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핵보유를 사실상 인정했다.
독일을 방문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독일 N24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란은 공공연하고도 명시적으로 이스라엘을 지도상에서 없애버리겠다(wipe off)고 위협하고 있다”며 “이란이 미국, 프랑스, 이스라엘, 러시아처럼 핵무기를 가지려 하는 상황에서, 이란과 다른 나라의 핵무기 보유를 같은 차원에서 볼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핵보유국인 미국, 프랑스, 러시아와 이스라엘을 동일 집단으로 묶음으로서 사실상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그동안 이스라엘의 핵보유는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도 공식적으론 확인된바 없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스라엘 역시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NCND(Neither Confirm Nor Deny)정책을 유지해왔다.
이스라엘 총리의 이번 발언은 실수인가 의도적인가? 이스라엘 측은 일단 '실수'인 것으로 무마하려고 하는 모습이다.
미리 에이신 이스라엘 총리실 대변인은 “총리 발언이 핵 보유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며 “NCND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잇따라 핵보유 언급한 것이 우연일까?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배성인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외래교수는 이번 총리의 발언은 의도적인 것이며, 사전에 미국과의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일단 핵에 관련된 큰 문제에서 실수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며,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 내정자가 7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이란은 동쪽으로는 파키스탄, 북쪽으로는 러시아, 서쪽으로는 이스라엘이라는 핵보유국에 둘러싸여 있다”며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한데 이어서 나온 것이라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자신의 핵에 대한 이중잣대를 드러내면서 이스라엘의 핵보유를 인정했을까?
이에 대해서는 "미국이 NPT의 틀을 새롭게 만들려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배 교수의 대답이다. 이스라엘의 핵을 공식 인정함으로써 NPT에 가입해 있지 않은 국가들 모두를 수면 위로 드러나게 하여, 이 모든 국가를 NPT의 틀 안에 묶어 포괄적인 핵군축을 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동안 미국의 대외정책이 크게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핵을 포기하는 대신 이스라엘이 얻는 것은 중동에서의 평화와 안정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외정책이 평화 위주로 바뀌는 것이다.
미국은 왜 이런 큰 변화를 감행할까? 배성인 교수는 부시정부의 지금 상황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지지도가 바닥을 치고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게 완전히 패하는 등 부시대통령은 더 이상 무엇을 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대외전략에 대대적으로 변화를 줌으로써 상황을 반전시키겠다는 것이다. 부시대통령은 2008년 대선까지 바라보고 변화를 모색하는 중일 것이라고 배 교수는 말한다.
"NPT의 틀을 새롭게 짜려는 미국과 사전조율한 발언"하지만 이같은 전략의 변화가 당장에 북핵문제의 해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행동이 의도적인 만큼, 철저한 계산 하에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도록 진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배 교수는 올메르트 총리의 발언을 북한의 입장에서 너무 큰 가치를 부여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조심스레 말한다.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의 발언이 의도적이라는 것에는 유달승 한국외대 교수도 동의한다. "단순한 해프닝은 아니다"고 말하는 유 교수 역시 이 발언이 "중동지역의 핵 군축"을 위한 것이라는 견해다.
유 교수는 이 발언이 중동지역에서 핵 우위를 점하기 위한 이스라엘의 전략이라고 말한다.
이란이 핵개발을 하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도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걸프협력회의(
GCC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오만, 바레인)까지 '평화적인 핵개발'을 하겠다고 밝혀, 당연히 핵무기 개발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상황.
이같은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중동지역의 핵을 공론화시켜, 주변국의 핵개발 정책에 쐐기를 박으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스라엘, 주변국 핵개발 움직임에 쐐기 박으려는 의도"유 교수 역시 이 부분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의가 있었을 것으로 본다. 레바논 침공이나, 내년에 있을 것이란 소문이 돌고있는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격 등은 미국이 나서서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런 일들을 이스라엘이 맡아주는 대신, 미국은 이스라엘이 핵을 드러내는 것을 용인한다는 것이다.
'어떤 부분에서 합의가 있었으며, 어떤 전개과정을 거쳤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 내정자와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의 연속된 ‘말실수’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사전 조율을 충분히 짐작케 한다.
'세계의 에너지원'인 중동의 핵 지형은 조만간 큰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이들 전문가들의 추측이다.
/ 전문수 기자
※진보언론 최초의 1인 미디어 '민중의소리 블로그' blog.voiceofpeople.org
'현장의 감동 살아있는 뉴스' ⓒ민중의소리 www.vop.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if(document.getElementById("news_content") && txtSize){document.getElementById("news_content").style.fontSize=txtSize;}
if( document.getElementById("status_info") )
{
document.getElementById("status_info").inner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