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의여대 명예교수 배영기 박사]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인간-심지어 생물과 식물까지도-은 괴로움(苦)을 피하거나 벗어나 행복을 갈구하여 누리고자 한다. 행복을 찾아 떠나는 길손이라는 의미에서 行福(행복)이라고 글자를 고쳐 쓰고 싶다. 그래서 행복을 찾아 주유천하를 헤매고 다녀도 만날 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고, 누릴 수도 없었다. 그래서 다시 돌아와 조용히 성찰하여 보니 행복(幸福)은 먼 곳에 있는 행복(行福)이 아니라 바로 정강이 밑에 있는 행복(胻福)을 밟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마치 사사여산(思思如山:생각하는 것마다 산과 같이 굳건하면)이면 또한 사사여수(事事如水:일하는 것마다 물같이 풀린다)하니 이 어찌 행복하지 않을소냐고 사자성어로 대칭하여 창작해 보았다.
그러므로 21세기형 행복인간은 첫째, 자신의 감정을 잘 다스릴 줄 알아야 하며 둘째, 잘 아는 것을 넘어 끊임없이 잘 알고 싶어 하는 호기심을 가져야 하며 셋째 인간, 신, 우주와 같은 일련의 과정 속에서 개인의 본성이 최대한 발휘될 때 행복이 용솟음침을 느끼게 된다. 넷째, 영원한 참된 행복 즉 지복(至福)에 이르기 위해서는 인간 본성 자체의 한계인 죽음까지도 슬프지 않고 품위 있고 스마트하게 맞이할 준비를 항상 해야 한다.
불행하게도 현재 한국은 세계에서 자살률 1위라는 수치스러운 기록을 가지고 있다. 이는 행복과 불행을 자유자재로 넘나들 줄 모르는 미숙함에서 연유한다. 물론 자살을 부추기는 대중매체의 보도 행태도 자살의 한 원인이었으며, 꾸며진 행복을 과대 포장하여 자랑함으로써 상대적으로 희망에 대한 박탈감을 조장한 것도 일말의 자살심리를 부추기는 한 원인이었다.
마지막으로 젊은이들의 행복을 앗아가는 가장 큰 주범은 일등주의 로 내몰고 있는 교육시스템과 경쟁에서 뒤떨어지면 생존할 수 없다는 사회 풍조이다. 이러한 사회 작동 시스템은 물질만능주의의 잘못된 가치관의 지배에서 연유한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가 지적한 바대로 ‘나쁘지 않은 것이 좋은 것이 아니며, 불행을 피한다고 해서 행복한 것이 아니다’라는 아포리즘을 상기하면서 필자의 ‘행복심경’을 피력하는 것으로 이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지난여름 어느 날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오니 도적이 들어 집안은 온통 난장판이었다. 게다가 10여 년간 고이 간직해 두었던 황금열쇠와 은수저를 도난당하고 말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112에 신고하였더니 경찰이 곧바로 와서 현장을 촬영하고 지문을 채취하였다. 이 사건을 경험하면서 느낀 심리적 변화 과정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제1단계 : 도둑에 대한 괘씸한 생각의 단계
제2단계 : 도둑과 마주치지 않아서 위해를 피할 수 있어 매우 다행인 치유의 단계
제3단계 : 좀도둑이 손을 씻고 개과천선하여 잘 살기를 바라는 기원의 단계.
이를 다시 정리하면 공포→분노→치유→용서→평정→회복→행복으로 이어지는 마음과 정신의 변화과정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