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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날...(2006. 1. 4. 수요일)
약속시간 보다 1시간이나 빨리 왔지만, 먼 길 떠날때의 내 습관이 그렇다. 오직, 떠난다는 한가지 목적만으로 모여 든 공간속에서 사람들의 표정을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니까... 새(鳥)들은 빠르다. 또한 빨라야 새 다. 2번째로 도착한 참새님을 시작으로 바위섬에 모여드는 갈매기들 마냥, 하나,둘,씩 낯익은 얼굴들이 보인다. 정해진 시간보다 1시간 늦게 이륙하는 비행社에 우리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말 잘듣는 아이 마냥 얌전히 생명을 맡긴다. "이제..곧, 여러분의 도착지에 착륙하겠습니다." 라는 여승무원의 안내 방송을 들을 때 마다, 중국집 아줌마랑 똑 같다는 생각을 한다. 아직 주문한 음식이 나오지 않았는데도,"방금 떠났습니다"해 놓고는 20 여분은 족히 기다려야 하는 공통점이 있으니까...
2시간 10 분의 비행시간은 지루하지 않다. 대한민국의 시골 기차역 같은 오키나와 비행장. 날씨가 잔뜩 흐린 듯하다. 3대의 택시에 나눠타고 15 분 정도 걸려 숙소에 도착햇다. 우리가 탄 택시요금은 970엔 우리돈으로 8,500원돈, 역시~ 비싸다. 입구부터 시작해 숙소의 계단을 오르는데, 기분은 좀 묘하다. 썰렁한 실내 온도, 나무로 짜서 놓은 2층침대, 조잡하게 보인 燈, 무당집 같이 걸쳐 놓은 이상한 그림의 천조각들.. 이런 곳에서도 잠을 잘 수가 있구나! 누군가 노숙자 신세를 면한 것 만으로도 다행이라는 밀에 저으기 실망한 가슴을 진정 시킨다. 그동안 다니면서 익숙했던 잘 꾸며진 호텔의 푹신한 침대, 우아한 스탠드, 화장대, 나이트가운이 걸려있는 붙박이장을 기대하고 궁시렁 댄다면... 20만원 조금 넘는 돈밖에 지불하지 않고 호강하려했던 내 도둑놈 심보가 들통날 지 모른다.
춥다. 온기라고는 하나 없는 실내와 나무바닥에 깔린 요도 얇다. 오히려 이것들이 내 덕을 보려고..??? 전기장판이 그립다. 밍크담요라고 한때 유행했던 이불. 또 유행따라 버렸던 그 담요에, 밍크는 온데간데 없는 촉감의 이불에 의지해 첫날밤을 보내야 한다. 그래도 낄낄 웃는 일행들을 바라보며,얼굴들은 젊고,그다지 없어 보이지도 않는데, 일가친척 하나 없어 유료 양로원에 모인 기분이었다. 혼자면 서럽고,춥고, 배고픈 일도, 이렇게 여럿이면 이런 악조건도 재미있고, 따뜻하고, 배부른 일로 바뀐다. 우리 시절엔 많은 형제들끼리 그렇게 부대끼며 살지 않았던가? 우리들이 언제부터 부자였다고... 우리들이 언제부터 밍크담요는 외면했다고... 언제 나혼자만의 책상, 방이 있었다고... 그 시절 미아리고개에서 빨간등불 켜 놓고, 손님맞이 흉내를 서로 내 보며, 잠시 그때 그여인들의 환경에도 동참을 해 본다. '아무도 날 찾는 이 없는 외로운 이 산장 아닌 추운 숙소에서, 나 혼자 아닌, '우리'라는 동질감만으로도 썰렁하지 않다.
기내에서 준 저녁으로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요시님의 안내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술과 음식이 마음대로라는 말에 귀 얇은 우리는 첫날!! 겁없이 지출을 한다. 여자는 2,100엔, 남자는 2,600엔... 이럴 줄 알았으면 김삿갓님은 피곤한데 그냥 숙소에서 자라고 할껄 그랬나? 얼떨결에 일행들의 재무담당을 맡은 나로서는, 벌써부터 살림살이에 대한 책임이 가중되어 온다. "3박4일의 즐거운 여행을 위하여~~" "함께 못 온 모놀가족들을 위하여~~" "우리들에게 이곳까지 오게 해 준 하늘아래님을 위하여~~" "대한민국을 위하여~~~" 애~고 팔 이야~~~~ 오키나외의 첫날밤과, 내일부터 만들어야 할 추억을 위해 우리는 힘찬 건배를 나눈다.
'삐약,삐약~~'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신호음과, 시각,청각,모두 멀쩡한 불면증 장애인들을 위한 아래층 호프집에서 들려오는, 찟어질 듯한 70년대 팝송을 들으면서 우리는 숨을 죽인다. "집없는 서울역 노숙자들에 비하면 우리 숙소는 천국이여~" 누군가 또 한마디... 인내와 행복이란... 나보다 어렵고,불리한 처지의 사람들과 비교해 볼 때 생기는 감정일까? 담요를 둘둘 말아도 춥다. 멍석처럼 말아 놓은 여인들을 보쌈해 가는 일은 없겠지? 머리맡에 걸려 있는 번호표를 한번 더 보며 웃는다. '22번' '좋~~~아~~ㅎㅎ' 억지로라도 조용히 잠들자. 또 다시 시작 될 내일의 추억 만들기를 위해.....
