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 줄기세포 연구가 올해 최고의 과학연구 성과로 뽑혔다.
미국의 '사이언스(Science)'지는 지난 19일자에서 "환자의 세포에 특정 유전자를 주입해 배아줄기세포와 유사한 유도만능줄기세포(iPS)를 만들어 난치병 치료의 길을 연 '세포 리프로그래밍(reprogramming)' 연구를 '올해 최고의 연구성과(breakthrough of the year)'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태양계 외부 행성 최초 촬영 성공, 새로운 암 유전자 발견 등도 올해 10대 연구 성과에 포함됐다.
◆환자 세포로 만든 줄기세포
사이언스지가 올해 최고의 연구성과로 뽑은 '세포 리프로그래밍'은 환자의 세포로 줄기세포를 만드는 단계와 이를 활용해 파킨슨병 같은 난치병을 치료하는 기술로 나뉜다.
- ▲ 근육이 서서히 마비되어 가는 루게릭 병에 걸린 환자에게서 채취한 세포의 역(逆)분화 과정을 통해 유도만능줄기세포(iPS)를 얻었다. 사진은 iPS로부터 얻은 운동 신경섬유. iPS는 윤리문제가 개입되는 난자 없이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어서 각국 연구진이 뜨겁게 경쟁하고 있다. /사이언스 제공
배아줄기세포는 인체의 모든 세포로 자라날 수 있는 근원 세포다. 2년 전 일본 과학자들은 다 자란 세포에 특정 유전자를 주입해 배아줄기세포와 유사한 상태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세포가 분화하는 시계를 거꾸로 돌린 이른바 역(逆)분화로, 모든 세포로 자랄 수 있는 줄기세포를 인위적으로 유도해냈다고 해서 '유도만능줄기세포'라고 부른다.
올해 과학자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난치병 환자의 세포로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미 하버드대의 케빈 이간(Eggan) 교수팀이 근육이 모두 마비되는 루게릭병에 걸린 82세 할머니의 피부세포를 유도만능줄기세포로 만든 것이 대표적인 예다. 루게릭, 파킨슨 같은 병은 인간 뇌의 신경회로에 이상이 생겨 발병한다. 따라서 다른 병들처럼 동물 실험을 통해 발병 과정을 밝히고 치료법을 연구하기가 어렵다. 환자의 유도만능줄기세포로 약물을 실험할 세포를 원하는 만큼 얻을 수 있다면 난치병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가 될 수 있다고 사이언스지는 밝혔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외에도 파킨슨병과 다운증후군 같은 난치병 환자의 세포에서 역분화로 줄기세포를 얻어, 이를 다양한 세포로 자라게 하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됐다. 또 유도만능줄기세포를 거치지 않고 환자의 췌장세포를 곧바로 인슐린 분비 세포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성과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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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 외부 행성 첫 촬영 성공
- ▲ 태양계 외부의 행성을 최초로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HR 8799로 이름 지어진 행성은 지구로부터 128광년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있다. 1광년은 빛이 1년간 달려서 도착한 거리를 말한다. /캐나다 국립연구원 제공
사이언스지는 1위에 버금가는 연구 성과로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와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 주립대 연구진이 태양계 외부 행성을 직접 촬영한 것을 뽑았다. 그전까지는 별이 발산하는 전자기파를 이용해 간접적인 방법으로 별의 움직임과 크기 등을 예측했지만 이번에는 망원경으로 직접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 성과의 핵심은 별에서 나오는 엄청나게 밝은 빛과 그 주위를 도는 행성에서 나오는 아주 약한 빛을 구별해낸 데 있다. 최초로 촬영된 태양계 외부 행성은 지구로부터 128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1광년은 빛이 1년 동안 달려서 도착한 거리. 연구팀은 인류에게 최초로 모습을 드러낸 이 외계 행성의 이름을 HR8799로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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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연구에서 우주 질량 계산까지 나머지 8개 연구 성과는 생명공학과 물리학 분야에서 나왔다.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치사율이 가장 높은 췌장암의 암 유전자 해독 ▲단백질이 세포와 결합해 에너지를 소모하는 단백질 대사 과정의 촬영 ▲열대 관상어인 '제브라피시(zebra fish)'의 수정란 분열 과정 촬영 등이 선정됐다. 또 인체에 유해한 백색지방의 천적인 갈색지방의 기능 연구, 유전자정보를 담은 게놈을 빠르게 해독하는 유전자 속성 분석기술 등도 10대 연구성과 안에 들었다.
물리학 분야에선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양성자와 중성자의 총 질량 계산 ▲철을 사용하면서 전류가 흘러도 저항이 없는 새로운 초전도체 개발이 포함됐다.
물에서 차세대 청정에너지원인 수소를 얻는 과정에서 수소발생 효율을 높이는 촉매를 개발한 연구도 획기적인 성과로 꼽혔다. 새로 개발된 촉매는 코발트와 인(원소기호 P)의 화합물이다.
입력 : 2008.12.22 21:41 / 수정 : 2008.12.23 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