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수익 확대 및 의료서비스 제고 기대
정부가 '규제개혁위원회·관계장관 합동회의'에서 규제개혁과제 150건에 대한 법령개정 작업을 완료, 7월 1일부터 현행 음식점, 편의점, 슈퍼마켓 등 13개 업종으로 제한돼 있는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가 확대돼 '환자·보호자 숙박시설, 서점, PC방 등'이 추가로 허용됐다.
이에 따라 의료계에서는 병원 부지 안이나 인근에 오피스텔이나 원룸 형태의 숙박업을 운영하는 등 편의시설 투자 확대로 환자 편익 증가와 함께 의료기관들의 영업이익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동안 지방에 거주하는 환자의 경우 수술을 받은 뒤 지방으로 이동했다가 다시 치료를 받기 위해 다시 병원에서 치료받는 등의 번거로움이 문제로 제기됐다.
수술 후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 등은 퇴원 상태에서 외래 통원 치료를 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런 치료들은 한 번에 길어야 1시간을 넘기지 않기 때문에 이들이 머물 숙박시설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방사선 치료를 받으려고 서울로 올라온 지방 암환자들은 15~30일이 걸리는 치료기간 마땅히 머물 곳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호텔의 경우 가격이 너무 비싸고 여관이나 민박의 경우 위생상의 문제 등으로 환자들이 꺼려했다.
이로 인해 일부 병원의 경우 지방 환자를 위해 병원 인근 호텔에서 하룻밤 묵을 수 있는 무료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호텔은 비싸고 민박 등은 위생문제로 꺼려
제일병원의 경우 암환자들이 보다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진료 받을 수 있도록 여성암센터에서 정기적인 방사선치료와 항암치료로 서울에 장기 투숙이 불가피한 환자들을 위해 보호자와 함께 지낼 수 있도록 콘도형 숙박시설을 제공하고 있다. 병원 인근 아파트 2채를 고급 콘도형으로 꾸며 TV, 냉장고, 전화기, 취사시설 등의 편의시설을 갖췄다.
뿐만 아니라 환자와 보호자가 언제든 문의할 수 있도록 전담 관리직원을 배치했다.
일부 병원의 경우 인근 호텔과 계약을 통해 할인혜택을 주는가 하면, 의사가 개인적으로 환자들의 거주공간을 마련해주는 경우도 있다.
이번 숙박시설 허용조치는 특히 환자가 많은 서울아산병원이나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대형 대학병원을 이용하는 지방 환자들이나 보호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되기도 한다.
국내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레지던스 사업을 검토한 바 있다며 정부가 병원의 숙박업을 허용한 만큼 향후 이같은 계획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지난해 병원 수익원 다각화의 일환으로 일원역 근처의 호스텔 건립에 대한 의사를 피력한 바 있다. 지방 환자가 40%에 달하면서 이들을 위한 서비스 문제가 대두됐기 때문이다.
병원은 해외 환자 유치를 위해서는 환자는 물론 보호자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만큼 일원역 부근에 호텔 규모의 호스텔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린벨트로 묶여있는데다 용적률 문제도 연결돼 있어 계획이 실현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도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았지만 레지던스 건립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면 부지문제 등이 해결되면 구체적인 검토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운영부담 이유 부정적 시각
반면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실질적으로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운영을 잘못할 경우 그에 따른 부담을 병원이 모두 져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우려가 크다며 레지던스 건립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또한 환자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할 경우 이들을 관리해야 하는 의료인과 기본 장비 등이 추가로 소요돼 환자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고가 발생할 경우 병원이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KTX 등 다양한 교통망과 교통수단의 발달로 전국이 일일 생활권에 편입된 점도 병원에서 레지던스의 필요성을 감소시키는 요소로 지목했다.
이정신 병원장은 “현재 병원에서 환자들을 위해 호텔 등과 협약을 맺어 할인혜택을 주고 있다”며 "환자들을 위한 숙박시설 서비스는 병원보다 지자체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성형외과, 피부과 같은 곳의 경우도 레지던스 허용에 따른 혜택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간단한 시술이 많아 숙박시설을 갖출 필요가 적으로 부지확보에도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한 병원은 현재 시행하고 있는 무료 숙박시설을 운영에 변화를 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레지던스 혜택은 지방 중급병원 될 듯
결국 이번 레지던스 허용으로 가장 큰 혜택을 가장 많이 볼 것으로 예상되는 의료법인은 의료관광을 추진해 온 수도권과 지방의 중급 병원으로 꼽힌다.
이들 병원의 경우 환자들이 검사 결과를 기다릴 때 입원할 필요가 없는 데도 병원 말고 갈 곳이 없어 비싼 입원료를 내고 입원하는 경우가 많이 숙박시설의 제공에 대한 요구도가 높았다.
경기도 가평 소재 청심국제병원은 이번 규제완화와 함께 80개 객실을 갖춘 3성급 이상의 호스텔을 신축할 계획이다. 병원은 호스텔이 완공되면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의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편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굿모닝 헬스투어’라는 상품을 개발해 2007년부터 병원 1개 층을 임시 호스텔로 운영한 안동병원의 경우 수익에 대한 기대를 걸고 있다.
병원은 그동안 규제로 인해 별도로 요금을 받지 못했지만 이번 레지던스 허용으로 시설에 추가 투자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변칙 숙박운영 배제 조치 마련돼야
하지만 시민단체는 병원에 대해 부대사업 운영이 아니라 환자 진료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며 비영리법인인 의료기관에 숙박업을 허용하면 호텔인지 병원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병원이 생겨나고 의료서비스 질 향상보다 돈벌이에 치중하는 의료기관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이로 인해 서민들의 의료서비스 이용 양극화는 심화되고 '국민건강권'이라는 기본권을 둘러싸고 위화감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료기관이 부대사업이라는 진료 외 수익을 추구해서는 안된다"며 "의료기관이 환자편익이라는 이름으로 부대사업으로 영업 이익 증가를 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변칙적인 병원 숙박업 운영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국의료관광협회 관계자는 병실비보다 숙박비가 더 비쌀 경우 입원 대신 레지던스로 유도하는 행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병실과 숙박시설의 비율을 정하는 등 변칙 운영을 막기 위한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추렃 : 디지탈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