경 오염이 줄어드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내 돈이 들어가고 안 들어가고를 따지기 전에 우리가 앞으로 함께 살아가야 할 지구이며 우리 후손들에게 길이 물려주어야 할 지구임을 생각하면 수건 한 장이라도 덜 쓰는 데 동참해서 알뜰하게 챙기지 않으면 안 된다.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다. 다른 분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수건을 두 장 세장 내지는 네 장까지도 쓰는 분들이 있다. 본인 부담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아무 생각 없이 많은 수의 수건을 쓰는지 모르지만 결국은 자기가 살아가야 할 공간을 더럽히는 짓이란 걸 알아야 한다. 어떤 분들은 잠시 잠갔다가 틀면 될 물을 마구 틀어놓고 하염없이 흘려보내기도 한다. 물은 지구의 가장 소중한 자원이다. 자원은 언젠가 바닥이 들어나야 할 귀중하고 아까운 것임을 잊어선 안 된다. 올 여름을 이렇게 길고 지루한 더위에 시달리며 살아야 했던 이유 중 하나가 지구 환경 오염 때문이라고 한다. 인간이 세제를 지나치게 많이 써서 바다를 오염시키고 쓰레기를 많이 버려서 환경을 오염시켜서란다. 바닷물 온도가 높아져서 하염없이 태풍이 만들어지고 지구의 온도가 높아져서 지구 환경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는 현상이다. 앞으로 더 더워지고 더 견디기 힘든 기후가 밀려올 것이란다. 더구나 여름, 겨울은 길어지고 가을, 봄은 짧아질 거란다. 참으로 걱정이 안 될 수 없다. 우리가 스스로가 만들어 당하는 고통이고 불안이다. 우리의 가을은 얼마나 아름답고 낭만적인가? 밤송이 익어가는 뒷산 풍정은 생각만으로도 입가에 웃음이 번지는 풍광이다. 봄은 얼마나 향기롭고 기다려지는 정경인가? 올해 폭염 일수가 75일이나 되어 백 몇십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엄청난 더위였다고 한다. 앞으로는 올해 같은 길고 지루한 폭염이 늘 이어지거나 더 늘어날 것이 예상된다고 한다. 지구가 오염으로 인해 점점 더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히말라야의 높은 산맥에서 발생한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바다에서 발생한 고기압이 중첩되며 그 사이에 끼인 뜨거운 기압골이 우리나라를 가로질러서 75일간을 머물러 있어서 열돔 현상이 이어져 폭염이 오래 지속되었단다. 사람은 생각하며 사는 존재다. 생각하며 살아가는 한순간 한순간의 모습이 바로 자신의 가치를 만든다. 목욕탕에서 수건 한 장 사용 할 때에도 물을 틀어 몸을 씻을 때에도 생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