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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일로 선생 본명 김종기, 아호 한길 1911년 전남 장성에서 출생 *1949년 최순례 여사와 결혼 슬하에 4남(김강,김용, 김윤, 김운서) 2녀(김연, 김미령) *1953년 동시집 "꽃씨" 출판 *1959년 허건.김일로 시화전(당시 동양화의 화제를 한글시로 대체한 한국 최초의 한글시화전) *1961년 목포를 중심으로 각 초등학교 노래선물 "꽃씨" 8회 보냄 *1963년 김일로 글짓기 연구소 운영, 전라남도 문화상 수상 *1964년 김일로.아산 조방원 시화전(광주) *1965년 김일로.매정 이창주 시화전 (해남) |
11.......................................
아침
닭은 꼬끼오
까치는 까치까치
강아지는 앙앙
돼지는 돌 돌
소는 움마
아가는 엄마
엄마는 아가.
*1966년 "새로운 글짓기 교실" 출판
*1977년 김일로 선생 초대 시전(목포경제신문사 주최, 민족문화협회.지식산업사 후원.서울)
*1979년 김일로 선생 고희 기념시전 (예총목포지부 주최)
*1980년 성옥문화대상 수상 *1981년 예총 목포지부장 역임
*1982년 시집 "訟 山河" 출판
*1983년 김일로 선생 목각시전(예총 목포지부 주최,서울 석 화랑 개최)
*1984년 9월 18일 영면 유택 해남군 황산면 연당리 연시등 선영
12...............................
초생달
초생달이 놀자고
눈을 깜박 하기에
저녁 먹고 가마고
기다리라 했더니
깜박 깜박 섰다가
애달아서 삐쳤나
간다 온다 말없이
그만 가고 말았네.
13..................
비 한 방울
비 한 방울이
약입니다.
입을 벌려
받아 마시렵니다.
죽었던 잔디가
파랗게 자라났습니다.
시들어 버린 꽃이
빨갛게 피어났습니다.
14...................................
꽃씨
꽃씨 한 줌 골라서
어디 심을까.
집집마다 심으면
꽃집 되겠지.
산에 들에 틈없이
뿌려 노면은
가나 오나 꽃동산
우리 나라지.
1 5...............
나룻배
금물결 타고서
가신 어머니
은물결 타려고
어디 오시나
갈매기는 갈 갈
마중 가는데
나룻배는 삿대 잡고
둥둥 조네.
16...............................
정거장에서
가는 막차
뒤에 달린 빨간 등불은
잘 있거라
울며 타던 언니 눈동자
가도 가도
잊질 못해 반짝이는 불.
신
아빠 신은 쪽배
엄마 신은 반달
아가 신은 꼬막
나란히 세 식구.
17............................
그네
노랑나비
무서워 분홍나비 뒷걸음
분홍나비
무서워 노랑나비 뒷걸음
버들가지
붙잡혀 흔들흔들 푸른 춤
발밑에 선
창포꽃은 어지러워 자주빛.
18.......................................
별
엄마 찾다 눈이 붓고
아빠 찾다 까무러져,
높은 하늘 위에 올라
별이 되어 사는 아가.
그 얼마나 찾았기에
눈만 남아 빤짝일까.
초롱초롱 눈만 빤짝
오늘밤도 찾나 보다.
-어느 전쟁 고아의 영전에
19...............................
두견새
귀촉도
귀촉도 소리도 맑네
산 자고
내 자고 모두 자는데
무엇을
못 잊어 밤새 우느냐
귀촉도
귀촉도 내 맘도 설네.
20...............................
고향
밀 이삭 익어서
금물결 이루면
종달새 노래는
가늘어진다.
보릿대 피리는
누가 부는고
소 몰고 돌아오나
연기 오른다.
21 ..............................
백리길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시던 동네는
산을 넘고
강을 건너
꼭 백리길.
산을 너머
갈 때는
풀섶에서 푸두둥
꿩이 날아올라
깜짝 놀래고
강을 건너
갈 때는
그 큰 눈으로
말똥말똥
나를 보고 있던
황소와 같이
22................
