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은이 부른 한계령'이란 노래, 시인과 촌장의 하덕규가 작사한 그 노래 가사는 이렇게 끝납니다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교회가 무엇인가를 생각할 때 저는 종종 이 노래 가사를 떠올립니다.
우리가 믿음을 통해서 배워야 할 덕이 있다면 그것은 한 계단 한 계단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길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한 계단 한 계단 낮은 곳으로 내려오는 길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는데 그게 참 쉽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의 병든 딸을 둔 어머니처럼 자신의 약함과 무능함을 절실히 깨닫고 강아지만큼 낮은 자세를 취할 때, 비로소 겸손도 깨우치게 되는 것이고 은총도 주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병든 딸을 둔 이방인 어머니가 예수님께 도움을 청하자 예수님은 일부러 정떨어지는 말씀을 던지시죠. "내 자녀들이 먹을 빵을 강아지에게 주는 법이 어디 있느냐?" 하고 말입니다. 그러나 이런 모욕적 말을 들었을 때도, "아니, 그럼 내가 강아지, 개란 말이요?" 하면서 발끈하며 토라져 돌아서는 대신 그 어머니는, "옳습니다, 선생님, 개라고 해도 좋습니다. 그러나 강아지들도 주인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먹습니다."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 어머니의 자세가 바로 주님 앞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이 일은 실로 참 어렵습니다. 사회적 지위에 따른 체면치레, 없으면서도 좀 있는 척 허세를 부려야 그나마 남에게 대접받는 우리 사회 분위기에선 더욱 어려운 일일 겁니다. 그러나 사회활동은 그렇다 치더라도 하느님 앞에서, 즉 교회 안에서까지도 허영스럽게 자기를 내세우고 싶어 하고, 척-하는 모습, 높아지려는 모습은 정말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여기서만큼은, 주님 앞에서만큼은 군더더기 가면 같은 것 쓸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 자신을 주님께 활짝 열어 보이는 자세, 덕을 이 시간 청해보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