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마라톤 대회를 실망스럽게 달리고 나서 고민에 빠졌다.
2주 후에 있을 중앙 마라톤 대회에서 어떻게 달릴것인가?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는다면 춘천의 재판이 되리라 여겨졌다.
그래서 춘천에서 실패한 원인을 찾아서 중앙을 준비하기로 했다.
원인은 지구력과 스피드 둘 다 부족. 이 두 가지를 단기간에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가? 가장 좋은 방법은 트레드밀에서 속도의 변화를
주면서 달리는 "속도 변화주 훈련" 이다.
이것은 로드에서 인터벌 훈련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낸다.
이틀 휴식 후 바로 훈련에 들어갔다. 3~4일 달리고 나니 약간의
희망이 보이는 것 같다. 대략 7일 정도의 훈련을 하고 마무리 했다.
그리고 몸관리, 이번에는 대회 3일전부터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대회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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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기온 12도, 낮기온 17도. 달리기에 좋은 날씨다.
그러나 후반에 약간 더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엘리트 선수들이 출발하고 난 다음 8시 5분쯤 출발을 했다.
오늘의 레이스 전략은 한 러너만을 따라가기로 했다.
내 앞에 달려가는 러너중에 나와 비슷한 페이스로 달리는
러너를 잡아 2~3미터의 간격을 두고 따라가는 것이다.
일명 임의 개인 페메를 선정하여 뒤따라 달리는 것이다.
이 전략은 내가 10여년 전에 즐겨쓰던 전략이다. 이렇게 하면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어 페이스의 가감 없이 달릴 수가 있다.
목표기록은 일단 대략 3시간 30분으로 잡고 35km 지점에서
최종목표를 정하기로 했다.
출발하여 500미터 정도 달리고 나서 주변을 보니 다들 열심히
달려간다. 그중 눈에 띄는 한 러너가 보인다. 그는 바로 쥐띠
친구인 대구의 김종택. 이 친구는 페이스가 일정하며 기록도
꾸준하다. 그래서 이 친구를 페메삼아 뒤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나의 첫번째 개인 임의 페메다.
2km 지점을 통과하며 시계을 보니 9분 50초.
너무 늦다. km당 4분 40초 페이스가 나와야 하는데 15초가
늦는것 같다. 앞서갈까 하다가 초반이기에 서두르지 않는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묵묵히 뒤따라 달린다.
그러나 페메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속도를 올리기 시작한다.
내가 따라가기가 조금 힘들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크게 부담은
되지 않았다. 뒤따라 달리는데, 쥐띠 이상호 친구가 옆에 붙는다.
이 친구의 지구력도 장난이 아니다. 철인인 이상호는 국내 50세 이상
철인중에 기록으로 수위를 가리는 친구다. 5km통과기록 23분 40초.
초반에 느려진 기록을 만회하느라 조금 힘들었지만 그래도 목표한
기록에 안착을 했다. 그리고 그 페이스로 10km 지점도 통과를 했다.
10km지점 5km 구간기록-- 23분 15초. 페이스가 점점 빨라진다.
12km 지점에서 앞서간 320 페메를 따라잡았다. 조금 빠르다는 생각에
여기서 첫번째 페메를 보내주기로 했다. 그리고 속도를 늦추어 달리니
자연스럽게 320 페메와 동반주가 된다. 그렇게 100미터쯤 달리는데
눈에 확들어오는 선수가 있다. 새벽이다. 새벽은 오늘 경춘선과
맞짱을 한다.
살짝 달리는 모습을 엿보니 비장함이 서려있다. 속으로 이 친구를
뒤따라 가면 좋겠다는 생각에 2-3미터 뒤에 바짝 붙어 달리기 시작했다.
나의 두번째 페메인 셈이다. 자세가 부드럽고 리듬감을 살려서 달리는
모습이 안정감을 준다. 나도 뒤따라 달리면서 편안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뒤따라 달리면서 15km지점과 20km 지점을 통과했다.