나룻배를 타고
배에서 내려
한 십리
걸어가면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시던
초가집이 있었는데
홍시 먹어라
하시던 할아버지도
찐 밤 먹어라
하시던 할머니도
이젠 돌아가시고
옛날에
찾아가던 길만
눈앞에 선한
백리길.
23...........................
겨울 아침
학교로 가는 한길을 지켜보는
옷벗은 포플라나무들이
떨며 말하고 있다.
"춥다 잉."
"정말 춥다 잉."
빵구난 고무신에
맨발인 아이가
콧물을 흘리며 지나간다.
"춥겠다 잉."
"정말 춥겠다 잉."
24..............................
봄날
까무러진
개미
못 본 척
못해서요
양지에
묻고
돌아서질
못해서요
진달래
아름 꽂고
손 모아
빌었죠.
25.............................
종달새
종달종달 종달새 신나겠구나
구름 타고 보면은 신나겠구나
저 산너머 강 건너 언니 사는 곳
복숭아꽃 빨갛게 피어 있겠지.
알 수 없어요
꽃이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나비하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리 들으려 해도 알 수 없는 말이지만
즐거운 이야기를 꼭 하는 것 같았습니다.
26........................
고추잠자리
노을진
하늘아래
강도 멀고
산은 더 멀고
누가
피리를 불까
눈물이 글썽한
고추잠자리.
27.............................
집 보는 날
고추잠자리
서 너 마리
나래 치는
소리도 없고,
멍멍이는
양지에 누워
늘어지게
잠만 자고.
28.........................
냄새
오빠 곁에 앉으면
흙 냄새.
언니 곁에 앉으면
꽃 냄새.
아기 곁에 앉으면
젖 냄새.
매미 노래
쨍쨍쨍
해가 뜨거워
맴맴맴
매미 노래는
쏙쏙쏙
바위에 밴다.
29.....................
들녘
벼이삭이
모두 집으로 들어갔다.
들녘은
텅 비인 운동장.
달하고
기러기하고,
놀고
있다.
30..........................
어머니
불러보면
눈물이 멎습니다.
불러보면
마음이 놓여 잠이 옵니다.
산에 앉아
하늘 아래 산
산 아래 마을
마을 안에 우리식구.
31.............................
저녁
반짝 반짝
저 별이 진주알일까.
한 알만
가졌으면 가슴에 차지
허리굽은
저 달이 나룻배일까
한 번만
태워주면 고맙다 하지.
32.......................
봄
겨우내 자던
붕어
뱉은 구슬
한 알
술렁 치솟아
빠개지는
소리
'봄' 하는
서곡(序曲).
33.............................
우리 아가야
-1983년 어린이날에 부쳐
푸른 하늘 아래
꽃망울이 피어나듯
우리 아가야
활짝 웃어라.
너를 안고
대견스러운
엄마 아빠의 소망이
날마다 네 키만큼
따라 커간다.
우리 아가야
푸른 깃 활짝 편
저 소나무처럼
튼튼하고 슬기롭게
무럭무럭 자라나야 한다.
34..............................
뒷산 앞 시내가 있는
이 금수강산이
앞으로 이어 받을
네 꽃동산이란다.
생각만 해도
신나는 일이 아니냐
이 나라의 주인공이 되는
우리 아가야
소중한 우리 아가야.
- 김일로 선생 마지막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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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마지막 도시 목포를 사랑한 시인 (4페이지)
정중수 (이하, 산문은 시 보다 약간 작은 글자)
목포는 항구다. 그런 노래가 있다. 오래 전 자주 듣던 노래다. 그 구슬픈 곡조도 안 잊혀지거니와 가사 또한 들을 때마다 가슴을 저며 온다. 생전에 미당 서정주 시인이 그랬단다. 선거때 김대중 후보가 된다느니 안 된다느니 하고 내방객들하고 툇마루에서 곧잘 다투던 때 미당은 당최 말다툼이 끝나질 않자 “목포는 항구여” 한 마디 하고는 내처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그렇다. 목포는 항구다. 이 세상 모든 대화의 끝은 목포는 항구다로 귀결된다. 옳은 것은 옳은 것이고, 틀린 것은 틀린 것이고, 그리움은 그리움이고, 변함없는 것은 변함없는 것이다. 저자에 횡행하는 말 너머에 있는 말, 그것이 목포는 항구다라는 말이다. 그러니 목포는 항구다라는 말은 우리 시대의 대시인이 일갈한 것처럼 인생살이의 큰 화두라고 할 것이다.
