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행
엊그제 ktx울산역이 개통되었다. ktx 사각지대였던 울산과 경주 시민이
아니더라도 경주와 울산에 가고싶은 자에게는 타는 목마름이 해소된 기
분이다. ktx신설구간은 동대구에서 신경주를 거쳐 울산 부산으로 이어진
다. 동대구에서 부산까지는 50분 정도 소요되고, 동대구에서 신경주까지
는 16분 정도이며 동대구에서 울산까지는 27분 정도 소요된다. 대구에서
울산까지 소요시간은 시내버스로 집에서 동대구역에 도착하는 시간보다
빠르다. 편도 비용은 평일 8,200원이다. 울산역이 언양 부근에 있어 울산
시내 중심지로 들어가는데 30분 정도 소요되는데 울산역에서 30분 간격
으로 운행되는 급행버스는 편도 3,200원을 받는데 울산 중심지와 조금
떨어진게 아쉽다. 먼 후일 울산도 지하철이 신설된다면 도시발전과 더불
어 장기적으로는 괜찮을 듯하다.
동개구역에서 출발한 ktx는 잠시 하품하는 사이 어느덧 신경주역에 도착
하고 터널 몇 개 지나니 벌써 울산역에 도착하였다고 앵무새같은 목소리
로 승무원이 안내했다. 차창 밖으로 황금들녘이 저물어 간다. 누르빛 황
토에 바람이 일고 냇가와 저수지에서 물안개가 하얀 꽃잎처럼 피어오른다.
울산역에서 급행버스로 방어진 꽃바위까지 갔다. 소요시간은 1시간 정도
이며 경유지는 태화강로터리, 남구청, 시청, 현대미포조선 등이다. 방송
에서도 가끔 본 적 있지만 대나무 숲으로 우거준 태화강이 시원스럽게 버
스와 같은 방향으로 쏜살같이 달린다. 공업도시 울산을 과거에 두어 번
온 적이 있어 그리 낯설지는 않았다. 현대자동차 공장 주차장에는 트럭과
자가용이 즐비하고,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중공업도 나란히 두고 공업강국
의 이미지를 한껏 뽐내는것 같다. 지나가는 직원들의 얼굴에도 희망과 자
부심 가득한 얼굴이 내비치고 길게 늘어진 일자 방파제 안쪽에는 주차한
차량으로 장관이다.
현대중공업을 뒤로하고 반대 방향으로 길을 나서면 방어진 시내가 나오고
시내를 지나 바닷가로 나서니 mbc드라마 욕망의 불꽃 촬영지 방어진 슬도
간판이 쓸쓸히 비친다. 욕망의 잔영에 불타버린 탓일까?언덕배기에는 해풍
에 윙윙거리는 해송이 차갑게 운다. 슬도는 원래 조그만 무인도 섬이었으나
방파제로 육지와 연결되었고 등대가 하나 있으며 방어진 항구 방향으로
테트라포드가 쌓여진 반대쪽에 생활낚시에 알맞게 길다랗게 안전망이 설치
되어 있었다. 화강암인지 현무암인지 등대 바깥쪽 바위로 이루어진 슬도는
해식 침식작용인지 구멍숭숭뚫린 기기묘한 바위로 이루어졌다.
슬도에서 멀리 대왕암이 아련하게 밀려온다. 지척같지만 해안 산책도로를
따라 걸으면 40여분 정도 소요된다. 방어진에서 대왕암 방향으로 해안도로
를 따라 걸으면 아름드리 노송이 즐비하고 바닷가는 냇가처럼 비교적 얕다.
파도만이 육지를 건너 뛴 갯바위를 쉼 없이 때리고 두 겹 세겹 지그재그로
육지로 밀려왔다 밀려간다.
대왕암은 기묘한 바위로 이루어졌다. 해금강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로 대왕암
은 육지 끝자락을 부여잡고 바다로 바다로 달려간다. 아치형의 구름다리로
두 개의 큰 바위섬을 이어주고 구름다리(철교) 아래는 쪽빛 물결이 출렁인다.
경주 감포 앞 바다만이 아니라 울산 대왕암에도 신라 문무대왕의 호국 의지
가 깊게 서려서일까 짙푸른 바다와 하늘을 두고 바위색이 더욱 불그스레하고
선명해서 저절로 숙연해지고 대왕암을 흐르는 바닷물도 찬연해 보인다.
"댕바위 혹은 용이 승천하다 떨어졌다 하여 용추암이라고도 하는 이 바위는
신라 문무왕의 호국룡 전설에 이어지는 이야기가 있다. 왕의 뒤를 이어 세
상을 떠난 문무대왕비가 남편처럼 동해의 호국룡이 되고자 이 바위로 바다에
잠겼다는 것이다."
대왕암에 흔적을 남기며 귀가를 서둘렀다. 방어진 고래고기 메뉴가 시선을
끈다. 고래 이야기의 고장 방어진도 이제 외곽의 한적한 어촌이 아니라 산업
부국의 터전을 가꾸는 망치소리가 여전하다. 해녀와 고래, 산업역군이 뒤엉켜
정답게 살아가는 방어진을 꿈꾸며 ktx에 몸을 실었다. 더 빨라진 ktx 반의 반
나절 여행과 생활권이 되어버린 울산이 더욱 가까워 보인다. 김상희가 부른
'울산큰애기' 노래가 파도를 타고 ktx를 타고 아늑하게 들려오는 듯하다.
첫댓글 울산 애기 순애씨~~
11월 1일 신경주역사 개통
이제는 울산 역사 개통
11월 20일 주말에 신경주역사를 다녀왔답니다.
경주 관광에 기여하기를 바라며..
2년전 울산모임 때 시간들이 많이 생각나네요, 잘지내고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