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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음력 9월)
경기도 양주
중요무형 문화재 70(1980)
경기도 양주(楊州) 지역에서 전승되는 소놀이굿. 주로 음력 8~9월에 하는 소놀이굿의 형태로 전하는 것이 이 놀이굿의 세시절기 의례를 일컫는 것이기도 하다. 양주소놀이굿은 현재 중요무형문화재 제70호로 지정되어 있다.
현지 조사자들이 소놀이굿의 기원이나 유래에 대해서 전하는 것을 정리하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첫째, 이 놀이는 양주지방에서 신산(神山)으로 여기는 감악산(紺岳山)의 감악사(紺岳祠)에서 나왔다. 비뚤대왕을 위하는 감악산신의 위무 절차로 이 놀이가 발생했다고 하는 설이다. 둘째, 농경의례의 하나로 풍년을 빌던 의례에서 유래했다. 주술적인 풍농을 기원하는 의례로 본다면 의의가 있으므로, 이를 소놀이굿의 기원으로 보는 것이다. 셋째, 순전히 기원적인 의례보다는 실용적인 목적 아래에서 소 장사가 잘 되기를 바라던 데에서 나왔다는 설이다. 넷째, 이와는 다르게 궁중의례에서 비롯되었다는 가설도 있다. 다섯째, 순전히 놀이패를 위하여 굿의 여흥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동네 놀이패들이 있어서 이들을 위해 놀이하던 전통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이들 가설은 모두 양주소놀이굿 기원의 배경은 될 수 있겠으나 직접적인 발생의 근거는 아니다. 현재 양주 일대에 전승되어 오는 소놀이굿은 다른 지방에서 배워온 것인지 양주지방의 무속에서 형성된 것인지도 불명확한 채 소놀이굿 보유자들이 팽수천(彭壽天)으로부터 배워 전하고 있다.
다른 고장의 사례를 참고해서 보면 이 소놀이굿의 발생과 형성에 대해서는 더 이상 알 수 없고, 다만 거의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는 우마숭배와 농경의례인 소멕이놀이에 그 기원을 두고, 무속의 제석거리와 마마배송굿의 마부타령의 자극을 받아 형성된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농경사회에서 소를 위하고 풍농을 기원하며 풍농에 감사드리는 전통은 소를 위하는 굿으로 등장한다. 이러한 전통이 소놀이굿의 형태로 전하는 것을 우리나라 여러 고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소놀이굿은 제석거리에서 멍석으로 소를 꾸며 만들고 제석거리의 주관자인 무녀와 마부가 재담과 소리를 주고받는 놀이로, 경사(慶事)굿의 연장선에서 굿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석굿에 이어서 노는 것이 현재 전승되는 소놀이굿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이렇듯 소놀이굿이 굿이라고 하는 측면은 제석굿의 연장선에서 놀기 때문이다. 소놀이굿은 대체로 풍농을 기원하는 주술적 목적 아래 제석굿의 일환에서 행해지므로 제의적 성격이 뚜렷하다. 제석굿은 생명을 진작하고 인간에게 복록(福祿)을 가져다주는 신의 성격을 지닌다.
그런데 제석굿의 무녀는 사제자이다. 복색을 보면 고깔에 흰 장삼을 입고 붉은 띠를 맸으므로 전형적인 사제자임이 확인된다. 반면 소놀이굿의 마부는 전립에 청쾌자를 걸치고 있으며 사제자가 아니고 단순한 놀이꾼이라는 점에서 둘의 성격에 차별성이 있다. 무녀와 마부의 합작에 의해서 소놀이굿이 완성되는 것을 쉽사리 인정할 수 있다. 두 인물의 성격상 사제자와 놀이꾼이 합쳐서 연행한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제석굿 말미에 연행하는 소놀이굿의 본질을 재론하는 데 요긴한 단서가 된다.
