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도는 오늘도 울었다
몇 해 전 고기잡이 나간 후 돌아오지 않는 남편
떠나보내기 싫어서
여인국 이어도 *에서 잘 지내기를 바라는 제주 아낙의
지아비를 향한 사랑 때문에
이어도는 울었다
단단한 지반 위에 탑 *을 세우거나 공중 높이 깃발을 펄럭이지 않아도
우리는 훨씬 전부터 알고 있다
이어도가 제주와 같은 핏줄이라는 것을
전설과 신화 속에 똬리 틀고
제주를 향해 힘차게 발걸음 내디뎌온 이어도
제주 아낙의 끝나지 않을 사랑노래가 쉼 없이 동심원을 그리는 이어도는
안개가 집을 짓고 살고 있는 *
신비의 땅
이어도 바다의 안개는 날마다 두 팔 넓게 펼쳐
이어도의 신령스러운 모습을 가리고 영원히 지지 않을
신화의 꽃을 피운다
자존감 넘치는 영국 ‘고립의 꿈 ’을 꽃 피우는
도버 해협의 안개처럼
* 제주지역에는 ‘여인국 이어도 ’ 관련 전설 (혹은 설화 )이 있음
* 파랑도 (이어도 )에 세워진 해양관측기지
* 이어도는 한난류의 전선이 형성돼 안개가 자주 발생
[수상 소감 ]
시의 얼굴을 확인하게 된 소중한 기회를 안고
시가 내게로 왔습니다 . 긴 부화기간을 거쳤던 것 같습니다 . 대학 때 여인국 이어도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거든요 . 저는 그 이야기의 내면에 흐르는 지혜랄까 , 의지랄까 하는 것을 가슴속에 간직하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
고기잡이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남편 . 그건 정말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아픔이겠지요 . 그러나 제주 아낙들은 가혹한 운명에 무력하게 무릎 꿇지 않았습니다 . 신비의 나라를 하나 세웠던 거지요 . 여인국 이어도 . 남편이 어여쁜 여인들과 신바람 나는 삶을 산다고 하면 미워 죽겠을 법도 한데 , 제주 아낙들은 그래도 그 나라를 세웠습니다 .
그리움만으로 길고 긴 세월을 살아내기란 쉽지 않겠기에 , 그리움 반 미움 반으로 마음의 갈피를 잡으면서 운명과 싸워 승리하는 길을 택했던 것이겠지요 .
서두가 길었습니다 . 아직 시의 세계는 제게 어둠의 속살처럼 깜깜하기만 합니다 . 시의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없으니까요 . 느지막이 끌어안게 된 열정 손잡고 나란히 걸어가다 보면 가슴속에 와락 안기는 얼굴 하나 있겠지요 .
장차 이어도 문학회가 저의 새 둥지가 되어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한 발 한 발 걸어가 볼까 합니다 . 이번에 저를 뽑아주신 것은 저의 이런 마음에 대한 화답이라 생각하고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