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드라마를 미국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게 새로 제작한 방송 드라마가 미국 현지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2013년 방영 당시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굿 닥터’를 미국의 ABC 방송이 리메이크(remake)한 것. ‘더 굿 닥터(The Good Doctor)’라는 제목의 이 리메이크 드라마는 방영 첫 회부터 높은 시청률을 보이며 미국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국내 드라마를 리메이크하여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더 굿 닥터’ ⓒ wikimedia
드라마의 주인공은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을 앓는 의사다.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성실함과 진정성을 가지고 삭막한 의료 현장을 사랑이 넘치는 공간으로 바꿔 나간다는 것이 드라마의 주요 줄거리다.
드라마를 보지 않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이 의사를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서번트 증후군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면 왜 시청자들이 주인공에게 열광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사회성 떨어지지만 특정 분야에서 놀라운 능력 발휘
서번트 증후군이란 사회성이 떨어지고, 의사소통 능력이 낮으며, 반복적인 행동을 보이는 증상을 말한다. 증상 자체만 고려하면 자폐증과 유사하지만,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특정 분야에서 천재적인 능력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서번트 증후군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다운 증후군을 발견했던 영국인 의사인 랭던 다운(Langdon Down) 박사다. 그는 19세기 말에 개최된 런던의학회에 참석하여 의사로 활동했던 30여년의 기간 동안 만났던 10여명의 특이한 환자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자리에서 다운 박사는 “보통 사람들보다 인지 능력과 대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기억력과 계산 능력에 있어서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불가사의한 능력을 지닌 사람들을 10여명 정도 만났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들을 ‘바보천재(idiot savant)’라 불렀다”고 덧붙였다. 바보이면서 천재라는 말 자체에 모순이 있다라는 점을 자신도 알고 있었지만, 서번트 증후군 환자들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바보천재’ 외에는 더 적합한 표현을 찾기 어려웠다는 것이 다운 박사의 설명이다.
사회성 떨어지지만 특정 분야에서 놀라운 능력 발휘하는 서번트들 ⓒ neurowiki.com
이처럼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기억력이나 암산, 또는 퀴즈나 음악과 같은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수십 년 전의 특정 날짜 요일을 맞춘다든가 전 구간의 지하철역 이름을 통째로 외우는 등, 일반인들은 쉽게 할 수 없는 작업들이다.
이와 같이 수많은 정신적 장애 중에서도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는 서번트 증후군이다 보니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로 종종 활용된다. 앞서 소개한 ‘굿 닥터’ 외에도 톰 크루즈와 더스틴 호프만이 주연한 영화 ‘레인맨’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더스틴 호프만이 연기했던 영화 속의 실제 주인공은 킴 픽(Kim Peek) 이라는 사람으로서 엄청나게 두꺼운 우편번호부 책을 통째로 외우거나 1867년 3월 6일이 무슨 요일이었는지 를 순식간에 대답하는 비범한 능력의 소유자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어눌하고 모자란 것처럼 보이지만, 특정 분야에 대해서만큼은 일반인들이 따라갈 수 없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보니 증후군의 명칭에 ‘학자’ 또는 ‘석학’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인 서번트(savant)가 붙여졌다.
좌뇌와 우뇌의 상관 관계가 서번트 증후군 원인
서번트 증후군의 발생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까지 나온 가설 중에서 가장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주장은 ‘좌뇌와 우뇌의 상관 관계’ 이론이다. 이 이론의 핵심은 좌뇌가 손상되었을 때 우뇌가 좌뇌의 역할까지 감당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좌뇌는 주로 논리적, 언어적, 추상적 사고를 하는 반면에 우뇌는 감각적, 구체적 사고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출생할 때 좌뇌의 손상되면, 손상되지 않은 우뇌의 기능이 촉진되면서 모든 역할을 하도록 신체가 반응하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진화론적 입장에서 볼 때 좌뇌는 우뇌보다 늦게 진화된 만큼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성숙해지는 시기도 더 느리다. 하지만 좌뇌의 이성적 판단이 우뇌의 감정적 대응보다 앞서서 신체를 지배하기 때문에 본능에만 충실한 동물과 달리 인간은 이성적인 동물이 될 수 있었다.
좌뇌와 우뇌의 상관 관계가 서번트 증후군 원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Mother-Nature-Network
이 같은 사실은 서번트 증후군의 권위자인 미 위스콘신대 의대의 대럴드 트레퍼트(Darold Treffert) 교수와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트레퍼트 교수와 연구진은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뇌를 연구한 결과 이들의 좌뇌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좌뇌가 손상을 입었거나 좌뇌와 우뇌의 연결이 끊어져 있다는 사실을 연구진이 발견한 것이다. 그 결과 우뇌가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 이상을 발휘하며 손상된 좌뇌까지 도와주는 과정에서 서번트 증후군이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좌뇌의 문제가 서번트 증후군 생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검사나 정황증거를 통해서 점차 입증되고 있다. 실제로 서번트 증후군을 지닌 사람들 가운데에는 좌뇌가 손상된 사람이 많다는 것이 검사를 통해 밝혀졌고, 후천성 서번트 증후군이라는 정황 증거를 통해서도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후천성 서번트 증후군이란 평범한 인생을 살던 올바른 정신 상태의 사람이 사고나 질병, 또는 치매와 같은 이유로 좌뇌가 손상되면서 지적 능력은 떨어지게 되지만, 이와 동시에 특정 분야에서 놀라운 능력을 갖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