* 사진은 향기야님의 것으로 대신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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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새들은 빠르다..ㅋㅋ 그래서 팔색조님이랑 참새님은 한시간 전에 도착하셨다구요 ㅋㅋㅋ 마냥 부럽습니다..즐거운 여행이...
구카님...기회 있으면 함게 떠나봅시다.^^*
엄청 열악한 숙소를 이렇게 훌륭히 표현해주시는지.. 팔색조님의 다음 후기도 기다려볼께요. 후후 ^^
덕분에 다녀올 수 있어서 느~을 고마움을 잊지 않습니다. 담엔 함게 할 수 있기를 ^^*
가는 곳마다, 일행이 움직일때마다 열심히 담아 놓은 디카를 잃어버린 팔색조님 ..향기야님 사진에 빈대붙은 후기지만 저는 한 컷도 빠짐없이 팔색조님의 사진이 다 보입니다. 더불어 팔색조님의 마음까지도요....얼렁 2편에 빈대 붙어요~
참새~~그대만 보면 마음까지 환해지지..하늘로 부터 받은 달란트...貴하게 여겨집니다.^^*
맨먼저 출발하고 도착은 같았는데 우리차는 1050엔을 냈어라... 오키나와택시기사도 어벙이를 알아보나?ㅎㅎ
아~궁~ 밥줘~~~ 부지런한 동생. 없으면 잼없는 동생..담에도 델구 갈께 걱정마,,,ㅎㅎㅎ^^*
"모든 악조건을 건너뛴 용감한 팔색조님을 위하여~~~!! " 나중엔 이것도 훌룽한 추억이 되겠죠? 안 간 사람은 이것도 부럽당께~~
토끼님 담에 함께 갑시다. 알았지요..??
빈대라~~왜 내 가심이 아플까?...그 사진이라도 돌려도~~나쁜 사람아~~역시 팔색조님이 쓰니 후기가 맛이 나네..ㅎㅎ그리고 첫쨋날이 아니고 첫째날이라고 써야 맞는다네 ...친절한 분이 알켜 주셨지..그래서 나두 고쳤지롱~ㅎㅎ
사랑하는 향언니...언니만 생각하면 좋아서 눈물이 난다우!!^^*
팔색조님의 글을 보니 이제사 안심이 되네...그간 마음이 쓰렸거든/ 공항은 요시가 일등으로 도착했다우 공항에서 처음 실물을 봤을때 그 잘생긴 얼굴에 기가죽고, 우리팀 리딩실력과 그 넓은마음씀씀이에 얻은것이 많았던 여행이었다오. 참새랑 우리 노숙길 떠나보자!..
아~~그랬수..?? 이쁜 요시님..천상 여자인 요시님...내가 많이 배웠지요.^^*
라는 마음으로 간 오끼나와.. 멋진 님들의 동행이 평생 잊지못할 추억거리를 만들어 주었다오. 다음여행도 같이 갈 수 있다면 행운일 것 같아. 우리 건강하고 또 실컷 웃을 수 있을 날을 기다리자구요. 수고수고 많았어요. 팔색조님! 알라뷰!!!~~~
다음여행이 어디일지 몰라도 꼭 함게 합시다. 밖에 나가면 좀 용감하거든요.ㅎㅎㅎ^^*
사진보고 옷을얇게 입고 가셔서 그렇지요.담부터 내의 한벌씩 꼭 챙기세요.모놀 언니들 보면 부럽다니까요 항상 떠난다 ㅎㅎㅎ
기회되면 함께 해 볼 날을 기다립니다.ㅎㅎ
ㅎㅎ..역시 재미있는 후기..팔색조님 입으로 직접 듣는듯..귀에 마구 들리네요~..ㅎㅎ..생생한 현장감..즐겁습니다~..ㅎㅎ..그랬구나..ㅎㅎ..누가 젤 많이 떠들었을지..ㅎㅎ..누가 젤 머리 싸메고 계산기 두들겨야 했을지~..ㅋㅋ..아~..역시 결론은 부럽다 입니다~....얼마나..소중한 추억일까...ㅎㅎ
그래요...이제 추억 만들기에 들어 갑니다. 다리는 좀 워뗘~~~???
아흐..모놀엔 명필들만 계신가봐요..어찌 이리 맛갈나게 글을 잘 쓰신대요??(움매 기죽어...) 언니와의 동행으로 유쾌,상쾌, 통쾌, 행복 만땅인 여행이었답니다....서울 오시면 다시 벙개쳐서 만나염...
달동생 (달덩이 같은 ) 함께 해서 고마웠수..담에 또 뭉쳐서 갑시다.^^*