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00대 명산에 손색없는 풍광! 스릴 넘치는 암릉과 국보급 명품 노송과 호수 경치의 조화
완주 운암산雲岩山에는 소문날까봐 두려운 국보급 노송 두 그루가 있다. 그것도 호수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멋진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졸린 눈으로 비스듬히 누워 있는 신선 같기도 하고, 학이 날개를 펴고 호수로 날아가는 모습 같기도 하다. 어른 키만 한 높이의 분재처럼 휘어진 가지의 기세도 일품이다. 바위에 뿌리를 내렸어도 꿋꿋하고 당당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노송 위에 정복자처럼 걸터앉아 사진을 찍는다. 사람의 무게는 나무의 생명을 위협한다. 오백년 천년 동안 오래토록 운암산을 지킬 수 있도록 삼가야 할 행위이다.
운암산을 다녀 온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 100명산에 넣어도 손색이 없다고 말한다. 근육질 바위와 명품 노송, 호수와 조화를 이룬 풍광이 너무 아름다워서다. 반면 그 흔한 나무데크나 안전시설이 없는 것은 아쉽다고 푸념한다.
험준한 암벽을 오직 손발을 써서 기어오르고 내려가야 한다. 눈이나 비가 올 때는 산행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날것 그대로의 느낌, 그것이 운암산의 매력이다. 안전시설이 없는 데는 사연이 있다. 대한민국의 ‘진짜 사나이’를 키우는 산이기 때문이다. 정상 아래가 하사관들의 유격훈련장이다. 운암산 전체가 군 훈련장인 것이다.
완주 운암산은 동상면과 고산면 경계를 이룬다. 주능선은 남정네 알통처럼 울퉁불퉁한 기암절벽이다. 대아저수지를 바라보며 칠백이고지(700.8m)까지 힘차게 이어지다가 755m봉 그리고 금남정맥 성재봉(824m)으로 연결된다.
들머리는 대아저수지 옆 새재매점이다. 길에서 약간 비껴선 곳에 대아정大雅亭이 있다. 매점 앞에 완주군관광안내도와 도로 건너편에 ‘운암산 2.75km’ 푯말이 있다. 사면을 끼고 오르는 길은 완만하다. 노간주나무와 굴참나무가 주종을 이루었지만 고도를 높일수록 소나무가 산을 메우다시피 했다.
10분 정도면 갈림길이다. 산행 표지기가 많이 달려 있는 왼쪽으로 꺾어든다. ‘수공’ 삼각점을 지나면 산 아래 풍경이 보이기 시작한다. 산 아래 하얀 건물은 민물고기 시험장이다. 대야저수지의 물은 고산천을 따라 완주와 익산까지 흘러가는 젖줄이다.
비탈면 원통형 취수탱크부터는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가파르다. 산 아래 보이는 녹색건물은 하사관 유격훈련학교다. 고도가 오를수록 대아호수의 웅장한 몸집이 차츰 드러난다. 호수 모양이 리아시스식 해안처럼 굴곡이 있어 더 아름답다. 기록에 의하면 대아저수지는 1922년 일제강점기 때 독일 기술진에 의해 설계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근대식 댐이라고 한다. 신대아저수지 댐은 1989년 준공된 것이며, 기존의 대아저수지는 물에 잠기고 거대한 호수 모양으로 바뀌었다.
첫 번째 명품 노송은 처사 김공의 묘에서 10분 정도 더 오르면 있다. 높은 망루에서 호수를 내려다보는 장군처럼 위엄 있다. 수피도 건강하고 특이하게 가로로 길게 누워 있다. 조망 또한 으뜸이다. 대아호수 건너편 동성산(558m)은 물론이고 멀리 익산시내까지 보인다. 암릉지대 곳곳에 자라는 커다란 소나무들은 호수를 감상하기 좋은 비치파라솔 같다.
고도감 넘치는 자연 그대로의 바위 타기
운암산은 바위에 몸이 착 달라붙을 정도로 경사구간이 많다. 암질은 석영암에 가깝다. 바위들이 직각으로 절개되어 날카롭고 표면도 매끈하다. 45도 가까운 경사면이 많은데도 안전시설이 전무하다. 왼편으로 봉수대산(582.8m) 연봉이 나타나고 곧이어 작은 암봉이 길을 막는다. U자처럼 움푹 패인 바위지대를 기어서 올라가야 한다. 잠시 숨고르기 좋은 능선에 올라서면 사방으로 수봉산, 명덕봉, 장군봉 등 완주의 숨은 명산들이 두루 보인다.
