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 29일 화요일 따뜻함
20년 후의 나의 모습
학교 실과 시간에 숙제가 있었다. 요즘 일과 직업에 대해서 배우는지라 20년 후 내가 어른이 되었을때의 모습을 상상해 써오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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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31일 월요일
오늘 아침은 조금 일찍 일어났다. 어제 바쁜 도중에 오래간만의 휴일이라고 너무 많이 쉬어서 강의 준비를 끝마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모두 자고 있었다. 아침 식사는 대충 계란 프라이와 빵으로 때우고 빨리 대학교로 향했다. 집과 어느 정도 가까이 있지만 어릴 적과 다름없이 서울의 교통은 혼잡했다.
서울대학교에 도착한 뒤 곧바로 연구실로 갔다. 바쁘게 강의 준비를 했는데, 시간이 예상보다 더 남아서 커피 한잔 마시며 강의 내용을 조금 더 손봤다. 그러고 나니 금방 강의 시간이 되었다. 그래서 강의실로 향했다.
강의실에는 학생들이 꽤 있었지만 출석을 불러보니 아직 안온 사람도 어느 정도 있었다. 내 강의를 듣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것에 뿌듯했다. 요즘 건축학과가 인기가 있는 학과인가보다.
내가 아직 교수가 된지 얼마 되지 않아 강의 시간에 떠드는 사람이 있으면
"좀 조용히 하게나."
라고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게 연습했는데 실제로 심하게 떠드는 사람은 없고 대부분 내 강의를 잘 듣고 있었다.
강의를 순조롭게 마치고 연구실로 돌아갔다. 요새 새로 쓰고 있는 논문을 계속 써 나갔다. 내가 오래전부터 관심 있어 하던 것이라서 그런지 잘 써지는 것 같았다. 논문을 쓰다가, 갑자기 옛 친구들 생각이 났다. 그래서 동창회 같은게 없는지 생각해보니 세주 전에 동창회를 4월 1일에 한다고 들은게 떠올랐다. 오늘이 3월의 마지막이니 내일 하는 것이다. 요새 바빠서 정신이 없었나보다. 이런 것을 다 잊고 살다니.
막 어두워지려고 하자 집으로 갈 준비를 했다. 아까 점심을 구내식당에서 많이 먹어 아침에 적게 먹은 것은 해결되어서 저녁을 서두를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좀 있어서 서둘렀다.
차를 아파트 주차장에 세우고 집에 왔다. 나는 예전부터 주택에서 살고 싶었지만 인구가 급증하면서 주택이라는 것은 엄청난 부자 아니면 살 수 없는 집이 되었다. 내가 초등학생 일때만 해도 정부에서 출산 장려 운동을 했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아파트도 한 호가 여러 층으로 되어 있고, 베란다도 넓어 정원 같아서 주택 기분은 나기 때문에 별 불만은 없다.
집에 오니 아내가 오늘은 꽤 일찍 왔다고 한다. 내가 그동안 그렇게 바빠서 가정은 잊고 살았던 것 같다. 저녁을 먹고, 방에 들어가 곧 실습 시간에 사용할 모형을 계속해서 만들었다. 거의 완성되어 가니 내일은 연구실에 가져가야겠다. 자기 전에 책상 앞의 화이트 보드에 큰 글씨로
'동창회'
라고 적어 놓았다.
2005년 4월 1일 화요일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큰 글씨로 쓴 '동창회' 가 눈에 들어왔다. 혹시나 잊어 버릴까 해서 적어 놓은 것이지만, 사실 안 보더라도 기억은 했을 것 같았다. 오늘은 강의가 없는 날이라 비교적 바쁘지 않아서 어제처럼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었다. 방을 나가니 아내가 아침을 하고 있고 아이들은 아직 자고 있었다. 아직은 첫째는 유치원 생이고 둘쨰는 아기여서 일찍 깨울 필요는 없지만 나중에 초등학생이 되면 일찍 꺠워야 할 아내가 좀 힘들 것 같다. 앞으로 아내를 많이 도와 주어야 할 것 같다. 아침을 먹고 대학교로 갔다. 어제는 그래도 좀 일찍 나가서 교통이 어느 정도 괜찮았는데 오늘은 조금 늦게 출발했더니 더 혼잡했다.
연구실에서는 어제와 별 다를 것 없이 논문을 쓰고 강의 준비를 했다. 하나 달라진 점은 모형도 조금 만들었다는 것이다. 모형을 가지고 올때 한번 급브레이크를 밟은 적이 있는데 그때 일부분이 약간 파손되어서 그걸 복구하느라고 힘들었다. 어렵게 만든 것인데 조금 더 조심히 운전할 걸 그랬다. 앞으로는 처음부터 연구실에서 만들까 생각한다.
동창회 시간이 되어가자, 갈 준비를 하고 학교를 나왔다. 오늘은 동창회 때문에 밤에나 올거니까 먼저 자라고 아내에게 말했으므로 그냥 바로 동창회에 갔다. 동창회에는 옛날에 친했던 친구들이 거의 다 와 있어서 매우 반가웠다. 꿈을 이룬 채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친구도 있었고, 유명해진 친구도 있었고 별로 순탄치 못한 삶을 산 친구도 있었다. 친구들과 어릴적 이야기를 하다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앞으로도 자주 만났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며 헤어졌다.
집에 오니 가족들은 모두 자고 있었다. 많이 피곤하긴 한데, 잠은 잘 오지 않아서 방에서 책을 좀 읽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원래는 실습시간용이 아닌 취미로 만드는 모형을 만들려 자려고 했지만 생각해보니 내일 강의가 2개나 있는 바쁜 날이어서 졸리지 않게 되도록 일찍 자야해서 책만 읽게 된 것 이다. 오늘 있었던 동창회 생각을 하다가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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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쓰려고 노력했지만, 부모님께 보여 드린 후 소감을 들어보니 25년 후의 모습으로 설정했으면 더 괜찮을 글이 되었을 것이라고 하셨다. 아무튼 이렇게 꿈을 이룬 채 행복한 삶을 살려면 열심히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