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분화되고 전문화될수록 변호사들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 이런 수식어는 이제 상찬의 말이 아니다. 다양한 이해관계의 충돌은 필연적으로 법 지식을 필요로 하고, 많은 사람들은 전문 변호사들의 도움을 받으려고 한다. 특히 이혼율이 높아질수록 이혼 전문 변호사들의 활약은 커질 수밖에 없다.
코엔 형제의 로맨틱 코미디 [참을 수 없는 사랑]은 로스엔젤레스, 거기서도 최상류층이 거주하는 비버리힐스의 이혼 전문 변호사를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확실히 이전의 코엔 형제 작품들과는 차별화된다. 자존심 강한 칸느 영화제가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의 노른자위 3개 부문을 모두 헌납한 [바톤핑크]와 칸느 감독상, 아카데미 각본상, 여우주연상 수상작인 [파고] 등을 만든 조엘 코엔, 에단 코엔 형제는, 독특한 감성으로 흥행성과는 거리가 있는 영화들을 만들어왔다.
그러나 [참을 수 없는 사랑]은 다르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도 그렇지만, 그 접근방법에 있어서 지금까지 우리가 확인한 코엔 형제의 비대중적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다. 조지 클루니, 케서린 제타 존스, 빌리 밥 손튼 등 할리우드의 스타들이 대거 동원된 것도 다르고, 비버리힐스의 화려한 저택과 최고급 자동차, 화려한 패션 등이 등장하는 화면도 다르며, 인간의 숨겨진 내면에 깊은 관심을 보였던 그동안의 코엔 형제 작품들과도 다르다. 현란한 카메라 워크나 차가운 유머, 장르 비틀기도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그 다르다는 측면이 그동안 코엔 형제의 작품에서 재미를 찾지 못했던 대중들을 만족시켜 줄 수는 있을 것이다.
사실 [참을 수 없는 사랑]의 결말은 지극히 만화적이다. 비현실적이라는 말이다. 어떤 악조건아래서도 절대 실패하지 않는 최고의 이혼전문변호사 마일즈가, 거부들을 유혹해서 결혼하고 곧바로 이혼한 뒤 한몫 챙기는 이혼 상습범 마릴린과 성대결을 펼치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긴장감이다. 그러나 그 상투적 결말이란! 할리우드의 상업적 시스템 아래서 코엔 형제의 날 푸른 감각도 이제 무디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들이 돈맛을 알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도 된다.
하지만 꾼들의 눈에는 어느 정도 예측되는 후반부의 반전은, 상업적 재미를 상승시킬 수는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당대 최고의 감성을 가진 남녀 배우들이, 서로에게 반해서, 그러나 일정한 거리를 갖고, 티격태격 하며 신경전을 펼치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특히 거부들을 유혹하는데 필수조건인 쭉쭉빵빵 몸매를 갖고 있는 마릴린 역의 케서린 제타 존스는 서른이 넘었어도, 결혼하고 아이를 가졌어도, 여전히 뇌살적이다. 사랑싸움은 시대와 인종을 달리 해도 재미있는 것이다.
거기에 자본주의 사회 최전선에 서 있는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눈에 띄는 미모로 법을 이용해서 자본을 획득하려는 육체노동자들인 이혼 상습녀들과, 그녀들에게 돈을 뜯기지 않으려고 잔머리 팍팍 굴리는 정신노동자들인 거부들의 한판승부를 관전하는 재미도 있다. 어쩌면 당신 자신의 일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