소놀이굿은 소를 꾸며서 만들어 굿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연희적 성격이 부각된 놀이적 성격이 강한 굿이다. 소는 흔히 어미소와 새끼소 또는 큰소와 작은소라고 해서 두 마리를 만들어 사용한다. 소머리와 몸체를 강조해서 만들어 실제 연행에서 구체적으로 기능하도록 한다. 이 외에도 굿에서 동물을 구체적 형상을 꾸며서 놀이하는 다른 고장의 사례로는 황해도 평산소놀음굿과 동해안 지역의 범굿이 있다.
범굿은 호식(虎食)을 당할 팔자를 면하거나 흔히 바닷가의 풍어를 비는 굿인데, 이 과정에서 범의 실제 모습을 실감나게 꾸며서 연행한다. 범과 포수가 남무인 양중이 사제하는 굿에 등장해서 포수가 닭을 물고 달아나려고 하는 범을 쏘아 죽이고 범의 가죽을 벗겨서 굿당 밖에서 태우는 것으로 결말이 난다. 이러한 모습은 범굿이 범의 환난 가운데 하나인 호식을 면하자는 뜻도 있으나, 바닷가에서 놀기때문에 풍어를 비는 뜻도 있다. 그 과정에서 소놀이굿의 소와 범굿의 범은 굿에서 꾸며지는 구체적 대상으로 상징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소놀이굿은 무녀와 마부의 재담과 소리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춤, 노래, 음악, 연희의 네 가지 측면이 총괄적으로 운용되는 민속극과 민속놀이의 연행 방식과 상통한다. 재담과 소리를 적절하게 배합하고 교체하면서 연행하기 때문에 이완과 긴장의 묘미가 청중에게 감동을 준다.
소놀이굿은 놀이와 굿이 합쳐진다. 소놀이굿의 직접적인 기원을 이루는 것은 소놀이이며 그 중에서도 소멕이놀이이다. 소멕이놀이는 민속놀이의 일환으로 노는 것으로 정월대보름과 추석에 흔히 행하였다. 소멕이놀이의 핵심은 장정 두 사람이 멍석을 뒤집어쓰고 머리와 꼬리를 만들어, 주인과 머슴 네 사람이 소를 몰고 부잣집에 가서 소 울음을 울고 “옆집 소가 평생 즐기는 싸리꼬챙이와 뜸물을 먹고 싶어서 찾아왔다.”라고 하면 주인이 산적과 술을 내놓아 대접한다. 이때 농악대가 뒤따르면서 놀이를 한다.
소멕이놀이가 변형된 사례로 기호(畿湖)지방에서 노는 거북놀이가 있다. 거북놀이는 소놀이와 흡사하나, 다만 소의 멍석 대신에 수숫대 잎이나 짚을 써서 거북의 모양을 만든 것이 특징이며, 이에 따라서 풍농을 기원하는 행사 가운데 하나였다. 거북이 지니는 신령한 동물의 영험성으로 해서 거북놀이를 소놀이와 함께 놀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소와 관련된 민속놀이로 영산쇠머리대기도 있다. 이 놀이는 소싸움에서 기원한 것으로 보이며, 쇠머리 두 개를 만들어서 마을 사람 전체가 가지고 노는 것이 곧 쇠머리대기이다. 쇠머리대기의 핵심은 소머리 두 개를 가지고 싸워서 풍농을 기원하는 풍농의례의 일환이라는 점이다.
소멕이놀이, 거북놀이, 쇠머리대기는 소를 가장해서 놀았거나 소 대신에 거북을 사용하거나 더 나아가서 쇠머리를 꾸며서 격렬한 행위를 하는 것이다. 놀이의 방식 자체가 화합하는 것과 갈등하는 것으로 양분되는데, 이 두 가지 놀이 방식이 소를 두고 공존한다.