운암산의 주봉들은 힘차게 솟구쳐 있기는 하지만 자세히 보면 작은 정으로 표면을 무수히 쪼아 놓은 것 같다. 화강암 계열의 산처럼 우뚝우뚝 솟아 있는 맛은 없다. U자 암봉에서 5분 정도 내려가면 커다란 암벽을 왼쪽으로 우회한다. 작은 봉우리들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한다. 호수를 바라보는 경치만큼은 그만이다. 혹자는 백두산 천지의 모습과 흡사하다고 말한다. 우측 아래는 아찔한 낭떠러지다. 산 아래쪽에 녹색 그물들은 군인들의 유격훈련 줄타기 시설들이다.
두 번째 명품 노송을 만나러 가는 길은 더 사납다. 이정표가 없어 산행 표지기를 참고하고 방향 감각을 살려 길을 잡아야 한다. 왼쪽으로 돌아가면 경사면 위쪽에 낡은 로프가 있다. ‘유아독존!’ 홀로 서 있는 노송을 보는 첫 느낌이다.
단애절벽과 호수, 노송의 조화는 환상적인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호수를 향해 쭉 뻗은 기품 있는 자태, 월악산 영봉이나 제비봉에도 호수와 어우러진 소나무가 많지만 운암산의 명품소나무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능선 왼쪽으로는 굴참나무가 많고 절벽 쪽은 노송이 많아 운암산의 격을 높이고 있다. 567m봉에서는 남쪽으로 보이는 우뚝 솟은 봉우리가 정상이다. 수직 절벽 너머로 명도봉, 장군봉, 복두봉, 운장산, 연석산 산맥이 물결처럼 보인다. 정상을 쉽게 내 주지는 않는다. 567m봉에서 경사면 암벽을 엉금엉금 내려가면 이정표가 있다. ‘운암상회 1.28km’, ‘정상 0.22km’로 표기되어 있다.
곧이어 20m 암벽에 개인이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로프를 잡고 오르면 정상이다. 정상은 20여 명이 앉을 수 있을 정도로 넓다. 허물어진 봉수대 축대 너머로 호수의 풍경과 동성산, 면도봉과, 복두봉, 장군봉 등 두루 볼 수 있다. 함께 온 일행은 “혼자보기 아까운 경치”라며 “다음에 좋은 사람을 데리고 와서 보여 주고 싶을 정도”라고 말한다.
‘대아수목원 2.29km’ 이정표 방향으로 내려선다. 10분 정도면 ‘대아수목원 갈림길’이다. 태풍으로 쓰러진 이정표가 방치되어 있다. 하산길은 호수 풍경 대신에 왕사봉, 중수봉, 동성산의 하늘금이 대신한다. 밋밋한 길이 연속된다. 오르고 내리는 바위경사면이 계속 이어져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인적이 드물지만 길은 선명하다.
591m봉 바위지대에 소나무 그늘이 좋다. 우측으로 대아수목원과 저승바위가 가깝게 보인다. 저승바위는 특출하지 않은 너럭바위 수준이지만 아래는 아찔한 낭떠러지다. 가지가 우람한 소나무에서 5분만 더 진행하면 이정표(뒷골날망이)를 만난다.
대아수목원은 이정표 ‘신천마을 1.79 km’를 따라 우측 방향으로 꺾어 내려간다. 내리막은 낙엽과 잡석들이 많아 미끄러움에 주의해야 한다. 20분 정도면 칠백이고지 갈림길 이정표를 만난다. 이곳부터 마른계곡이 시작된다. 숫자 ‘7’이 적힌 이정표에서부터 편안한 비단길이다. 15분 더 내려가면 왼쪽으로 큰 바위와 국도를 만난다.
■ 대아정(새재매점)~취수탑~암릉~명품 소나무1~암릉~명품 특산식물을 보유하고 있다. 산림문화전시관을 비롯해 유실수원, 열대식물원, 소나무2~로프 구간~ 정상(봉수대)~갈림길~후리구석계곡~산천상회 <5.4km, 3시간 20분 소요> B코스
교통
전주역 앞에서 고산터미널 가는 535번 버스가 있다. 약 50분 소요된다. 고산터미널에서 대아수목원 가는 300번 버스를 탄다. 하루 6차례(05:50, 09:40, 12:20, 14:40, 16:50, 19:00) 운행하며 약 20분 소요된다.
볼거리
대아수목원은 1995년 개원했으며 전라북도에서 운영한다. 2,683종의 다양한 식물과 135종의 희귀종과 약용수원, 분재원, 관상수원, 수생식물원, 천연기념물 후계목동산 등이 있으며 제1, 2, 3전망대까지 겸하면 3~4시간 꽃구경과 가벼운 등산까지 가능하다. 국내 최대의 금낭화자생 군락지가 있다. 관람은 무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