나의 두번째 페메는 줄곧 320페메를 따라 가는데, 그러나 320페메의
속도가 너무 느리다. 320을 하기 위해선 대략 4분 40초 정도의 페이스로
달려야 하는데 4분 50초 정도로 달리고 있다.
20km지점에서 시계를 본 320페메가 마음이 급해졌는지 갑자기 4분 30초
페이스로 달린다. 갑자기 속도를 올리니 뒤따라가던 러너들이 웅성웅성
한다. 그러건 말건 페메는 질주를 한다.
새벽도 얼마간 페메를 따라가 보다가 힘이 부치는지 속도를 늦춘다.
그래서 나도 자연스럽게 페이스를 늦췄다. 그리고 새벽의 뒤를 따라갔다.
그러나 새벽의 페이스가 자꾸만 느려진다. 속으로 이러면 안되는데 하며
따라가다가 앞으로 달려나간다. 2번째 새벽의 페메는 여기까지.
그리고 세번째 페메선수를 찾으며 500미쯤 달리는데 한 선수가 눈에
들어온다. 전반에 천천히 후반에 빠르게 달리는 쥐띠 김병학 친구.
이 친구는 춘천에서 3시간 19분에 달렸다. 페이스가 안정되고 일정하게
달리고 있으나 속도가 조금 빠른게 염려가 됐지만 30km 이후 퍼지드라도
한번 따라가 보자는 생각으로 달려갔다.
25km지점 구간기록도 좋다. 이제 급격한 페이스 난조만 없다면
330은 무난하리라 여겨졌다. 김병학 친구의 페이스가 좋다.
내가 따라가기에 조금 부담이 되는 페이스 였지만 그런대로 따라갈만 해서
일단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따라가 보기로 했다.
그러나 갈수록 속도가 빨라진다. 결국 29km 지점에서 보내주었다.
그리고 1km정도 페이스를 조금 늦추어 달리면서 30km 이후를 대비했다.
30km 지점에서 급수를 하고 나니 체력이 회복됨이 느껴진다.
가볍게 달리면서 4번째 페메를 물색한다. 자세가 좋고 피로감이
전혀 보이지 않는 한 러너가 앞에 달려가고 있다.
뒤따라 달려보니 나와 페이스가 딱 맞는 것 같다. 자세를 올바르게 하고
착지와 리듬에 신경을 쓰며 달려갔다. 30km가 넘어가니 뒤로 쳐지는
러너들이 많다. 12km까지 나의 페메를 하고 슝~날라간 1번 페메 김종택이
속도가 느려진 상태로 달리고 있다, 가볍게 추월하며 앞으로 나간다.
그리고 나의 3번째 페메 김병학도 속도가 느려진 상태로 달리고 있다.
역시 추월하여 앞으로 달려갔다.
그렇게 3km쯤 더 달려 33km지점을 달려가는데 경춘선이 뒤를
돌아보며 "형님 이렇게 빨리오세요?" 하며 깜짝 놀란 표정을 짖는다.
순간 나도 깜짝 놀랐다. 클럽 유니폼을 입지 않았기에 알아보지
못했는데, 먼저 아는체를 하니 깜짝 놀랄 수밖에. 게다가 뒤에 오고
있을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앞에서 달리고 있는 모습에 더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21km지점에서 나를 추월해
갔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왜 발견하지 못했을까?
나와 그렇게 가벼운 인사를 주고 받은 뒤 경춘선의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더욱더 힘을 내어 달리는 모습이 나를 멀리 떨어뜨리겠다는
몸짓 같았다. 그래서 나도 거리가 멀어지지 않기 위하여 집중하여
달렸다. 속으로 이 지점부터 경춘선을 다섯번째 페메로 삼을까를
잠시 생각을 하다가 아직 거리가 많이 남아 있는데 경쟁하여 달리는게
좋지 않을것 같아서 그냥 지금의 4번째 페메를 따라서 꾸준히 달리기로
했다.
경춘선이 더욱 더 힘을 내는 것 같다. 처음에는 10미터 정도의 거리차 였는데
차츰 50미터까지 벌어진다. 그러나 나는 아랑곳 하지 않고 꾸준하게 달려갔다.