호남선 야간열차에서 승객들은 등받이에 상체를 기대고 눈을 감고 있다가도 이따금 경기 들린 듯 깨어나 허둥지둥 캄캄한 차창을 내다보고는 옆 승객에게 다짜고짜 “조치원 지났남유?” “어짜끄나, 이리 아직 안 지났능가요?” 하고 불안해한다. 그러나 목포--이 세계의 종점을 향해 가는 승객은 도무지 아무것도 서두를 일이 없다. 그의 이마를 빛내며 기차가 싣고 가는 대로 가만히 마음을 비우고 앉아 있기만 하면 된다. 그를 싣고 가는 밤기차가 어느 역에 머물든 다시 출발하든 신경 쓸 일이 없다. 기차가, 더 이상 가지 않고 먼 행로의 끝에 다다르면 그때서야 천천히 간단한 짐을 꾸려들고 차에서 내린다. 그곳이 목포다. 목포는 이 세상 모든 역의 종점이다. 그 목포를 고향으로 두고 있는 사람은 그러므로 허둥대지 않는다.
김일로 시인. 김 시인은 목포가 세계의 종점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인식하고 있던 사람이었다, 라고 나는 쓴다. 나를 포함해서 모든 목포출신들이 목포를 떠나지 않으면 금방 침몰하기라도 할 것처럼 서울행 기차에 올랐다. 성미가 급한 사람들은 밤봇짐을 싸들고 눈물을 흩뿌리며 서울행에 합류했다. 왜, 목포를 떠나야만 했던가? 왜 목포에 남아 있으면 안 되었던가? 목포를 떠난 지 30년도 더 지난 지금에사 돌이켜보니 참 미련하고 바보스런 일이었다. 서울에 인생의 영광이 있었던가? 성공? 행복? 대체 무엇이 있었던가?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해본다. 그래서 팔순이 넘은 부모님이 지키고 있는 목포에 갈 때마다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에 유달산 봉우리도 두 눈을 들어 쳐다보지 못한다. 목포여, 나를 안아다오. 내가 서울에서 살아남으려고 너무 많은 상처를 받고, 짓밟히지 않으려 독한 마음을 품고 사느라 한없이 추악해진 사람으로 여기 와 있다. 목포여, 나를 용서해다오.
김일로 시인은 생전에 목포에서 인생을 거두었다. 사람들이 불난 집에서 도망가듯이, 기우는 배에서 뛰어내리듯이 목포에서 도망가는 것을 보면서도 말없이 목포를 지켰다. 언젠가 30년도 훨씬 전에 나는 용다방이라는 곳에서 김일로 시인을 뵌 일이 있다. 지금 내 기억에 사진처럼 찍혀 있다. 주름진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푸근하고 낮은 목소리로 나를 대해 주었다(금이빨을 하고 계셨던가?). 그때 무슨 말을 들었는지 생각나지 않는데, 그 표정, 마치도 유달산 일등바위 같은 표정으로 나를 따뜻이 대해주던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 김일로 시인의 시편들을 읽다보니 그때 했던 김 시인의 말이 생각날 것만 같다. 아마도 시를 이야기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말씀이 별로 없으신 김 시인이 무슨 이야기를 했으랴싶다.
목포에서 열린 시화전에서 한두 번 김 시인의 시작품을 본 일이 있었는데(한줄 혹은 두줄 정도의 매우 짧은 시였다), 생전에 김 시인이 쓴 시 여러 편을 한눈에 보노라니 기쁨이 크다. 푸근하고 나직한 목소리의 김 시인을 뵈는 것만 같다.