소놀이굿에는 화합하는 방식은 잘 드러나지만 소싸움과 같은 격렬한 형태는 등장하지 않는다. 굿이 지닌 성격 자체가 화합의 주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놀이굿은 소를 잘 위하자고 하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소를 잘 위하게 되면 명(命)과 복(福)이 깃든다고 하는 사고(思考)가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멕이놀이와 같은 형태에서 유래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소놀이굿의 또 다른 측면은 굿이라고 하는 사실이다. 굿은 무엇이 잘 되자고 기원하는 것이다. 무당이 사제자가 되어서 무당굿놀이의 일환으로 노는 것이 그러한 단적인 사례이고, 실제로 소놀이굿이라는 말 속에 그러한 현상이 포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제석굿의 마지막에 소놀이굿을 달아짓기로 하는 것은 이러한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그러나 소놀이굿에서 굿과 관련이 있는 요소 가운데 마부와 무녀가 함께 놀이를 하는 형식에서는 마마배송굿과 깊은 관련이 있으며, 다른 한편에서 소놀이굿과 마마배송굿 및 범굿의 굿으로서의 성격을 비교하는 데 훌륭한 비교거리가 된다. 무녀와 마부가 상대역을 하는 굿거리는 여러 가지 사례가 있는데, 장문잡기, 군웅노정기, 뒷전이 이에 해당한다. 이 굿거리들에서 무녀와 남무(男巫)의 대화에 의해서 일부 굿거리가 진행되는 특징이 있으나 소놀이굿에서는 마부 노릇을 하는 인물이 무당과 관련이 없다.
마마배송굿 역시 마부 구실을 하는 인물이 무당이다. 마부가 마마배송을 위한 제차를 진행하고 마지막에 잡귀를 축출하는 대목이 있어서 대결 방식으로 축출한다. 그러나 이에 반해 소놀이굿에서는 마부가 축원과 덕담을 하면서 끝을 맺는다. 마마배송굿은 위협적인 진언으로 마마를 배송하는데 소놀이굿에서는 화합하자는 주술적 의도가 훨씬 강화되어 있다.
마마배송굿의 극단화된 대결 형식이 곧 범굿이다. 범굿은 포수와 범이 직접적인 대결 형태로 발전하였다. 자연의 대표자인 범과 자연의 재앙을 물리치는 포수가 대결하는 것이 범굿이다. 마마배송굿에서는 마마를 쫓아내기는 하되, 잘 위하는 동시에 마지막 대목에서 육갑과 진언을 해서 쫓아내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결말부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렇다면 세 가지 굿은 대상에 대한 접근 방식과 어떠한 대결의 방식을 취하는가에 따라서 차이가 난다. 소놀이굿에서는 마부와 무녀가 재담과 소리로 대화하고 소를 잘 위하자는 생각이 결말에 나타난다. 그러나 마마배송굿에서는 무녀와 마부가 재담과 소리를 하지만 마지막 부분에서는 잡귀 따위를 진언과 육갑으로 축출한다. 이와는 다르게 범굿에서는 행위와 극적 연출을 통해서 범을 퇴치하자는 생각이 드러나 있다. 그렇다면 본디 행위로 연출되던 것이 재담과 소리로 변질되고, 잡귀나 재앙을 물리치던 것에서 오히려 대상을 기리고 축원하는 것으로 변질되었다고 할 수 있다.
소놀이굿은 소를 위하자는 굿이지 소를 협박해서 물리치자는 굿은 아니다. 소를 위하는 굿이므로 소의 내력을 높이 내세우고 소의 여러 모습을 거듭 칭송하여 사설로 늘어놓는 특징이 있다. 소를 위하는 굿이 아니면 소를 제물로 삼고 범굿에서처럼 소머리를 땅에 묻어서 범을 위로하는 굿 대목이 첨가되게 마련이다.
요컨대 소놀이굿은 민속놀이와 굿이 합쳐져서 파생된 독자적인 무당 굿놀이이다. 굿놀이는 무녀와 마부가 서로 재담과 소리를 주고받으면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소놀이굿은 농경의례의 일환으로 놀아지면서 마을 사람이 무당굿에 참여하여 확장되었을 가능성이 많은 무당굿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소놀이굿이 전승된 고장은 옛 기록에서 찾을 수 있으나 오늘날 전승되는 자료는 다음의 네 가지만 있을 따름이다. 경기도 양주, 황해도 평산과 연백, 우옥주 무당의 자료는 소놀이굿의 존재 의의를 밝혀주는 요긴한 자료가 된다. 소놀이굿은 더 말할 나위도 없이 굿의 일환으로 놀아졌다는 것이 명백하다.
