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상태인 비가 새벽에 시동을 걸면서 희뿜한 시간이 되어 뭔 불만이 있는지
내리 퍼붓는다
처마로 드러머가 두들겨대는 소리,계곡 물이 불어나 탱크구르는 소리에 창문을 열면
조금 씩 두려움이 밀려든다
창문을 어여 닫고 책을 펼쳐보나 활자는 눈에 머물지 아니하고 허공에서 떠돌아 책을 덮는다
어제 9시뉴스를 보며 쏟아지는 졸음을 쫓고 쫓다 그 졸음에 못 이겨 잠이들고 지지직거리는 소리에
감긴 눈을 여니 t.v혼자 울고 있다
계속되는 비로 전기충전도 얼마남지 않았는 데 어여 끄ㅡ고 창고로 가 인버터스위치도 내려버린다
인버터에서 빠져나가는 전기소모량도 만만찮다
계곡가로 가니 마당으로 넘치지는 않으나 음료수며 먹을거리인 재료들을 쓸려나가지 않게
단도리하고 개들에게 가보니 개들도 비가 귀찮은지 집에서 눈만 빼꼼 주인을 쳐다본다
아마 비가 그치길 기다리나보다
처연하게 내려다보는 소나무아래 작물들은 생기를 잃고있다
모든 게 때가 있는 것인데 한 여름 먹을거리 수박 참외,오이,토마토등은 벌써 어른이 되어
지금 쯤이면 자식을 낳아 재롱을 받을 때이건만 서늘한 기온에 계속되는 비에
멈춰서 버렸다
상추는 언제 자라려나 달고살다 어느 새 얼굴보다 커져 따먹기 바쁘게 되고
이젠 비에 녹아간다
씨앗을 새로 뿌린지 얼마되지 않았는 데...
막 뿌려놓은 들깨는 비에 쓸려도 굳굳하게 뿌리내려 반은 옮겨 심었다
매년 자리를 바꿔 나오는 야생들깨는 언제부터 일가를 만들었을까?
씨를 뿌린 적이 없으니 혼돈을 불러일으킨다
아니 내가 뿌렸던가? 마늘과 콩이 심겨져 있는 곳에 굳이 뿌릴리 없는 데...이상하다?
자세를 낮춰 잎을 살펴보나 재배하는 들깨완 다르긴 하다
허나 빈 자릴찾아 나올 것이지 왜 엄한 곳에서 나오나?
예년같음 예초기로 두세번 잡았을 풀들을 올해는 한 번으로 끝냈다
알 수없는 풀들의 정체를 확실하게 알고싶어서다
필요한 풀이면 밀식하여 다른 잡초들이 덜나오게 하려는 꼼수이긴 하다
언제까지 무거운 예초기들고 풀을 잡을 수 있겠나? 미리 걱정해서이다
경북 농민사관학교 산양삼교육도 두 번만 참석하면 졸업,수료증을 받는다
7월은 방학이라고 했는 데 일정이 또 바뀌어 7월중에 마무리한단다
한 달 두어 번받는 교육도 바쁠때는 귀찮다
이 수료증이 후에 도움이 되기에(염불보다 잿밥에 빠져) 빠짐없이 참석하여 새로운 사람.새로운 정보,
새로운 재배도 알게 되었다
올해 계곡가 원두막을 뜯고 칙간과 그 옆 헛간도 뜯었다
오랜 세월,부침으로 흉물스럽게 서 있는 게 영 마음에 걸리고 볼썽 사나와
장마가 시작되기전에 해체했다
계곡가에 한 여름만 쓰는 것이지만 아는 동생이 서포트(아시바 비계파이프)50개를
준다기에 그걸로 원두막을 지으려 할 때,산림청에서 나와 내년 여름에 사방댐공사를
한다기에 일벌리기전에 알은 것만도 다행이다 싶었고 설계를 미리 들어보니
내가 생각한 계단식이라 그것 또한 마음에 들었다
태양광전기,장마때는 효율적이지 못해 물이 풍부하니 수력발전인 물레방아로 전기를
만들어볼까 했다
그리고 물레방아 만드는 곳을 찾아 자문을 얻었다
공부를 하고 머리에만 쟁여두었다
풍력이나 수력,그리고 태양광중 한 가지만으론 사계절을 커버할 수 없고
금전적으로도 단점이 된다
아는 동생을 불러 동생친구가 전기업자라 방법을 물색 마지막 전신주에서
집까지 400여m이니 굵은 선으로 끌어쓰는 게 최선이란다
아래 전기를 쓰는 과수원주인이 영 껄끄러운 사람(원리원칙도 없고 지 맘에 안들면 어른도 안보이고
상식도 안통한다)이라 포기를 했었는 데
먼저 불편함을 해결하는 게 첩경이다싶어 함 만나야겠다 싶은 데
비가 계속 오니 올라오질 않는다
비가 그치면 약치러 올라오겠지만...
삶엔 일정한 공식으로 상황과 환경만 다를 뿐,삶은 반복이다
접근해오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면 상대는 그 친절한 얼굴을 확 바꾼다
상대가 내게 접근한 이유가 처음부터 내가 아닌 다른 것이었다고 나름대로
깨닫게 되지만 이 시골에선 오래동안 거주를 하여도 외지인은 영원한 아웃사이더이지 싶다
이제 비가 그칠 때가 되었는 데.왜 이리 심란하게 하시나?
덩달아 마음도 가라앉아 버리네
세상에서 가장 큰 게 무엇일까? 엉뚱한 생각을 갖게되었는 데
창문을 열고 바라보이는 산이 눈에 들어오기에 눈이 아닌가?
한 번에 다 담을 순 없지만 둘러보면 담을 수 있지 않은가?
작게 소심하게 보지말라는 것인가?
비오는 소백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