귀뚜라미
울면은 엄마 생각에
아무리 자려 해도
잠이 안 와서
달님만은
아는가 물어 봅니다. - 귀뚜라미 전문
가을밤, 엄마를 생각느라 잠 못 드는 아이의 마음이 너무도 잘 그려져 있다. 행간의 운율은 황금접시처럼 이 구슬 같은 시를 떠받치고 있다. 귀뚜라미는 밤새도록 섬돌 밑에서 운다. 귀뚜라미도 엄마를 기다리는 것일까. 아이는 아무리 자려해도 잠이 오질 않는다. 엄마가 언제 오는지 귀뚜라미에게라도 물어보고 싶지만 귀뚜라미도 아이처럼 울고 있다. 그러니 휘영청 밤하늘을 밝히는 외로운 달에게나 물어볼까. 시에 대한 해설이 따로 필요 없다. 달빛처럼 마음에 쌓이는 잔잔한 시의 이미지가 곱기만 하다. 이런 시가 목포에서 쓰여졌다. 이 시 한편 때문에라도 목포를 떠난 사람들은 부끄러워 해야 할 것이다.
보슬 보슬
그 소리 발 소린가요.
소곤 소곤
그 소리 말 소린가요.
꽃잎 찾아
헤메는 발 소리지요.
나비 찾아
부르는 말 소리지요.
초생달이
달아나 길을 잃었나.
초롱이나
있으면 들려 줄것을..... - 봄비 전문
봄비가 오는 장면을 어쩌면 이렇게도 맑고 고운 마음으로 그려낼 수가 있을까. 억지나 기운 데가 없는 그야말로 천의무봉의 시다. 가만가만 풀밭을 딛고 오는 발소리처럼, 소곤소손거리는 말소리처럼 오는 봄비. 이제 막 봉오리를 떠트리는 꽃을 찾아오는 발소리 같기도 하고, 어디메 숨어 있을 어린 나비를 부르는 말소리 같기도 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봄비가 초생달 희미한 빛 사이로 오더니 그만 길을 잃었나보다. 초생달도 사라지고 그러니 초롱이나 손에 들려주어 찾아가게 할까. 지금은 잃어버린 고향의 아름답고 정겹고 신비한 정서가 이 시 한편에 아늑하게 복원되어 있다. 시인의 무위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흠뻑 느낄 수 있다.
목포에는 지금도 골목골목마다, 유달산 바위마다 김일로 시인이 쓴 시의 마음이 그대로 남아 있다. 당신이 돌아가야 할 세계의 종착역 목포에 마치도 큰바위 얼굴처럼.
(39 페이지)
선비, 그 쓸쓸함 (3페이지)
조승기
一路 선생은 자신의 표현대로, 고향의 흙냄새가 몸에 흠뻑 배여있어
풋고추의 알큰함과 시래깃국이 베풀어주는 넉넉함이 물씬 묻어나는
그런 분이었다. 가까이가면 편안해져서 기대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선생은 결코 흥분하거나 화를 내거나 하지 않았다. 그만큼 세상을
많이 살아온 사람의 지혜를 다 지니고 있었다. 어떤 일에도 몸을 던져
뛰어들지 않고, 한 발작 물러서서 본질을 드려다 볼 줄 아는 분이었다.
나는 선생보다 작품을 먼저 만났다. 얼른 읽어치웠는데, 그게 아니었다.
갑자기 잡지의 한페이지가 천근 만근의 무게로 내앞에 오더니 움직이질
않는 것이었다. 왜 이럴까 하며 손가락 끝에 침을 묻혀 책장을 넘기려
해 보았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나는 펼쳐둔 채 그 작품을
스무 번쯤이나 읽었었다.
두견새
눈물은
진분홍
청산에
떨어져
진달래
희생의 당위성을 이보다 더 잘 드러낸 시가 세상에 또 있을까, 해졌다.
어휘 몇 안되는 이 시가 아무리 읽어도 외워지지 않았다. 아마 외경심
때문 이었을 것이다.
나는 이 감동을 지금은 고인이 된 부친에게 이야기했고, 부친의 소개로
목포고등학교 길 건너 산밑 동네의 단칸 셋방에 살고 있는 선생을 찾아
뵐 수 있었다. 일주일에 적어도 한 차례씩은 다녔다.