굿에서 무당이 굿놀이를 벌이는 사례는 소놀이굿 외에도 많다. 이를테면 경기도 도당굿의 군웅노정기나 뒷전은 소놀이굿에 못지않게 확장되어 있는 사례이다. 이 밖에 동해안 지역에 전승되는 범굿 역시 무당굿놀이와 비교될 수 있는 적절한 사례이고, 제주도지방의 ‘맞이’와 같은 사례는 다양한 제주도 굿놀이를 확인시켜 주는 사례이다.
소놀이굿은 다른 지역의 무당굿놀이와 차별된다. 우선 마을의 놀이패가 소를 만들어서 참여하는 점이 중요하다. 무당 자신이 놀이의 주체가 되고 상대역이 되는 것이 명백히 다르다. 마을의 놀이꾼과 무당이 합작해서 만든 작품이 소놀이굿이다.
경기도 도당굿의 뒷전이나 군웅노정기가 참여하여 굿을 확장해 놀이하는 것이 일치되나, 이들의 참여는 무녀의 남편인 화랭이놀이 방식이라는 점에서 소놀이굿과 구별된다. 소놀이굿은 무녀가 매개하여 마을의 놀이패와 더불어 노는 것이므로 차별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소놀이굿은 제석굿과 관련되어 노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제석굿과 소놀이굿이 역사적으로 어떠한 관련이 있는가 하는 점은 고찰의 대상이 된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경기도 북부의 제석굿은 제석본풀이 없이 진행되고 오히려 이 대목에서 소놀이굿이 부가되는 점이다. 제석본풀이의 전국적 분포 가운데 공백을 보이는 지역이 경기도 북부와 해서(海西) 지역이다. 제석굿에 소놀이굿이 부가되면서 놀이적 형식이 강화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소놀이굿이 있으면 제석본풀이가 없는 사실은 분명하다.
두 곳의 소놀이굿은 무당굿놀이가 주술적 의례에서 예술적 놀이로 발전하는 다각도의 사례를 응집하고 있어서 이 점에 대한 시사가 긴요하다. 소놀이굿 자체에 기본적 유형과 이질적인 확대·발전형의 두 가지 사례가 있어서 소놀이굿의 의의가 여러 차원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놀이굿은 신화에서 연극으로 또 의례에서 놀이로 발전하기도 했으며, 심지어는 다양한 굿과 놀이가 복합되면서 오늘날 우리가 아는 소놀이굿으로 분화되고 잔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경기도 남부 지역에서 소놀이굿과 비교되는 거북놀이와 게줄다리기가 있어서 좋은 대조가 된다. 거북놀이와 게줄다리기 역시 풍농을 기원하는 점에서 소놀이굿과 비교되지만 결정적으로 무녀의 참여가 있다는 점에서 소놀이굿과 차별성을 가진다. 예사 사람들의 민속놀이이기 때문이다.
소놀이굿은 무당굿놀이의 전반적 갈래와 다르고, 민속놀이와도 차이가 있는 민속놀이와 무당굿놀이의 중간적 구실을 하고 있다. 소놀이굿은 경기도 북부와 해서 지역의 독자적인 무당굿놀이로 재인식될 필요가 있으며 의의 역시 이 점에서 찾아야 마땅하다.
韓國民俗綜合調査報告書-忠淸北道 篇, 1976
芮庸海. 續人間文化財3, 1964.4.2.
李杜鉉. 楊州소놀이굿, 1968
曺星國. 靈山줄다리기·쇠머리대기. 素民苑, 1978
이두현. 양주소놀이굿. 學硏社, 1984
李杜鉉. 양주경사굿과 소놀이굿. 悅話堂, 1989
김헌선. 양주소놀이굿. 화산문화,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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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방학동안 잘 지내고 있겠지? 민속놀이 자료 올리기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구나. 방학 알차게 보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