35km지점 구간 기록도 나쁘지 않다. 목표기록을 3시간 25분으로 수정한다.
마지막 7.2km를 집중하여 달리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35km를 지나니 4번째 페메의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앞으로 나아가 달린다. 그리고 5번째 페메가 나타난다.
그는 바로 런클의 안기혁, 안기혁은 올해 동아마라톤대회에서
3시간 3분에 달린 준족이다. 이후 부상으로 인해 한동안 달리기를
못하다가 오늘 다시 마라톤 대회에 참가를 한것이다.
스피드가 워낙 좋은 러너이기에 달리는 모습에 여유가 있다.
동반주를 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달린다. 그렇게 37km지점을
통과하고 38km지점쯤에서 경춘선이 점점 가까워 진다.
경춘선이 느려졌다기 보다는 내가 조금 더 빨라진 것 같다.
가볍게 달려 옆으로 다가가 한마디 건넸다.
"4km나 남았는데 벌써부터 퍼지면 어떻해?" 하고 경춘선에게
농담을 건네니 씩 웃는다. 그리고 추월해 나갔다. 이제 딱 4km 남았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집중하지 않으면 목표기록을 이룰 수 없다.
탄천 1교로 오르는 오르막이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서두르지 않고
한발 한발 힘겹게 달려 탄천교에 오르니 시원한 바람이 온몸을
휘감는다. 그리고 보이는 39km팻말. 이제 3km남았다.
1km만 더 가면 40km지점 급수대가 있고, 이어서 1km만 더가면
41km지점에 응원하는 회원들이 있다. 그리고 1km만 더 달리면
골인이다. 이렇게 머리속에 그림을 그려넣고 집중하여 달린다.
40km지점 급수대에서 급수를 충분이 하고 내달려 운동장
사거리에서 좌회전하여 달려가는데 중대장님의 응원의 소리가 들린다.
고맙다는 답례의 표시를하고 직진, 그리고 200미터를 더 가서
런클 회원들의 열열한 응원의 박수를 받는다. 갑자기 힘이 생기는 것
같다.
그 힘의 여세를 몰아 운동장으로 가는 오르막길을 오른다.
드디어 운동장. 마지막 200미터를 앞두고 스퍼트를 한다.
그리고 골인. 3시간 24분 36초. 쉽지 않은 레이스였지만
목표한 기록에 골인해 기분이 좋았다.
첫번째 목표기록 330에서 두번째 목표기록 325를 이뤄냈으니
오늘의 레이스는 성공했다고 본다. 오늘의 레이스의 성공은
전적으로 다섯분의-- 임의 페메의 공이라는 생각이 든다.
2016년 중앙마라톤 대회는 이 다섯분의 페메와 함께 달린 기억이
오랬동안 기억될 것 같다.
길거리에 떨어진 노란 은행잎들과 같이~~!
< 기록 정리--매 5km >
23분 40초, 23분 15초, 23분 56초, 24분 09초
23분 50초, 24분 14초, 25분 15초, 25분 09초
11분 03초(2.195km)--계 3시간 24분 36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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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븐페이스로 목표기록 달성하신 것을 축하 드립니다.
초반 형님을 뵈어서 반가왔고 말씀을 건네시는 목소리와 몸의 리듬감이 여유로와 형님의 전성기 내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리마 형님~ 힘!!!
새벽도 수고 많았어. 이제 시작이니 다시 몸 만들어
예전 실력을 찾기 바라네. 힘
흐트러지지 않는 정신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수고하셨습니다.힘!!!
감사합니다. 무사이 회장님 힘
목표기록달성 축하드립니다.
마사달 서브쓰리 축하해~~
내년 동아에서는 최고기록 경신하길 바랄께. 힘
언제든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수고 많으셨구요 목표기록 달성 축하드립니다,힘
늘 경춘성의 마라톤에 대한 열정과 투지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네. 앞으로도 꾸준하게 실력을 유지하길 바랄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