대학 시절, 나는 시작법을 목월 선생에게서 배웠는데. 다음 두 가지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하나는, 시의 첫 행은 신이 내린다는 것이었다.
물론 영감에 의하여 씌여진다는 뜻이 겠는데, 시에 있어 첫 행을 쓰는
일이 얼마나 힘드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었다.
다른 하나는, 시는 비유 하나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일로 선생의 시를 대하면서 단시에의 성공을 꿈꾸기 시작했다. 목월
선생의 가르침을 구체화 시켜준게 일로 선생의 시였다. 여기서부터
나의 단시는 출발하게 된다.
습작 초기에는 사오십 행을 썼고, 대학 가서는 이십칠팔 행 정도로
줄일 수 있었다. 요즘은 다르지만, 당시의 신춘문예 응모용 시는 백 몇
십 행은 되어야 했다. 고행과도 같은 감정의 절제를 통해 시 행의 절제를
끊임없이 이루어 나갔다. 그러는 도중에 선생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현재 나의 단시는 선생의 경지에 비하면 성공도가 만분지 일 정도도
되지 않는다. 아니, 비교 할 수조차 없다. 그냥 짧기만 해서는 거기에
다다를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많은 습작을 통해 어떻게 해야 시가
되는지를 체득하는 중이다.
선생은 삶의 모두를 '외길'로 살아왔다. 그래서 호를 그렇게 지니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내 해석은 약간 다르다. 나는 '짝사랑'으로 선생의 호를 풀이
하고 싶다. 부인이나 자녀들, 그 외 자신의 삶 전체를 혼자서만 좋아하고.
혼자서만 사랑해 온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선생은 참으로 따뜻했다.
선생은 인정이 누구보다도 많앗다. 갈 때마다 무엇이라도 손에 쥐어주고 싶어했다.
한 번은 1953년에 출간한 자신의 첫 동시집 '꽃씨'를 가져 가라고 해서 몇 권이나
가지고 계시냐고 물었더니, 이게 소장본으로 한 권 남은 책이라고 했다. 나는 욕심이
일었으나, 그러면 선생님이 지니셔야죠 하고 방을 나왔다. 선생은 그일에 대해
나중에도 섭섭해 하셨다.
선생은 나에 대해 자신을 늘 '老友'라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인간적이었다.
술을 대할 때도 얼굴을 옆으로 돌려 마시지 못하게 한 분이다.
내가 아는 한 선생은 완벽한 선비다. 선비란 머리카락부터 발끝까지 절대로 가난
해야만 한다. 식구를 위해 단 한 톨의 쌀도 구할 수 없어야 한다. 먹고사는 일은
자신의 몫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선생은 철저한 자유인이었다.
생활로부터 완전하게 무능력해질 때 비로서 글과 통할 수 있게 되는 법이다.
그러니 부인이나 자녀들의 삶이 오죽했겠는가.
선생은 내가 보기에 거의 완벽한 신선처럼 살았다. 세상을 뜰 때도 그름 타고
그렇게 훌쩍 갔다. 선생이 떠난 자리에는 피리 소리만 남았다.
조승기 / 1948년 목포 출생. 197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소설집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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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 - 김정숙 시인 유고시집
* 김정숙金正淑 시인 전남 목포에서 출생, 1961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문단에 등단하셨다. 시집으로 '장미''은빛 강산''구름산과 우매한 나비''여름여자'등 8권이 있으며 수필집 '두 시인의 사랑''그리움의 가락이여 애뜻한 사랑의 노래여' 와한하운 평전 '나도 나도 죽어서 파랑새 되리'가 있다. 2006년 11월 28일 76세를 일기로 서울에서 타계하셨다.
莊子가 꿈꾸는 나비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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莊子가 꿈꾸는 나비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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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은 오직 내 몸인 것을.....
49.....................
환히 비취던
50.......................................
52.....................................
널처럼 뜀뛰기도 하고
아니 너는 시보다 결코 사랑일 수 없다.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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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